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감사’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니 국정감사, 회계감사가 맨 먼저 나온다. 내가 찾던 감사가 아니라서 당황하면서도 또 하나의 단어를 잊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감사’를 아주 쉽게 설명하는 분은 ‘감사’는 받은 것을 받았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요즘 세상을 보면 받고도 안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더 많다. 또 받는 사람이 당연히 받을 것을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사가 없는 것이다.
자식이 부모에게 당연히 받을 것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학생들이 스승에게 당연히 받을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정치인들도 하나같이 기업인들에게서 받을 것을 받았다고 말한다. 때로는 받고도 안 받았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받은 것을 받았다고 말한다면 우리 사회는 소비적인 삶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감사’는 생활에 활력을 주고, 기쁨을 주는 양약과 같은 것이지만 감사의 삶을 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우선은 세상이 너무 바쁘게 돌아가기 때문에 진지한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죄악 중에 출생한 인간들은 자족하고 지족하는 것 보다는 더 욕심내고 더 가져야만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세상은 감사하고 자족하는 것 보다는 늘 서로 각축하고 더 가지기 위한 투쟁의 장으로 생각되곤 한다. 그러나 감사하는 삶은 그렇게 어려운 것도, 멀리 있는 것도 아니다.
감사하는 마음은 많은 열매와 소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감사하는 마음은 겸손한 마음, 그 은혜를 기억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열매를 거두어도 자기가 한 일만 생각하는 사람은 감사하지 않는다. 그러나 적은 열매를 거두어도 다른 분의 도움과 은택을 기억할 줄 아는 사람은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
감사할 줄 알면 인생을 다 배웠다고 할 수 있다. 박사학위를 몇 개받았다 해도 감사할 줄 모른다면 아직 참 사람은 아니다.감사는 쉽게 표현된다. 말로 하면 우선 된다. 그리고 카드를 보내고 이메일을 보내면 더욱 좋다. 무엇보다도 정성과 마음이 실려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유대인의 ‘탈무드’에 보면 “참된 지자(知者)는 모든 교우에게 배우는 사람이요, 참된 강자(强者)는 자신을 제어하는 사람이요, 참된 부자(富者)는 가진 것에 감사하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감사의 경험과 감사의 표현은 사람을 사람 되게 하는 조건이 된다.
인간은 언제나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을 받음으로써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이다. 우리가 이렇게 하나님께로부터 모든 것을 다 받아서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하나님께 드릴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 감사하는 것이다. 즉 받은 것을 받았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감사는 마음의 양약과도 같아서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까지 편안하게 한다. 꼭 감사 절기만 되어야 감사하는 것이 아니다. 범사에 감사해야 한다는 것이다.감사를 방해하는 것을 찾아본다면 손쉽게 옛 것에 대한 향수를 떠올리며 미련을 두고 현실에 대한 불만과 불평을 제기한다. 또 공동체 주의가 아닌 개인주의, 곧 절대적 불만이 아닌 상대적 불만이 문제이다. 내 욕심 때문에 감사라는 단어를 쉽게 잊어버릴 수 있다.
그동안 나는 행복했는데 상대를 보면 그 감사를 상실하고 만다. 받은 것을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이렇게 조금 받았는데 큰 것 받은 자도 잠잠한데’라고 변명하지 말아야 한다.받은 것을 받았다고 표현하려면 첫째로 ‘입에서 불평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받은 것에 대하여 바로 감사하다는 말이 먼저 나와야 한다. 감사의 조건은 나의 생활 곳곳에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감사의 기준이 따로 있지 않음을 아는 것이다. 근심하고 염려하기 보다는 나에게 주어진 사실에 대하여 감사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왜 나에게만 이냐? 왜 나만이냐?라고 묻기 이전에 나에게 주어진 사실에 감사하면서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 환경에 따라 감사의 기준이 달라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셋째, 감사의 시기는 바로 이 때이다. 없는 것이 생길 때까지 미루는 것이 아니다. 바로 있는 것에 감사하자는 것이다. 없는 것을 찾아내어 불평하지 말고 주어진 것, 있는 것에 감사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갖고 산다. 내가 받은 것을 생각해 보면 감사가 넘치게 된다.
정춘석(뉴욕그리스도의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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