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스 데이의 장미는 한 다발도 좋고 한 송이도 좋다. ‘8가 꽃집’에서 꽃다발을 사든 피에르 임씨가 아내 선아씨에게 사랑의 키스를 선물하고 있다.
작아도큰 감동
결혼 4년째, 피에르 임·선아 부부
“가장 기억에 남는 밸런타인스 데이요. 글쎄요. 하도 많아서... 맞아요. 결혼하고 두 번째 맞는 밸런타인스 데이에 다이아몬드 링을 선물로 받았어요. 결혼할 때 사주지 못해서 미안했다며 슬며시 손가락에 끼워줬을 때 정말 ‘감동’ 먹었죠.”
캠퍼스 커플로 8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한 임씨 부부에게 오늘은 결혼 후 네 번째 맞는 밸런타인스 데이다. 아내를 끔찍이 위하는 남편 피에르씨가 마련한 올해 밸런타인스 선물은 ‘일일 휴가’.
두살 짜리 아들, 6개월 된 딸에게서 하루만이라도 해방돼 스파에 가서 마사지라도 받으며 푹 쉬라는 남편의 배려가 가득 담긴 선물이다.
“처음에는 베이비시터를 고용해 오랜만에 야외 데이트를 즐기고 멋진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함께 할 생각이었지만 아내가 좀처럼 남에게 아이를 맡기지 않거든요. 그래서 그냥 내가 베이비 시터를 하기로 했어요.”
피에르씨는 배우이자 ‘파티나(Patina)’ 케이터링의 이벤트 수퍼바이저로 일하고 있다. 샐러리맨보다 일하는 시간이 자유로워 평소에도 아들과 놀아주기는 피에르씨의 담당이고 젖먹이 딸은 아내 담당이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모유를 먹이는 딸까지 덥석 안아들고 싫다는 아내의 등을 떠밀어 집밖으로 쫓아낼 계획.
그렇다고 매년 밸런타인스 데이마다 아내에게 안겨주는 장미꽃다발을 생략하는 건 절대 아니다.
장미꽃 선물을 싫어하는 아내가 있을까. 겉으로는 돈 낭비니 다시는 사오지 말라고 큰소리 쳐도 속마음은 다르다. 5달러짜리 한 송이로부터 오늘처럼 특별한 날이면 400달러까지 치솟는 100송이 꽃다발까지 언제 받아도 남편의 사랑이 느껴지는 선물이 ‘빨간 장미’다.
“남편이 처음으로 준 밸런타인스 선물은 장미꽃과 카드였어요. 그 땐 주머니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학생이어서 값비싼 선물은 상상도 안 했죠. 장미꽃을 받고 얼마나 좋았는데요. 게다가 남편이 준 밸런타인스 데이 카드 문구가 얼마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는지 남편의 글 솜씨에 그냥 넘어갔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남편이 주는 카드는 항상 기대감을 갖고 읽게 돼요.”
지난 주 목요일 오전 피에르·선아씨 부부가 밸런타인스 데이 데이트를 미리 즐길 겸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들을 잠시 맡기고 케익 전문점 ‘보스코’에 마주 앉았다.
핑크색 하트 모양에 큐피드의 화살이 그려진 러브 케익을 쳐다보던 선아씨는 “남편에게 초컬릿 선물은 받아본 기억은 거의 없나봐요. 살찐다고 초컬릿이나 케익 같은 건 안 사줘요”라고 살짝 투덜거렸다. 이에 질세라, 피에르씨의 빠른 응수는 모든 여성의 속마음을 은근히 꼬집었다.
“옛날엔 그렇지 않았는데 아내도 요즘은 비싼 선물을 받아야 좋아하는 표정이 역력해요.”
밸런타인스 데이인 오늘, 프로포즈 받은 지 꼭 일년만에 결혼식을 올리는 정한나(왼쪽)·성태경씨 커플.
오늘 정한나(23·애프터스쿨 프로그램 디렉터)씨와 결혼하는 성태경(24·오이코스 교회 전도사)씨의 ‘2003-0214 프로포즈 작전’은 지난해 남가주 한인 청소년들 사이에 잔잔한 화제가 됐던 깜짝 청혼 스토리다.
