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우며 그윽한 품위 맛 ·향 뛰어나
와이너리 건물 전체가 석회암 우주선 모양
오크통 매년 한번만 사용 품질관리 엄격
단 한가지만 생산, 가격 병당 140달러 안팎
나파 밸리를 여러번 방문하면서도 오퍼스 원 와이너리를 구경할 기회는 좀체로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 오전 10시30분에 하루 단 한번의 투어가 있을 뿐이어서, 수개월 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만 했고, 시간이 잘 맞지 않았던 탓이다.
그런데 작년 겨울 나파를 방문했을 때는 미리 스케줄이 잡히는 바람에 별러왔던 오퍼스 원 와이너리를 둘러볼 기회를 가졌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아침, 택시를 타고 갔는데, 그 지역 주민인 택시기사는 오퍼스 원 와이너리에 데려다 달라고 하자 상당히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며 시종일관 비꼬는 듯한 말투로 이야기하였다.
프랑스의 필립 드 로실드 남작(Baron Philippe de Rothschild)이 나파 밸리의 로버트 몬다비와 공동투자해서 설립한 오퍼스 원 와이너리는 보르도의 1급 그랑크루 와인을 나파 밸리에서 생산하려는 취지하에 설립되었는데, 양국의 와인업계 대부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낌없이 돈을 투자하여 초호화판 와이너리를 설립하고 운영해 나가는 모양이 지역 주민에게는 그다지 곱게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지역 주민들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오퍼스 원 와이너리를 방문한 것은 내게는 마치 훌륭한 박물관을 방문한 것처럼 매우 감동적인 경험이었다.
1970년 로실드 남작과 로버트 몬다비가 하와이에서 처음 만났을 때 로실드의 제의로 시작된 오퍼스 원에 대한 구상은 8년후 몬다비가 보르도를 방문하면서 구체적인 틀이 잡혔다. 그 이듬해인 1979년 몬다비의 아들이며 와인 메이커인 티모시 몬다비와 로실드의 소유인 무통-로실드의 와인 메이커 루시앙 시오노가 협력하여 나파 밸리의 몬다비 와이너리에서 처음으로 그들의 와인을 만들었다. 이 와인은 1981년 나파 밸리 경매에서 한 케이스에 2만4천달러의 가격에 낙찰되었는데, 이는 캘리포니아 와인 중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한 것이다.
로버트 몬다비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토캘론(To-Kalon) 포도밭 35에이커를 오퍼스 원에 판매하는데, 토캘론은 나파 밸리 내에서도 가장 훌륭한 포도밭 중 하나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1983년에는 불어와 영어를 비롯해서 전세계 누구나 쉽게 발음할 수 있는 라틴어 이름을 찾던 중 ‘오퍼스 원’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는데, 작곡자의 작품 번호를 칭하는 ‘오퍼스’에 첫 작품이라는 뜻에서 ‘오퍼스 원’이 된 것이라고 한다.
오퍼스 원은 88년 필립 드 로실드 남작이 사망한 후 그의 외동딸 필리핀 드 로실드 남작부인이 로버트 몬다비와 함께 현재의 공동소유자이며, 와인메이커는 85년 루시앙 시오노가 은퇴하고 파트릭 레옹이 무통-로실드의 와인 메이커로 임명된 후 파트릭 레옹과 티모시 몬다비가 공동으로 오퍼스 원의 포도와 와인을 책임지고 있다.
보르도 스타일의 적포도주인 오퍼스 원의 포도주는 그 맛과 향이 뛰어나며, 품질 관리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가격이 높은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와이너리 건물 자체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곳이다.
1984년 건물 디자이너를 선발하고 89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91년 완공된 와이너리 건물은 안팍의 디자인은 물론 실내에 비치된 많은 고가 미술품, 고급 자재 등으로 많은 화제를 낳았다. 바닥부터 벽이 온통 석회암으로 되어있고, 천정에는 둥그런 모양의 나무를 얹은 이 곳은 멀리서 보기에 미래지향적으로 보이며, 얼핏 봤을 때 우주선 모양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전체 넓이가 8만 평방 피트인데, 입구가 2층에 마련되어 있고, 아래층에는 와인 저장고가 있다. 보통 와이너리들은 저장고 자리가 부족해서 오크통을 겹겹이 쌓아놓는 경우가 많은데, 오퍼스 원에서는 오크통을 먼저 한줄로 바닥에 좌악 깔아놓은 후 와인을 통에 옮겨 담는다. 세로로 쌓아놓지 않기 때문에 오크통 속에 들어있는 와인이 숙성되는 동안 품질관리를 하기가 수월하며, 오크통은 새 것으로 매년 한 번만 사용하고 다른 와이너리에 되판다고 한다.
오퍼스 원에서는 보르도의 1급 그랑 크루처럼 단 한가지 와인밖에 생산하지 않는다. 오퍼스 원의 와인의 맛과 품질에 있어서 가장 뛰어난 점은 블렌딩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부드러우면서 그윽한 품위를 느낄 수 있는 오퍼스 원 와인의 가격은 병당 140달러 안팎이지만, 구하기 힘들어서 실제 구입가격은 이보다 더 높을 확률이 크다.
한시간 이상 계속되는 와이너리 투어는 공짜이지만, 투어 후 시음하는 것은 한 잔에 25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작년 겨울 방문했을 때는 97년, 98년, 99년 빈티지 세가지 중 한가지를 골라서 시음할 수 있었다. 오퍼스 원 와이너리에서는 오퍼스 원보다 한단계 아래급인 ‘오버쳐(Overture)’라는 레이블의 적포도주를 병당 45달러의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데, 오버쳐는 다른 곳에서는 구입할 수 없고 와이너리에서만 판매한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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