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포도주 리즐링 와인짱
2003년 12월 ‘와인 스펙테이터’가 발표한 2003년 전세계 탑10 와인 리스트에는 9개의 적포도주와 1개의 백포도주가 있는데, 유일한 백포도주는 독일산 리즐링, J.J.프륨사의 2001년 벨레너 조넨우어 리즐링 슈펫레제(Wehlener Sonnenuhr Riesling Spatlese)였다.
와인생산량에 있어서 프랑스의 1/10 밖에 안 되는 독일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대부분은 백포도주이고, 그 중 가장 중요한 품종은 리즐링인데, 독일산 리즐링의 2001년 빈티지는 지난 100년 동안 최고의 빈티지로 꼽히는 훌륭한 와인으로, 이번에 캘리포니아산 샤도네와 뉴질랜드산 소비뇽 블랑 등을 제치고 세계 10대 와인에 포함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훌륭한 빈티지임에도 불구하고 2001년 독일산 리즐링은 2000년 프랑스 보르도 적포도주에 비해 별로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세계 최고 등급의 리즐링을 출시하면서도 이렇듯 큰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로는 독일산 와인의 레이블이 읽기 힘들다는 점이 첫번째로 꼽힌다. 7개의 샤블리 그랑 크루와 32개의 꼬뜨 도르 그랑 크루, 그리고 200개가 넘는 나파의 와이너리를 다 기억하는 와인 애호가들에게도 1,400개가 넘는 독일의 와인 빌리지와 2,600개가 넘는 와이너리 이름을 다 기억하는 것은 엄두조차 못 내는 일이다. 그러나 이만해도 많이 개선된 것으로 정부에서 와인 관련법규를 제정하기 전인 1971년 이전에는 무려 3만개가 넘었었다.
뉴질랜드가 와인 생산국 중 최남단이라면, 독일은 최북단이라고 할 수 있다. 추운 곳에서 적포도주는 생산하기 어렵기 때문에, 독일의 와인 품종은 약 85%가 백포도주 품종이다. 85%라는 숫자는 독일 와인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중요하다. 백포도주 생산량이 85%라는 것 외에도, 레이블에 빈티지를 기입려면 그 빈티지의 포도가 85% 이상이어야 한다는 점과, 레이블에 포도품종이 기입되려면 그 품종의 포도가 85% 이상 사용되어야 한다는 점등이 특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산 와인 중 최고 품질은 기입된 빈티지와 품종만을 100% 사용하여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역적 구분>
독일의 와인을 즐기기 위해 4천여개의 이름을 기억하기는 어렵지만, 라인헤센(Rheinhessen), 팔츠(Pfalz), 모젤-자르-루베(Mosel-Saar-Ruwer), 라인가우(Rheingau) 이 네 지역의 이름만 알아도 독일 와인을 구분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모젤강을 중심으로 발달된 모젤-자르-루베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갈색 병에 담겨있고, 라인강을 중심으로 발달된 나머지 세 지역의 와인은 녹색 병에 담겨있기 때문에 두 곳의 와인은 한 눈에 구분된다.
<당도의 구분>
날씨가 춥고 일조량이 적은 만큼 독일에서 재배되는 포도에는 당분이 적고, 따라서 와인의 알콜 농도도 낮다. 프랑스 와인의 평균 알콜 농도가 11~13%인 것에 비해 독일산 와인은 8~10% 정도이다. 포도알이 영글 때 햇빛을 덜 봐서 당분이 적은 만큼, 신맛은 훨씬 더 강한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와인 제조과정에서 당분을 더 첨가하여 알콜 농도를 높이게 된다. 그리하여 독일산 와인은 당도에 따라 드라이한 트로큰(Trocken), 중간 정도 단맛인 할브트로큰(Halbtrocken), 그리고 단 맛이 강한 와인 세 종류로 나뉠 수 있다.
<품질의 구분>
독일 와인은 품질에 따라 두 종류로 나뉘는데, 낮은 등급인 타펠바인(Tafelwein)은 테이블 와인이라는 뜻으로 전체 생산량의 2%에 불과하고, 고품질 와인이라는 뜻의 콸리태츠바인(Qualitatswein)은 줄여서 QbA로 표기되기도 한다. 콸리태츠바인은 또한 QbA와 좀 더 높은 등급을 표시하는 QmP로 나뉘는데, QmP 등급에는 당분을 첨가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QmP 등급은 또 포도를 수확한 시기, 포도알에 포함된 당분의 양 등에 따라 6가지 등급으로 다시 나뉜다. 가장 저렴하며 가볍고 마시기 쉬운 카비넷(Kabinett)은 평균 가격이 10~20달러이고, 좀 더 햇빛을 많이 받고 나중에 수확된 포도로 빚은 슈펫레제(Spaatleses)는 12~30달러, 좀 더 좋은 포도알을 가려내서 빚은 아우스레제(Auslese)는 20~45달러, 최고 품질의 포도를 한알 한알 가려내서 빚은 베렌아우스레제(Beerenauslese)는 단 맛이 진한 디저트 와인으로 한 병에 250달러가 넘는 경우도 많다. 한 단계 더 위로, 거의 건포도가 되도록 당분이 많이 함유된 포도알로 빚은 트로큰베렌아우스레제(Trockenbeerenauslese)는 가장 비싼 최고급 와인으로 종종 프랑스의 소테른과 비교된다.
독일 와인을 처음으로 접할 때는 트로큰(Trocken)이나 카비넷(Kabinett)이라는 단어가 적혀있는 가볍고 닷 맛이 너무 진하지 않으면서 가격도 저렴한 와인을 마실 것을 권하고 싶다. 또한 금세기 최고의 해라고 꼽히는 2001년 빈티지에 이어서 2002년 또한 2001년을 바짝 뒤쫓는 훌륭한 빈티지이므로, 이들이 출시된 지금이야말로 독일 와인을 접할 가장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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