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사치품 구매는 거부할 수 없는 시장 추세
젊은층 특히 경제력 증대된 여성 파워가 기폭제
경제 사회적 불안이 ‘즉각적 소비’풍조 조장
뉴욕 거주 칼 루터는 지금까지 300 달러짜리 옷을 맨해턴의 할인매장 ‘센추리 21’에서 사입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색스’에 가서 후고 보스와 캘빈 클라인 정장을 사입는다. 그뿐이 아니다. 그는 최근에 450달러짜리 루이 비똥 지갑과 220달러짜리 몽블랑 펜, 245달러주고 구찌 간편화(loafer)도 샀다. 36살인 그에게 갑자기 돈덩어리가 굴러들어 온 것은 아니다. 여전히 뉴욕 포더햄 대학에서 마케팅 교수 일을 해서 먹고 산다. 하지만 바뀐 것이 있다면 그의 마음은 크게 바뀌었다. 현재 싱글로 수년전 주가 폭락시절에 돈을 왕창 잃었던 그는 “경제적 형편이란 것이 도대체가 불확실하니 아무 것도 믿을 것이 없다”며 “나 자신을 위해 즐기기로 했다”고 말한다. 비싸고 사치스런 물품에 돈을 쓰는 소비자들은 루터 만이 아니다. 전에 볼 수 없을 정도로 사치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소비자 트렌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마케팅 리서치 회사인 NPD 패션 월드의 회장 마샬 코엔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메이져 트렌드라며 우리도 놀라고 있다고 말한다.
무엇을 사는 가. 왜 럭서리를 사는가. 주식시장 폭락과 9/11사태에 이어 갑자기 장기간에 걸친 전쟁속으로 떨어졌다. 컨설팅 회사 WSL스트래티직 리테일의 회장 웬디 리브맨은 말한다.
혼란스럽고 신뢰할 것이라곤 없는 현실에서 소비자들은 기다리지 않는다. 기약할 것이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오늘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리브맨은 말한다.
럭서리 물건이든 사치스런 서비스든 내일로 미루지 않겠다는 것은 한순간의 기분이 아니다. 삶의 한 방식이 됐다.
제리 부캐넌은 지난 봄 여자 친구들 다섯 이랑 브라질 여행을 다녀왔고 여름에는 푸에르토리코도 다녀왔다. 이혼하여 17살 아들을 데리고 사는 40살의 매거진 마케팅 매니저인 그녀로서는 전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호사가 아닐 수 없다. “아무것도 믿을 것은 없다는 기분”이라는 그는 “우리는 아무도 일자리를 계속 가지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난 지금 현재를 위해 살기로 했다”고 말한다.
이런 생활의 변화로 인해 그가 빚을 지게 된 것은 아니지만 저축액은 예전보다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혀 게의치 않고 그는 30달러짜리 와인을 괘짝으로 샤핑을 하고 밤이면 친구들과 외식과 오페라 관람을 즐긴다.
소비 패턴에 변화를 몰고 온 것은 경제적 불확실성 이외에 다른 사회 경제적 요인들도 있다. ‘트레이딩 업: 뉴 어메리칸 럭서리’란 책을 최근 펴낸 마이클 실버스타인의 설명을 들어보자.
사람들이 결혼을 늦게 하고, 아이를 덜 갖고, 어떤 이는 아예 결혼을 하지도 않는다. 결혼을 하더라도 대충 반은 이혼을 하는데 다시 싱글이 되면 자신을 위해 돈을 이전 보다 훨씬 더 많이 쓴다.
또 여성들은 직장 진출이 늘었을 뿐 아니라 과거 어느 때보다 훨씬 더 많이 번다. 기혼 여성중 4분의 1이 남편보다 수입이 더 많다.
새로운 소비 추세에 여성의 힘은 대단하다.
‘뉴 럭서리 지출’로 지칭할 수 있는 이같은 새로운 소비시장의 성장의 85%는 여성들에 의해 힘을 받고 있다고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마이클 실버스타인은 설명한다. 여성들이 좋은 라이프를 맛보기로 선택하고 있고 또 지금 그것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여성들이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남자가 해주기를 기다리거나 결혼까지 기다리지 않고 자신이 바로 지금 원하는 것을 산다는 알고 럭서리 제품 상인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9월 자이언트 광고회사 ‘월트 탐슨’은 소위 오른손에 끼는 다이아몬드 반지 판촉을 위해 “세상의 여성들이여, 오른손을 들어올려라”라는 광고를 내 화제가 됐는데, 이젠 남자가 끼워줄 때 까지 기다리지 말고 끼고 싶으면 자신이 지금 사서 끼면 된다는 메시지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싱글인 프리랜스 테크놀로지 컨설턴트인 리자 술지트는 지난 1월 40회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친구 40명을 맨해턴의 한 바로 초대해 크게 한번 ‘쐈다’. 바를 전세 내서 놀았는데 비용이 4,000달러 넘게 나왔다. 남들 결혼 피로연에 버금가는 대단한 파티를 벌인 셈인데 “경제는 확실하지 않고, 난 지금 친구들이 있고 돈도 있는데 뭘 더 기다리란 말인가?”라고 그녀는 게의치 않는다.
‘왜 더 기다려?’
40살 뉴욕의 헤어드레서 로케 히메네즈가 지난달 BMW Z4를 산 것도 바로 이런 풍조 때문이다. “내년 봄이나 여름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는 것 같아 지금 샀다”
즉각적인 보상 심리가 소비를 늘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같은 소비 태도는 젊은층에 강하다. 테크에 능한 세대 X 나 Y세대들. 80년대 후반이나 90년대 초에 어른이 된
이들은 지금 원하는 것을 지금 갖기를 기대한다.
샤핑몰이 부르는 소리라는 책을 이달에 펴낸 패코 언더힐은 10만 달러가 넘는 요트를 덥석 산 20대 부부를 소개하며 30년 뒤에야 구입할 수 있을 ‘드림’을 요즘 젊은 층은 지금 당장 실현해야 직성이 풀린다 고 말한다.
이런 풍조에 대한 비판과 경고도 많다. 재정상담의 대가 수즈 오만은 “오늘의 욕망 때문의 미래를 갉아 먹는 짓’이라고 손사레를 친다.
“예를들어 오늘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는데 들인 4000달러는 연률 10%로 계산하면 20년뒤에는 2만7,000달러, 40년 뒤에는 18만1,000달러가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 하지만 요즘 소비를 주도하는 새로운 소비계층에게는 40년뒤의 18만 달러는 전혀 매력적인 말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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