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처럼 아침형 인간으로의 변신은 혼자보다 여럿이 하는 게 효과가 높다. 새벽모임으로 활기찬 하루를 시작하는 황재희씨(왼쪽부터), 황재호씨, 박철현씨, 박종홍씨.
아침을 정복하는 노하우
오후 11시에 자고 오전 5시 기상
활기찬 삶에 자신감까지
집중력·판단력 최고조
운동·명상·공부등으로
늘어난 시간, 관리 철저히
아침형 인간이 성공하려면 단순히 일찍 일어나는데 그쳐선 안된다. 운동이나 명상, 공부 등으로 늘어난 시간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타운 헬스클럽에서 건강 관리에 열심인 한인들.
온통 ‘아침형 인간’이 화제다. ‘이른 아침을 힘차게 시작하면 하루가 길어진다’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아침에 깨어 있었다’ ‘아침을 지배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등등. 특히 경영인들 사이에서는 각종 통계수치를 내세워 아침형 인간의 높은 성취도에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좋은 차 순서대로 아침 출근이 이루어진다는 통계도 있고, 올 들어 각종 조찬모임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한인사회의 경우 8년 째 조찬모임을 실시하고 있는 고대조찬모임에 이어 연대아침모임이 첫 번째 행사를 갖기도 했다. 허겁지겁 일어나 아침 거르고, 헐떡이며 출근해야하는 인생이 지겨워질 때, 아침형 인간은 삶을 변화시키는 도전의 가치가 있다. 그러나 그냥 일찍 깨어있기만 한다고 성공이 넝쿨째 굴러들어 오지는 않는 법. 운동이든 공부든 아침시간을 알차게 보낼 계획이 필요하다. 일찍 일어나려고 빨리 잠자리에 들었지만 기상시간은 변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취침시간만 늘었다는 사람도 많다. 억지로 일어나긴 했는데 하루종일 꾸벅꾸벅 졸기만 한다는 사람도 있어, 아침형 인간에 대한 부작용과 항변도 만만치 않다. ‘올빼미형 인간’에 대한 반론은 접어두고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한 사람들과 함께 활기찬 하루의 시작, 아침을 정복하는 노하우를 알아보자.
아침형 인간을 정의하면, 오후 11시에 잠자고 오전 5시에 일어나는 사람이다. 여기에는 과학적 근거가 따른다. 체온은 오후 2시 최고점에 달하고, 반대로 한밤중인 새벽 2∼4시 사이 최저가 되는데, 체온이 내려가는 밤11시∼새벽1시는 잠을 깊이 잘 수 있고 체온이 올라가는 오전5∼6시에는 잠이 얕아지게 된다. 따라서, 생체 리듬 상 가장 효율적인 수면시간은 오후11시∼오전5시라는 것이다.
20년 째 새벽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는 황옥선(51·직장인)씨는 아침 4시30분 일어나서 밤11시에 잠드는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이다.
황씨의 하루 일과는 기상(4시30분)-교회도착(5시20분)-새벽기도-묵상 및 하루계획-아침식사-출근(7시20분)-뉴스 읽기, 컴퓨터 이메일 확인-근무 시작(8시)으로 이어진다.
퇴근(오후5시) 이후는 고령(87세)의 어머니가 기억력을 잃지 않도록 1시간 이상 말벗이 되어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간-저녁식사-30분간 쉬는 자유시간-성경 읽기-영어공부, 그리고 취침(밤11시)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할 일을 모두 마쳤다는 만족감에 두 발 쭉 뻗고 깊은 잠에 빠져들게 된다.
“새벽에 하루를 시작하면 하루가 꽉 찬 느낌”이라는 황씨는 “항상 시작이 활기차서 좋고 매사에 여유를 갖게 돼 서두르는 법이 없다”고 말한다. 게다가 새벽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면 마음이 깨끗해지고 새로운 힘이 솟는다. 느림의 미학이 몸에 배게 되어 기다림이 즐거워진다.
23살 짜리 아들이 아직 완벽한 아침형 인간이 되지 못했어도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 아침의 귀중함을 일찍 깨닫고 빨리 시작할수록 좋지만 자기 자신이 필요성을 갖고 노력해야 자기만의 아침을 계획할 수 있지 않다는 게 황씨의 지론이다.
앞서 말한 과학적 근거는 최적의 수면시간에 숙면을 취하고, 잠이 깬 후 1시간 가량이 지난 오전 6∼8시가 두뇌가 가장 명석해지는 시간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 시간 중 1시간만 공부나 업무를 위해 쓴다면 이것은 낮의 3시간과 맞먹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주식거래인 존 반(38·Assent Brokerage)씨는 다른 건 몰라도 이른 아침 시간대가 집중력과 판단력이 가장 높다는 사실은 체험한다고 말한다.
4년전 시카고(LA보다 2시간 빠르다)에서 주식중개인으로 일할 때보다 오전7∼9시 110%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지금이 두뇌회전이 훨씬 빨라졌음을 느낀다는 것.
