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세계로 여행 떠나자
아늑하고 로맨틱한 실내 분위기
새롭고 깔끔한 요리들 혀끝 자극
어디 그런 남자 없을까. 어느 날 갑자기 납치하듯 여자를 옆에 태우고 마냥 달리는 남자. “도대체 지금 어디 가는 거야?” 하며 걱정스레 묻는 말에 초컬릿처럼 달콤하고 유혹적인 목소리로 “우리 지금 기차 타고 멀리 도망가자.”며 유니언 역에 차를 세우는 남자. 그 다음은 어떻게 되든 괜찮다. 기차를 타고 정말 멀리 도망을 가도 되고 그도 아니라면 유니언 역에 있는 레스토랑 트랙스(Traxx)에서 한 끼 식사를 하고 돌아온다 해도 그와 보낸 저녁 시간은 살갗 떨리는 기억으로 영원히 남을 테니까.
트랙스가 위치한 곳은 항상 가슴을 설레게 하는 유니언 스테이션 안. 공항과 더불어 기차역에는 만남과 이별이라는 인생의 영원한 감동이 공존한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 온 젊은 여행자들이 꼭 그들 마음 고생만큼의 크기인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플랫폼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보며 테르미니역과 몽빠르나스역의 추억에 젖어든다.
기차역 안에 있는 식당 하면 자동적으로 서울 역 안의 그릴 분위기를 떠올릴 테지만 트랙스는 유니언 역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멋진 분위기다. 노란 색 밝은 실내는 아늑하고 차분하며 로맨틱하다.
모던한 인테리어는 중후하고 묵직한 느낌의 유니언 역 내부와 상반된 듯 하면서도 잘 어울린다. 실내에 앉아 세심한 서비스를 받는 것도 기분 좋고 귀족의 정원처럼 널찍한 패티오에서 달빛 아래 하는 식사도 특별하다. 자카란다 만발한 계절이면 이 패티오는 꽃향기와 흩날리는 꽃잎으로 더욱 로맨틱하다.
포테이토 뇨끼를 곁들인 거위 구이
바삭하고 부드러운 크랩 케이크
시금치와 콩을 곁들인 로스트 비프
야채 리조또와 닭구이
트랙스의 여주인이자 총주방장은 타라 토머스(Tara Thomas). 캘리포니아 요리 아카데미(California Culinary Academy)를 마치고 5다이아몬드 급의 하라 레이크 타호 리조트(Harrah’s Lake Tahoe Resort)에서 요리를 시작한 그녀는 이탈리아 라보리아노 지방으로 6개월간 유학을 떠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로 돌아와서는 나파 밸리의 와이너리, 샌프란시스코 리츠 칼튼에서의 화려한 커리어를 거쳐 로스앤젤레스에 정착했다.
1992년 그녀가 문을 연 다운타운의 410 BOYD는 새롭고 깔끔한 맛으로 입맛 까다로운 이들의 주목을 받았던 곳. 1997년 트랙스를 오픈했을 때 Gourmet, Food & Wine, Los Angeles Times 등 주요 언론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녀의 맛의 세계를 칭찬했다. NBC TV의 ‘Travel Cafe’에 출연한 이후 그녀는 LA 레스토랑 업계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큰손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런치 때라면 왕새우와 홍합 전채(Cumin & Polenta Crusted Prawns & Prince Edward Isle Mussels)로 시작해보자. 왕새우와 홍합을 인도 풍미가 느껴지는 큐민, 옥수수 폴렌타에 살짝 입혀 커리 국물에 조리한 전채인데 이국적인 향기가 오래 여운으로 남는다. 브리 치즈와 허니 디종 아이올리를 곁들인 닭고기 샌드위치, 크랜베리 호스래디쉬 머스터드와 훈제 칠면조 샌드위치, 훈제 구다 치즈와 햄을 넣은 샌드위치 등 고메이 샌드위치는 한 끼 식사로도 아쉬움이 없을 만큼 훌륭하다.
디너 메뉴를 살펴볼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하데스의 아내, 페르세포네의 이름을 딴 샐러드(Persephone’s Salad)가 눈길을 끈다. 어린 페넬 이파리 등 부드러운 그린 샐러드 아래에는 주황색 감을 엷게 저며 깔고 위에는 붉은 빛의 석류와 아몬드 조각을 뿌려내 일단 시선을 자극하더니 맛 또한 과일 향과 야채가 조화롭게 섞여 깔끔하다.
크랩 케이크(Louisiana Lump Crab Cakes)는 트랙스의 자랑거리. 겉은 바삭거리며 안은 부드러운 것이 우수상이라도 주고 싶은데 사우스웨스트 풍의 소스(Chipotle Chile Remoulade)가 매콤한 향을 더한다. 아히 튜나 타르타르(Ahi Tuna Tartare)는 미역 줄기, 오이, 시소 이파리 등 동양적인 야채를 잘게 다져 유자 드레싱과 섞어 무치고 가운데 왕새우 구이를 하나 얹은 것이 새콤달콤하다.
디너 메인 디쉬 가운데는 포크찹(House Cured Pork Loin Chop)을 적극 권한다. 달짝지근한 무화과 소스와 부드러운 육질이 아주 잘 어울리는 이 메뉴는 무화과 폴렌타(Mission Fig Polenta)와 시금치 볶음을 곁들여 더욱 만족스럽다. 양고기(Grilled Rack of Lamb)와 거위 구이를 아주 잘하는 트랙스는 기차 타러 가는 길에 들를 곳이 아니더라도 따로 시간을 내어 꼭 가볼만한 로맨틱한 레스토랑이다.
Tips
▲종류: 아시안 터치가 더해진 유럽풍의 캘리포니아 요리. ▲오픈 시간: 런치는 월-금요일 오전 11시30분-오후 2시30분. 디너는 월-금요일 오후 5시30분-9시. 토요일은 오후 5시-9시30분. 일요일은 문을 닫는다. ▲가격: 런치 전채는 6-14달러. 샌드위치는 10-14달러. 메인 디쉬는 15-19달러. 디너 전채는 8-14달러. 메인 디쉬는 19-27달러. ▲주차: 역 위쪽으로 Valet Parking이 있다. ▲주소: 800 N. Alameda St. Los Angeles, CA 90012. Union Station 안. ▲전화: (213)625-1999. ▲웹사이트: www.traxxrestaurant. com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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