오픈 1년만에 빵 맛 입소문 손님 북적
35가지 샌드위치도 이국적이고 오묘
프랑스 한 번만 다녀오면 아주 고약한 병이 도진다. 아침마다 동네 입구에 있는 블랑제리에서 갓 구운 크롸쌍을 사들고 나올 때의 행복감을 어디에 비할 수 있을까. 버터 향기 가득, 고소한 크롸쌍은 결결이 흩어질 정도로 버터가 듬뿍 들어가야 제 맛이다. LA는 사실 먹고사는 것으로는 전 세계 어느 곳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 각국의 맛을 원조에 가깝게 즐길 수 있는 곳. 하지만 크롸쌍 하나만큼은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다.
저녁 장 볼 무렵의 바게트는 또 어떤가. 오븐에서 막 꺼내 아직도 따끈따끈한 바게트를 들고 집으로 향하면서 식탁까지 온전하게 가져갈 리가 만무하다.
끝 부분을 뚝 잘라 꼭 한 입만 먹으려던 것이 집에 도착하면 으레 반 이상이 없어지고 난 후니. 겉은 찌를 듯 딱딱해도 안은 말랑말랑한 바게트.
겉모습은 차가워 보이지만 알고 보면 부드러운 파리지안느들을 많은 이들은 바게트 같다고 표현하곤 한다.
프랑스가 그토록 매력 있는 이유는 알베르 까뮈의 문체도, 죠르주 비제의 음악도 아니다. 프랑스의 크롸쌍과 바게트를 태양 빛, 보르도와 함께 존재의 이유(Reason D’ Etre) 가운데 하나로 포함시키기를 나는 결코 주저하지 않겠다.
나쁜 병이란 바로 그거다. 그저 대충 만족하던 크롸쌍과 바게트에 대한 입맛이 프랑스 한 번만 갔다 오면 다시 더할 나위 없이 유난스러워진다는 것. 크롸쌍 하나 먹자고 비싼 호텔 브런치를 찾을 정도면 말 다 했지.
그런데... 뜻이 있으면 길이 열린다더니, 드디어 발견해냈다. 바삭바삭 맛있는 크롸쌍, 그리고 빵만 떼어먹어도 길다란 몽둥이 하나를 뚝딱할 만큼 맛있는 바게트를. 로즈미드 시에 있는 미스터 바게트(Mr. Baguette)는 베이커리 겸 샌드위치 전문 샵.
프랑스에서 자라온 베트남 인 주인들이 제대로 된 빵집을 열자는 패기를 모아 지난 해 오픈 했다. 오래지 않아 변두리의 이 작은 베이커리 겸 샌드위치 샵은 LA 타임스 푸드 섹션에 대문짝 만한 커버스토리가 실릴 만큼 유명해졌다.
정말 무서운 속도로 퍼지는 것이 맛 소문이다. 항상 붐비는 미스터 바게트에는 누가 다 먹을 건지 양팔에 하나 가득 빵을 끌어안고 문을 나서는 손님들이 한 둘이 아니다. 한 번은 손님 하나가 100개의 바게트를 한꺼번에 주문했다. 조금만 사가고 또 오지 그러냐는 주인의 배려에 그는 오하이오주에서 왔는데 너무 맛있어서 냉동고에 넣어두고 그때 그때마다 오븐에 구워먹으려 한다는 깜찍한 계획을 들려주었다.
프랑스에서도 오랜 경험을 지닌 능력 있는 베이커는 몸값이 천정부지. 그들을 이곳에 모셔오기 위해 오너들이 치러야 할 희생은 결코 작지 않았다. 방 하나 크기만큼의 유럽 산 오븐, 최고급 재료와 빵 만드는 기술은 노릇하게 구워진 한 덩이 바게트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30분마다 오븐에서 신선한 빵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고객들은 항상 따끈따끈한 크롸쌍과 바게트를 구입할 수 있다. 신선한 빵은 버터와 잼을 더하지 않아도 세상 어떤 진미보다 맛이 있는 법. 부담 없고 담백하고,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
미스터 바게트에서는 바게트 빵과 크롸쌍을 이용한 샌드위치를 35가지나 준비하고 있다. 빵의 가운데를 가르고 파테와 갈릭 마요네즈를 바른 뒤 베트남 식으로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의 주재료에 야채 샐러드, 할라피뇨, 실란트로를 곁들였다.
기본이 되는 빵이 워낙 맛있다 보니 맛은 하나같이 나무랄 데가 없다. 파테와 실란트로가 갖가지 재료와 이루어내는 맛은 이국적이고 오묘하다. 종류는 35가지나 되지만 기본적인 맛의 조화에는 대단한 차이가 없다.
가장 많이 사람들이 찾는 것은 미스터 바게트 스페셜 샌드위치(Mr. Baguette Special Sandwich). 햄을 비롯한 세 가지 고기에 무와 당근 샐러드까지 들어가 바삭한 바게트 빵과 조화를 이뤄 한 끼 점심 식사로도 부족함이 없다.
샌드위치에 발라주었던 파테는 매장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연유를 넣은 달짝지근한 프렌치 커피는 고소한 빵과 최상의 조화를 이룬다.
Tips
▲종류: 베이커리 겸 샌드위치 샵 ▲오픈 시간: 주7일 오전 6시-오후 9시. ▲가격: 샌드위치는 1달러75센트-3달러95센트. 전채는 92센트-1달러50센트. 디저트는 1달러 39센트-1달러 62센트. 바게트는 1달러9센트-1달러50센트. ▲주차: 무료 주차장이 넓다. ▲주소: 8702 E. Valley Bl. Rosemead CA 91770. 한인타운에서 가려면 10번 E.→ San Gabriel Bl. 출구에서 내려 북쪽으로 가다가 Valley Bl.에서 우회전해 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나온다. ▲전화: (626) 288-9166.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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