2003년 2월14일 평생 기억에 남을 말 한마디 “나랑 결혼해 줘”를 위해 몇 날 몇 일을 계획하고 준비했던 태경씨의 프로포즈 작전은 여성이라면 한번쯤은 머릿속에 그려본 적 있는 영화 같은 장면이다. 이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한나씨의 가족 모두가 동원됐고 태경씨는 차질 없는 작전 수행을 위해 빈틈없는 준비를 했다.
“밸런타인스 전날, 태경씨가 내일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몇 번이나 당부를 했어요. 다음날 새벽에 눈을 떴더니 침대 위에 뉴욕행 비행기표가 있잖아요. 너무 놀라 엄마를 찾았는데 가족들 모두 이미 제 짐을 다 싸놓고 공항으로 데려갈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그 날 한나씨는 첫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날아 갔다. 이미 하루전날 뉴욕에 당도해 있던 태경씨가 공항으로 보내준 택시를 타고 맨해턴의 한 호텔에 도착했다. 로비에 들어선 순간 한나씨의 두 눈을 더욱 동그랗게 만든 건 꽃다발을 든 태경씨의 환한 미소.
이어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태경씨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록펠러 센터 아이스 링크. 언젠가 뉴욕에 가면 제일 먼저 가고 싶은 장소가 어디냐는 태경씨의 질문에 록펠러 센터를 꼽았던 기억이 스쳤다는 한나씨에게 록펠러 센터 아이스 링크는 시작에 불과했다. 한나씨에게 이 날은 뜻밖의 사건(?), 서프라이즈의 연속이었다.
“처음 가보는 뉴욕인데다 날씨도 추워서 둘이 손을 꼭 잡고 아이스 스케이트를 탔어요. 그런데 갑자기 태경씨가 손을 놓고는 저만치 가잖아요. 몇 초 지나지 않아 조그만 상자 하나를 주머니에서 꺼내 프로포즈를 했어요. 놀라움과 기쁨 때문에 얼음판 위로 넘어질 뻔했죠”
만난 지 두 달만에 받은 청혼이었다. 이런 청혼을 어떻게 거절할 수 있을까. 더욱이 한나씨 자신도 태경씨 같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었는데. 그로부터 딱 1년이 지난 오늘, 그러니까 2004년 2월14일 밸런타인스 데이에 두 사람은 웨딩마치를 울린다.
이렇게 멋진 프로포즈를 한 태경씨가 올해 밸런타인스 데이에는 또 어떤 깜짝 이벤트를 벌일지 결혼 현장까지 밀착 취재하고 싶었지만, 첨이라 긴장되고 떨려 정신이 하나도 없다며 부드럽게 거절하는 신부의 요청으로 ‘2004-0214 웨딩 작전’은 공개할 수 없음이 아쉽다.
<하은선기자>
▲밸런타인스 데이에 결혼하는 성태경·정한나씨 커플
오늘 정한나(23·애프터스쿨 프로그램 디렉터)씨와 결혼하는 성태경(24·오이코스 교회 전도사)씨의 ‘2003-0214 프로포즈 작전’은 지난해 남가주 한인 청소년들 사이에 잔잔한 화제가 됐던 깜짝 청혼 스토리다.
2003년 2월14일 평생 기억에 남을 말 한마디 “나랑 결혼해 줘”를 위해 몇 날 몇 일을 계획하고 준비했던 태경씨의 프로포즈 작전은 여성이라면 한번쯤은 머릿속에 그려본 적 있는 영화 같은 장면이다. 이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한나씨의 가족 모두가 동원됐고 태경씨는 차질 없는 작전 수행을 위해 빈틈없는 준비를 했다.
“밸런타인스 전날, 태경씨가 내일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몇 번이나 당부를 했어요. 다음날 새벽에 눈을 떴더니 침대 위에 뉴욕행 비행기표가 있잖아요. 너무 놀라 엄마를 찾았는데 가족들 모두 이미 제 짐을 다 싸놓고 공항으로 데려갈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그 날 한나씨는 첫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날라 갔다. 이미 하루전날 뉴욕에 당도해있던 태경씨가 공항으로 보내준 택시를 타고 맨해튼의 한 호텔에 도착했다. 로비에 들어선 순간 한나씨의 두 눈을 더욱 동그랗게 만든 건 꽃다발을 든 태경씨의 환한 미소.
