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에는 세상 곳곳에서 크나큰 천재(天災)와 인재(人災)가 일어났다.
옛말대로 악에 물든 인간에게 하늘이 내리는 벌인지 모르겠다. 새해를 맞이했으니 이제 묵은 해를 돌아보고 재앙에서나마 얻은 교훈을 되새길 때이다. 위기는 항상 기회를 제공하는 양면성이 있으니까.
이란에서는 지진으로, 그리고 중국에서는 가스 유전의 폭발사고로 수만의 사망자와 이재민이 발생했다.조국 한국에서는 수백억, 수천억원에 이르는 정치자금을 등쳐온 대도(大盜)들의 사건으로 온 나라가 법석이다. 그래도 뭐니뭐니 해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그중 가장 큰 사변임에 틀림없다.
천재지변이야 불가항력의 일에 속한다. 그러나 이라크 침공이나 한국의 정치자금 사건은 사람이 만들어낸 인재에 속하는 일인 만큼 여기서 우리는 사건의 재발을 막을 교훈을 얻어야 발전하는 인간일 수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돌이켜 보자. 미국와 영국 연합군이 하루아침에 기습적으로 침공을 개시한 것이 아니다. 의문의 여지 없는 경고가 있었지만 철권 사담 후세인은 귀를 막았다. 그래서 오히려 전세계는 이라크가 미국의 침공을 격퇴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를 갖추고 있는지 모른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이번 침공은 공개된 스케줄에 맞추어 집행된, 세상 사람 모두가 예견한 일이었는데도 오직 사담 후세인만 이를 믿지 않았다. 결국은 전쟁이 시작되었고 백성을 도륙(屠戮)해 오던 사담 후세인은 멸망을 자초했다.
그야말로 생쥐처럼 땅굴에 숨어있다 무장까지 하고 있으면서도 자결하지 못하고 사로잡혀 보여준 사담의 꼴은 오히려 연민을 일으키게 했다. 그토록 악랄한 전대미문의 독재자였지만 역시 그는 그릇이 모자라는 한 악인에 불과한 것이 증명되었다. 이번 전쟁은 이라크 백성들에게는 엄청난 비극이지만 또한 새출발을 의미하는 희망이기도 하다.
이라크 침공으로 보여준 미국의 강경 외교정책은 미국에 적대적 관계에 있던 같은 부류의 제재 대상 후보들이 그들의 인식과 자세를 바꾸게 한 선례가 된 것이 틀림없다.
핵무장 의심을 받고 있는 이란이 유엔의 핵 사찰을 받아들이기로 했고 뒤따라 테러 지원국 가운데 으뜸으로 꼽히던 리비아의 카다피가 대량살상무기의 폐기를 선언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제 세계의 시선은 북한으로 쏠려 있다. 북한이 비밀로 핵무기를 개발하던 것이 들통난 것은 미국의 대북 강경파들에게 기다리던 기회를 제공하게 된 오히려 긍정적이라 할 사건이다. 이참에 북한의 확실한 핵무장 해체를 끝까지 밀고 갈 확고부동한 결의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위기가 기회를 마련해 준 것이다.
북한이 그동안 온갖 구실과 술수를 가지고 시간을 벌어오던 6자회담을 갑자기 다시 시작하자고 선언했다. 그리고 몇일 전 뜻밖의 북한 뉴스 하나가 우리의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김정일이 <가장 어리석은 세 가지 사람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과 음악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 그리고 컴퓨터를 모르는 사람>이라 했단다. 북한의 현실에서 이런 어리석지 않은 축에 들 수 있는 사람이 지금 몇이나 될지 김정일이 몰라서 하는 헛소리가 아닐 것이다.
굶주리고 있는 인민들을 두고 음악 감상을 할 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이 있다고 했다면 개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그러나 이 발언이 북한 사회의 변화를 예고하는 한 가닥 신호인지도 모른다.세상이 변하고 있는 것은 틀림 없다. 최근 이런 북한의 일련의 태도는 전쟁의 위기로 벼랑 끝을 오르내리던 자세를 다시 가다듬기 시작한 징조이기도 하다.
때를 맞추어 우리에게는 오는 4월에 총선이 예정되어 있다. 우리 백성들은 지금까지 너무 많이 정치인들로부터 농락을 당해 왔다. 국회가 산적한 중요 법안을 폐기하면서도 도적으로 지목된 그들 식구의 체포 동의안을 부결시킨 것은 그들 스스로가 보여준 한국 정치인들의 양심 수준이다.
이번 선거에서 그 덜미가 드러난 이들 정치판 도적들을 영원히 몰아내는 역사적인 거사를 새해 소망의 제일 우선으로 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이들을 척결하지 못하고 다시 이들을 정치판으로 내보내는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하면 우리 민족은 조폭(組暴) 패거리와 다를 바 없는 이런 더러운 정치인들의 농락을 당해 마땅한 희망이 없는 미개 민족으로 매도될 것이다.
월드컵대회 때 우리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단결할 수 있는 지혜로운 민족임을 보여주었다. 우리의 소망을 이룰 지혜를 발휘할 때이다.
박중돈(법정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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