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도 여러 가지다. 어떤 직업의 사람들은 시간당 7달러를 받나 하면 어떤 사람들은 시간당 수백 수천 달러를 받는 사람도 있다. 정당하게 일을 하고 정당하게 보수를 받는 것은 상식이다. 보수란 능력에 따라 주어진다. 능력이 모자라 적은 보수를 받는다면 본인의 문제이지 보수를 주는 사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특이한 직업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시간당 몇 백이 아닌 몇 천 달러를 벌어 ‘바치는’ 사람들이다. 돈을 벌어 바치되 그 돈이 몽땅 다 그 사람들에게 다시 돌아오지는 않는다. 다만 직업에 충실한 사람이 되어 보수는 받되 진급에 영향은 있을 것이다. 이런 직업의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경멸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며칠 전 여행 가방이 다 떨어져 새 것으로 갈기 위해 싼 가방 가게를 찾아 돌아다녔다. 도매가로 파는 곳에 갔더니 여섯 피스에 145 달러 나가는 가방이 있었다. 큰 가방 하나가 필요한데 다른 다섯 가방도 덤으로 사야해 사지 않고 동네를 돌아보기로 했다. 마침 퀸즈 블러바드 39가에 가방만 파는 가게가 있었다.
눈이 온 후라 길가엔 눈과 얼음으로 차 있었다. ‘마틴 루터 킹 쥬니어 데이’ 공휴일이었지만 공휴일 날 미터기에 돈을 집어넣지 않고 딱지를 띤 적이 있어 쿼터 동전 2개를 넣었다. 하나에 30분씩 1시간의 주차시간을 벌었다. 가방가게에 가서 이것저것 보다가 크고 싼 게 하나 있어 그 것을 샀다. 45달러 가방을 35달러 세일로 파는 것이었다.
보기에도 좋았고 튼튼했다. 비싼 것은 200에서 300달러도 있었다. 그러나 아주 싼값에 좋은 물건을 샀다고 흥에 겨워 자동차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자동차 앞 유리창 앞에 빨간딱지가 끼워져 있었다. 미터기를 보았더니 아직도 30분의 여유가 남아 있었다.
도대체 공휴일 날, 미터기에 동전까지 집어넣었는데 이건 무슨 날벼락인가!딱지를 보았더니 115달러 벌금에 표시가 되어 있었다. 이유를 봤더니 4시부터 7시까지 노파킹인데 딱지를 뗀 시간은 4시5분이었다. 가방가게에서 나온 시간은 4시5분이 조금 지난 뒤였다. 5분 사이에 115달러를 그 사람은 벌었다. 이렇게 계산하면 그 직업의, 그 사람은 1시간당 1,370달러를 버는 사람이었다.
미터기에만 정신을 쏟았지 길가에 세워진 사인 판 ‘노 주차’ 시간은 전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결국 35달러 가방은 졸지에 150달러 가방이 되어버렸다.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뉴욕생활 2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이런 ‘생돈’을 뜯기다니 분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어쨌건 딱지를 떼는 직업을 가진 그 사람은 시간이 지나 떼었으니 잘못은 없다.
그래도 너무 비정한 감이 들었다. 얼굴이 쭈그렁바가지가 되어 빨간딱지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정초부터 벌금 같은 건 물지 않으려고 새벽마다 자동차를 옮기곤 했는데 이렇게 허무한데서 딱지를 떼게 되어 영 기분이 엉망이었다. 기분 좋게 보내려 했던 공휴일은 엉망진창, 마음이 벌 쑤신 듯 아픈 날이 되고 말았다.
150달러 가방을 가져와 “비싼 가방 하나 샀다고 생각하자”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단 5분도 봐주지 않고 공휴일 날 딱지를 뗀 그 직업의 사람만 원망스러웠다. 어떤 사람에게 이 일을 얘기했더니 그 사람 왈 “5분은 많이 봐준 거예요. 자동차 옆에 기다렸다가 1분만 지나도 그 직업의 사람들은 딱지를 뗀다구요”라며 흥분해 했다.
직장 동료 한 사람은 며칠 전 플러싱 도서관 앞에서 자동차를 타고 있는데 딱지를 떼었다고 한다. 딸이 도서실에 들어간 사이 파킹자리를 찾았으나 없어서 잠시 더블 파킹을 하고 자동차 운전대에 앉아 있었는데도 주차요원이 오더니 더블파킹을 했다고 115달러 빨간딱지를 주고 갔단다.
이 동료는 나보다도 더 억울하게 당한 경우다. 그 직업의, 그 사람은 1분에 115달러를 벌었으니 시간당 6,900달러를 버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계산이 된다. 60분 x 115달러 = 6,900달러.
블룸버그 시장이 시의 적자를 메우려고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묘안을 낸 것이 딱지 요금 인상과 마구잡이 딱지 떼기다. 지난 해 수천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서민들만 더 힘들어지게 된 경우다.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딱지를 떼는 그 직업의 사람들을 경멸의 대상으로만 볼 게 아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딱지를 안 떼는 게’ 상책이 아닐까.
김명욱(목회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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