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범죄자, 법정 증인들, 더 이상 숨어 있을 생각 마라, 여자 셜록 홈즈가 나가신다
멜라니 백(39)씨는 공인 사립탐정(Licensed Private Investigator)이다.
연방정부 수사관 출신인 백씨는 10년 경력의 보기 드문 아시안 여성 사립탐정으로 탐정회사 ‘골디안 인베스티게이션스(Gordian Investigations)’를 운영하고 있다.
탐정이라면 바바리 코트에 파이프를 입에 물고 주위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두리번거리는 콜롬보 같은 중년의 남자가 연상되지만 백씨의 인상은 그냥 당차고 털털한 아줌마다.
1993년 처음 사립탐정으로 일할 땐 뛰어난 두뇌회전에 검고 긴 생머리가 아름다운 아시안 여성으로 이름을 날렸다. 프로가 된 지금은 누구보다 풍부한 아이디어, 정확한 인상착의와 대화내용을 복사하는 듯한 기억력, 그리고 여성이라는 특수성을 보태 홍일점 명탐정으로 활약하고 있다.
백씨가 주로 맡는 케이스는 보험금을 노리고 사기행각을 벌이는 자를 조사하는 보험 조사, 각종 협박 및 사기사건에 휘말린 의뢰인들에게 증거나 증인 찾아주기, 피해 다니는 증인을 찾아 소환장 전달하기 등. 때로는 경찰, 검찰과 공조해 함정수사를 벌일 때도 있고 일단 용의자를 발견해도 단서를 찾기 위해 미행을 하거나 기약 없는 잠복근무도 불사한다.
2000년8월 사립탐정 라이센스를 획득해 탐정회사를 설립한 백씨는 아마도 한인여성으로는 캘리포니아주 최초의 공인 사립탐정일 것이라고 밝혔다. 까다로운 사건 대부분이 자신의 몫으로 돌아온다는 백씨의 자신감으로 미루어 어린 시절부터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탐정물이나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물에 빠져들어 탐정이 됐을 거라 짐작했지만 백씨의 대답은 사정없이 빗나갔다.
대학에서 포토저널리즘을 전공한 백씨는 어느 날 신문에 조사기자(Investigative Reporter)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지원서를 냈다가 인터뷰를 하게 됐다. 바로 그 순간 사립탐정을 구하는 구직 광고였음을 알게 됐고 이내 흥미를 가지게 됐다.
인터뷰 다음날로 탐정회사에 고용됐다는 백씨는 지금도 마찬가지 상황이지만, 10년 전 당시에는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아시안 여자탐정에 대한 수요가 절대적이었다고 말했다.
아시안계 홍일점 탐정으로 가는 곳마다 대환영을 받았다는 백씨. 검찰의 철저한 보호아래 함정수사를 벌이거나 지능범이 벌인 사기행각의 꼬리를 잡는 증거 확보를 위해 도청기를 차고 미행도 하는 등 제각기 다른 케이스를 해결해나가면서 백씨는 스릴과 재미를 맛봤다고 한다.
백씨의 주고객은 변호사 그룹이나 보험회사다.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직장, 자기명의 차가 있는 평범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1시간도 안돼 찾아낼 수 있다고 장담하는 백씨가 설명하는 공인 사립탐정 자격 조건은 다음과 같다.
우선 라이센스를 획득하려면 탐정회사에 풀타임으로 고용돼 3년 이상 일했거나 경찰, 연방수사관 3년 이상 경력자 등 조사관련업무 6,000시간 이상 종사자가 자격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수입도 좋은 편. 처음 탐정회사에 고용되면 시간당 15-17달러를 받지만 3년 이상 경력을 쌓고 라이센스를 획득한 직원의 경우 연 수입 2만∼7만 달러는 거뜬히 벌 수 있다.
백씨는 일이 거칠어 보이긴 해도 절대로 위험하지 않다며 대부분의 케이스가 방대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정부의 공개 자료와 인터넷, 전화 등으로 의뢰 받은 사건을 처리하기 때문에 오히려 여자에게 적합한 직업이라고 못박았다. 남자가 놓치기 쉬운 단서를 특유의 꼼꼼함으로 잡아내고 사람들이 경계심을 갖지 않아 조사도 남자보다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것.
게다가 자유자재로 스케줄 조정을 할 수 있어 주부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고 덧붙이는 백씨는 물론 조사내용을 리포트로 상세히 작성해야 하는 게 기본업무로 기억력이 좋아야 하고 아이디어, 용기가 요구되지만 한국 아줌마들 작정하고 덤비면 못해내는 게 없을 것이라며 인터뷰를 끝냈다. (626)284-3070 www.gordianinv.com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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