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한파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얼마나 추운지 목도리에 가죽장갑으로 완전무장을 하고서도 몸을 움츠려야 한다. 올 겨울은 예년과 다르게 유난히 춥다. 뉴욕으로 이민 온 15년이래 처음 맞이하는 추위가 아닌가 싶다.
매서운 겨울 한파.
따뜻한 아랫목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따뜻한 찻잔의 온기도 그리워진다. 뜨거운 홍합탕 국물에 소주 한잔으로 추위를 견뎌야 할 것 같은 날들의 연속이다.이 추운 겨울 아이들이 마냥 방에만 파묻혀 있다. 추운 겨울이라고 마냥 컴퓨터에 붙어산다.
흰눈이 내리는 날에도 눈사람 만들기보다는 인터넷게임에 푹 빠져있을 뿐이다. 춥다고 집안에서만 놀다보니 건강도 말이 아니다. 겨울이면 감기를 달고 살며 콜록거리기 일쑤다. 컴퓨터세대인 요즘 어린이들의 겨울나기의 한 모습이다.
30년도 훨씬 전 한국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 겨울. 그 당시 겨울은 더욱 추웠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추운 겨울에도 손이 트는 줄도 모르고 밖에 나가 신나게 놀았다. 손발이 꽁꽁 어는 것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때는 겨울놀이도 많았다. 연날리기, 자치기, 팽이 돌리기, 눈사람 만들기, 썰매와 스케이트 타기 등 얼음지치기는 빼놓을 수 없는 놀이였다. 그 가운에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는 놀이는 썰매타기와 구슬치기 놀이다.
썰매타기는 참 재미있는 겨울놀이였다.
썰매는 대부분 나무판자에 굵은 철사로 얼음에 닿는 날을 달아 만든다. 날이 두 개 달린 썰매는 무릎을 끓고 앉아 벙어리 장갑 낀 양손에 든 꼬챙이로 얼음을 지치면 앞으로 쌩쌩 나간다. 날이 하나만 달린 썰매를 탈 때는 균형을 잡느라 뒤뚱거리고 넘어지지만 재미에 빠져 아픈 줄 모르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르며 놀았다. 추운 겨울 날씨에서 온 힘을 다하여 노느라
털모자를 벗으면 땀 때문에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놀던 겨울놀이가 썰매타기였다.
겨울철 구슬치기는 내가 가장 좋아했던 놀이였다. 그 당시 구슬은 내 재산목록 1호였다. 소중한 재산인 구슬을 잃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기억은 여전히 남아있다.구슬치기는 많이 놀다보니 놀이 방법도 다양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놀이가 ‘삼각형’ 놀이였다.
겨울 언 땅위에 양쪽으로 선을 긋고 그 가운데 삼각형 모양의 그림을 그리고 구슬을 그 안에 넣은 다음 일정한 거리에서 던져 맞히는 놀이가 바로 삼각형 놀이다. 또 땅에 구멍을 파고 구슬을 넣은 다음 일정한 거리에서 구슬을 던져 구멍 안의 구슬을 빼내는 ‘구멍파기’도 있었다. 땅에 위에 하나 아래에 일렬로 세 개의 구멍을 판 다음 구멍과 구멍 사이를 순서대로 오가는 ‘봄들기’도 있었다.
상대방의 구슬을 맞혀 구슬과 구슬이 떨어진 거리만큼 구슬을 받는 ‘5보 10보’와 같은 놀이도 많이 했다. 가끔씩 구슬을 벽에 던져 튀겨 나오면서 상대방 구슬을 맞혀 따먹는 ‘벽치기’도 했다. 때로는 구슬치기 놀이가 동전 치기로 발전, 놀이가 아닌 도박(?)성을 띠는 경우도 있었다. 손에 쥔 구슬을 알아맞히는 ‘쌈치기’나 ‘홀짝’ 놀이가 그랬다.
이같은 겨울놀이는 이제 흘러간 옛 이야기가 됐다. 컴퓨터만 끼고 사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아득한 먼 옛날에 지나간 옛것으로 존재할 뿐이다. 추운 겨울이다.춥다고 아이들은 밖에 나가 놀기를 꺼려한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집안에서만 지내기 일쑤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춥다고 아이들과 함께 밖에 나가기보다는 집안에서 비디오만 즐긴다. 단지, 추위를 잠시 벗어나려 따뜻한 곳으로 골프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꽤 있다. 어른이나 아이나 추위를 이겨내기보다는 피해갈 뿐이다.
추위는 피해 간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서는 추위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야 한다. 이는 추위를 피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밖에 나가 놀이를 즐기면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일 게다.
엄청 춥다.하지만 날씨가 춥다고 집안에만 있을 것이 아니라 자녀와 함께 밖에 나가 썰매타기나 구슬치기가 아니라도 겨울 놀이를 즐길 것을 권하고 싶다.가족과 함께 밖에서 신나게 놀다보면 ‘무서운 추위’도 ‘이까짓 추위’로 쉽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연창흠 편집위원>
chye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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