아직도 올빼미형 인간이 좋다는 반씨는 직업상의 이유로 아침형 인간이 됐다. 다음은 반씨의 하루 일정.
오전5시50분 잠만 겨우 깨 총알같이 회사로 간다. 회사에 도착하면 6시15분. 주식시장 개장 전까지 15분 남짓 각종 경제전문지의 헤드라인을 읽는다. 이어 시계 바늘이 6시30분을 가리키면 전투의 시작. 주식시장만큼 시시각각 바뀌는 상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곳이 또 있을까.
반씨처럼 오전6시30분(뉴욕시간 9시30분)에 개장하는 증시에 생체리듬을 맞춰야하는 증권맨에게 아침형 인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증시 개장 이후 3시간은 그야말로 초를 다투는 전쟁터. 주식을 샀는데 주가가 떨어지면 화가 나고, 팔았는데 갑자기 값이 치솟으면 창자가 뒤틀린다.
오전 9시가 넘어서야 커피를 마실 여유가 생기고, 오후1시30분이면 증시 마감과 더불어 퇴근. 샌타모니카 해변에서 운동도 즐기고 집에서 기타 연습, 컴퓨터로 음악 녹음도 하며 무한대의 자유를 만끽한다. 한 가지,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천성 탓에 친구들의 퇴근을 기다렸다가 저녁을 보내고 집에 오면 오후11시. 자정이 돼야 잠을 자기 일쑤다.
그렇다면 이 두 사람의 수면시간은 많아야 6시간. 주말이라고 예외는 없다. 평균 8시간은 잠을 자야 한다는 상식은 여지없이 깨어졌고, ‘주중에 즐기지 못한 잠을 실컷 자는 건 아닐까’ 예상했다 낭패를 봤다. 주말이라고 늦잠(오전7∼8시)을 잤다가는 하루종일 피로감만 느끼게 된다는 이들은 이미 생체 리듬이 아침 일찍 일어나는데 적응돼 있는 아침형 인간이다.
어떻게 하면 나도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아침형 인간이 되는 데는 동기 부여가 가장 중요하다. 불확실한 동기는 변신의 시도를 포기로 몰아간다. 그래서 아침형 인간 되기는 ‘나 홀로’보다는 여럿이 함께 하는 게 성공할 확률이 높다. 성취감이 높고 자기계발의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 모이면 효과는 배가된다.
온라인, 오프라인을 통해 새벽모임 출석체크를 하는 주님의영광교회 청년1부 회원들이 대표적 예. 매일 8명의 청년들이 꼬박꼬박 새벽을 깨운다. 오전 5시30분에 시작되는 새벽기도에 참석하려면 최소한 5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새벽기도로 하루의 묵상을 시작한다.
거르기 쉬운 아침을 함께 챙겨 먹은 후 오전7시께 헤어진다.
새벽 모임의 대들보라는 박종홍(32)씨는 이들 중에서 기상시간이 가장 빠르다. 오전4시30분. 운전을 하고 모임장소로 향하면서 모닝콜로 회원들을 깨우는 ‘인간 자명종’이기도 하다.
아침형으로 생활패턴을 바꾸는 데는 처음 2주가 중요하다는 박씨는 피곤하고 졸려도 참으면서 깨어있기를 계속하다보면, 아침에 잠을 자고 난 후 더 피로를 느끼게 되는 순간이 온다고 강조한다.
새벽기도가 생활의 일부가 되면서 아침형 인간으로 자동 탈바꿈한 박씨는 러시아워를 피해 여유 있게 출근하고, 계획적인 하루를 시작하게 됐다. 아침에 매사를 꼼꼼하게 준비하니 모든 일에 우선 순위가 정해져 그만큼 하루가 길어진 건 두말 할 나위도 없단다.
현재 새벽사람으로 변신 진행 중이라고 밝히는 오민형(26)씨는 저녁10시부터 잠잘 준비를 해서 아침4시40분에 일어난다. 오씨의 근무시간은 오후1∼8시.
오후가 주요 활동 시간대라 처음에는 불가능할거라 생각했다는 오씨는 새벽기도 모임에 참석하면서 일찍 일어나기로 몸이 변하는 걸 느꼈다고 한다.
’이렇게 살 수 있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 것. 처음에는 낮잠이 필요했지만 이젠 늘어난 아침시간에 책도 읽고 대학원 준비를 한다. 물론 저녁10시 잠자리에 들 땐 밤 시간이 아깝기도 했다. 지금은 잠자기 전의 시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고 잠을 청해 아침을 준비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호흡기 치료사인 박철현(33)씨는 한 주 3회씩 아침형 인간이 된다. 오후7시 출근해서 아침7시에 퇴근하는 근무환경 때문에 아침형 인간으로 완전한 변신이 불가능하다. 그래도 쉬는 날에는 반드시 새벽모임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늘 익숙해있던 생활패턴을 당장 바꾸기란 쉽지 않은 일. 박씨처럼 일주일에 세 번, 아니 단 하루라도 실행하려고 노력하다보면 저절로 변화된다고 경험자들은 조언하고 있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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