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너무 어지럽다 보니 사람들의 마음이 강팍해지고 있다. 자고 깨고 보면 들리는 소식들이 온통 우울한 것들뿐이니 그럴 수밖에. 더욱이 우리가 떠나온 한국의 정치권은 한시도 쉬지 않고 나 잘났다, 너 못났다 공방의 연속이다. 경제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침체의 늪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회는 어딜가도 온통 범죄와 사고로 얼룩지고 지구촌 전체도 테러와 지진, 천재지변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갈수록 여유 없게 하고 있다. 특히나 경제는 너무 어렵고 보니 먹고살기 위해 은행을 터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신용카드 사기범이 줄을 잇는다. 공갈, 협박 사건들도 하루가 멀게 신문, 방송을 장식하고 있다.
그 뿐인가. 취직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사업에 실패해 비관 투신, 또는 목매 자살하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고 견디다 못해 ‘우리 모두 죽자’며 일가족이 목숨을 끊는 가정이 갈수록 늘고 있다.이런 모습을 접하면서 우리는 세상에서 바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겹고 어려운 것인가를 절감하게 된다.
’진흙속의 진주’ ‘어둠속에 피어난 꽃’이라는 말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갈수록 찾아보기가 어렵다. 어떻게 하면 내 한 몸 살기 위해 남을 넘어뜨리고 괴롭히고 울리고 해치는 일들만 하려는 사람들로 세상은 가득찬 것처럼 보인다. 이런 속에서 살다 보니 사람들의 스트레스나 긴장, 강팍해지는 마음은 웬만한 것으로는 잘 해소되지 않는다.
짓눌리고 쫓기고 공허해지는 마음을 사람들은 보통 운동이나 TV 드라마, 영화 등 스포츠나 레저, 문화, 연예물로 달랜다. 이를 이용해 관련 제작자들은 감성을 더 자극하는 쪽을 선호한다. 그래선지 요즈음은 대부분의 오락물 제작자들이 사람들의 주의와 흥미를 더 끌고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때리고 부수고 치고 박고 죽고 죽이는 쪽으로, 이왕이면 더 포악하고 공포적인 것들을 만들려 한다. 하다못해 영화나 드라마에는 눈 뜨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고 참혹한 장면들이 부지기수다.
그러고 보니 세상을 훈훈하게 녹이고 보듬는 미담들은 점점 우리 주위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누가 누구를 돕고, 누가 누구를 위해 희생하거나 몸을 불사르는 아름다운 이야기의 주인공은 갈수록 찾아보기 어렵다. 세상을 밝게 만든 위인들의 이야기가 새삼 그리워진다.
평생을 아프리카 흑인들의 병을 무료로 고쳐주며 사랑을 베푼 알버트 슈바이쳐 박사. 가난한 어린이들을 위한 사랑의 사도로서 평생 살다간 페스탈로찌, 군대 야전병원에서 피흘리는 군인들을 자신의 몸을 던져 간호한 백의의 천사 프로렌스 나이팅게일, 가난한 이들의 어머니 성녀 테레사 수녀, 이들은 아무리 역사가 흘러가도 인류의 가슴에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빛으로 남아 있다.
이들의 이름을 굳이 들추지 않더라도 아름다운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도 이따금 들려온다. 지난해 한국의 기차역에서 이름모를 한 아이의 생명을 건지기 위해 살신성인, 두 다리를 잃은 철도원의 이야기는 이런 험악한 사회에서 너무나 감동적이고 아름답다.
이러한 미담은 우리들의 메마른 가슴을 훈훈하게 채워주며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둡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나 하나의 조그마한 손해, 그리고 사랑, 정성이 주위를 넉넉하게 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새해벽두 한국에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세파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고 있다. 맨손으로 자수성가, 부도난 병원을 인수해 흑자로 올려놓고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400억원을 병원 직원들에게 선뜻 내놓은 박순용 이사장의 이야기다.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는 그래도 살 맛이 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들이 있기에 우리들
은 어떠한 고난이나 난관에도 좌절하지 않고 내일을 향해 희망을 안고 힘차게 살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주위를 배려하고 사랑하는 것은 꼭 큰 일을 해서만이 아니다. 하다못해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노약자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보살피고, 병자를 위해 헌혈하거나 엘리베이터에 오가는 사람들을 위해 문을 열어주거나 서로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일, 길을 물어오는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일, 이런 것들은 자그마한 것이라도 기쁨과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랑이요, 배
려요, 헌신이다.
이런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많이 넘쳐 날 때 세상은 밝아지는 것이다.
여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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