이어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태경씨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록펠러 센터 아이스 링크. 언젠가 뉴욕에 가면 제일 먼저 가고 싶은 장소가 어디냐는 태경씨의 질문에 록펠러 센터를 꼽았던 기억이 스쳤다는 한나씨에게 록펠러 센터 아이스 링크는 시작에 불과했다. 한나씨에게 이 날은 뜻밖의 사건(?), 서프라이즈의 연속이었다.
“처음 가보는 뉴욕인데다 날씨도 추워서 둘이 손을 꼭 잡고 아이스 스케이트를 탔어요. 그런데 갑자기 태경씨가 손을 놓고는 저만치 가잖아요. 몇 초 지나지 않아 조그만 상자 하나를 주머니에서 꺼내 프로포즈를 했어요. 놀라움과 기쁨 때문에 얼음판 위로 넘어질 뻔했죠”
만난 지 두 달만에 받은 청혼이었다. 이런 청혼을 어떻게 거절할 수 있을까. 더욱이 한나씨 자신도 태경씨 같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었는데. 그로부터 딱 1년이 지난 오늘, 그러니까 2004년 2월14일 밸런타인스 데이에 두 사람은 웨딩마치를 울린다.
이렇게 멋진 프로포즈를 한 태경씨가 올해 밸런타인스 데이에는 또 어떤 깜짝 이벤트를 벌일지 결혼 현장까지 밀착 취재하고 싶었지만, 첨이라 긴장되고 떨려 정신이 하나도 없다며 부드럽게 거절하는 신부의 요청으로 ‘2004-0214 웨딩 작전’은 공개할 수 없음이 아쉽다.
▲나의 밸런타인은 어디에...
혼자서도 즐거운 비디오게임, 싱글을 위한 깜찍한 가전 제품, 둘이 가면 돈만 더 드는 여행패키지상품, 싱글들만 환영하는 온라인 모임과 파티 등 풍요로운 소비 사회는 싱글 라이프 스타일을 즐겁게 만든다. 이렇게 싱글족이 늘어가고 ‘싱글로 사는 게 더 좋다’는 주장이 강하지만 오늘, 밸런타인스 데이 만큼은 화려한 싱글이 한없이 위축되는 날이다.
지난 5일 저녁 퓨전 레스토랑 집(ZIP) 2층에서 ‘싱글즈 파티(Singles Party)’가 열렸다. 21세 이상의 싱글남녀 100여명이 참가한 이 파티의 취지는 ‘마이 밸런타인 찾기’.
이날 준비된 상품은 둘 만의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쿠폰부터 뷰티, 스파 이용권까지 밸런타인스데이를 혼자 보내야 하는 싱글들이 ‘혹’할만한 아이템들로 가득해 참가자들은 어느 때보다 짝짓기 게임에 적극 참가했다. 주목할만한 현상은 남녀 참가자 비율이 남자 둘에 여자 하나로 마이 밸런타인을 찾고 싶은 욕구는 남자가 더욱 강했다는 것.
친구 4명과 함께 이날 행사에 참가한 이동현씨는 “밸런타인스 데이요? 여자친구 없으면 정말 괴롭죠. 집에 있기도 싫지만 친구들과 밖에 나가봐야 눈꼴사나운 모습만 보이거든요”라고 말했다. 옆 테이블에 앉아 곁눈질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혜나 김씨도 마찬가지 이유를 들먹였다. “이맘때만 되면 애인이 있는 친구들은 초컬릿을 만드는 게 좋을까 케익을 구울까 하며 호들갑을 떨죠. 아예 싱글이 아닌 친구는 만나지도 않는 게 상책이에요”라고 말하는 그녀는 나이를 먹어도 포기하지 못하는 게 밸런타인스 데이 선물 받기라고 덧붙였다.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밸런타인스 데이에 주고싶은 선물이 있어요. 영국 유학을 다녀온 언니에게 들었는데 영국에서는 나무로 러브스푼을 조각해 선물로 준다고 해요. 하트, 열쇠, 열쇠구멍이 주로 스푼에 조각되는 모양인데 ‘당신은 내 마음의 자물쇠를 연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죠”
이날 마이 밸런타인 찾기 파티는 달콤한 사랑까지 녹여 초컬릿을 만들고 싶고, 평소보다 비싼 장미꽃다발이라도 아낌없이 바치고 싶은 싱글들로 밤늦게 까지 계속됐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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