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직장이나 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서로 아침 인사를 나눈다. 미국에서는 하루가 시작되는 아침에 ‘Good morning’이라고 하여 하루를 기분 좋게 출발한다.
또 헤어질 때는 ‘Have a nice day’라고 하여 역시 하루를 잘 보내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요즘 젊은 사람들은 미국식 인사를 직역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I love you’를 ‘사랑해’라고 하는 것처럼 ‘Good morning’을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한다.
그러나 한국사람들이 오래동안 사용해 온 특이한 아침 인사가 있다. 대체로 한국식 인사는 아래 사람이 윗사람에게 하는 것으로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하고 인사한다. 지난 밤, 긴 잠에서 무사히 깨어났느냐는 뜻인지, 또는 밤에 잠을 잘 자야 다음 날 하루가 편하기 때문에 잠자리가 편하게 잤느냐는 뜻인지는 몰라도 잠을 잘 잤느냐가 아침 인사이다.
또 인사하는 때가 식사 때와 겹치게 되면 ‘진지 잡수셨습니까’가 인사이다. 예전에는 한국인의 생활이 궁핍했던 탓으로 먹는 것이 일상생활의 주요 관심사였기에 상대방에 대한 식사 문제를 챙기는 것이 관심과 배려의 표시였는 지도 모른다. 아무튼 시골에서는 식사 때 인사치례로 ‘밥을 먹었느냐’고 묻는 것이 아니라 식사를 했다고 해도 밥을 먹고 가라고 붙잡는 것이 우리네 인심이었다.
하루가 이렇게 인사로 시작하듯 새해가 되면 새해 인사가 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가 대표적 인사이다. 사람에게는 길흉화복이 따르기 마련인데 복을 받아야 잘 살 수 있기 때문에 새해에는 상대방에게 복을 많이 받으라고 축원해 준다. 새해 인사는 세배를 주고 받을 때도 하고 새해에 처음으로 만날 때도 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끼리는 서한으로 주고 받았는데 이것이 오늘날 연하장이 되었다.
새해 인사는 남에게 잘 되라고 기원하는 것이 상례이다. 미혼 남녀에게는 금년에 국수 먹게 해 달라고, 즉 결혼을 하라고 하고 결혼한 부부에게는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으라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라고 하든지 승진 또는 시험에 합격하라는 등 인사를 한다. 이런 새해 인사를 덕담이라고 하는데 덕담은 사람의 말에 영적인 힘이 있어 말한 대로 된다는 믿음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그런데 요즘 새해 인사는 건강에 관한 인사가 많다고 한다. 실제로 이번 새해에 주위에서 받는 인사도 건강에 관한 것이 많았다. “건강하십시오” “건강이 제일이지요” 등등. 건강이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기 때문이다. 건강이란 신체적, 정신적으로 병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데 WHO가 정의한 건강은 좀 더 의미가 광범하다.
즉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에 놓여있는 것”을 건강이라고 했다. 이런 건강이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무엇이겠는가.
그런데 현대인에게는 건강 문제가 과거 시대보다 더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우선 사람의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년기의 생활기간이 길어졌다. 인생이 생로병사의 과정이므로 늙어지면 죽음에 이르는 사이에 수많은 질병에 시달리게 된다. 노년기의 생활은 바로 이 질병과 싸우는 기간이므로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는 건강 문제가 최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또 현대인은 평생동안 먹는 식품과 식습관에 의해 성인병에 걸리기 쉽다. 과거에도 고혈압, 당뇨, 고지방 등의 질병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심하지는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는 고혈압, 당뇨 등이 부유한 사장족만 걸리는 질병이라고 했으나 지금은 모두 부유하게 된 결과 많은 사람들이 걸리는 보편적인 질병이 되었다. 그밖에 현대인에게는 직업으로 인
한 질병, 개인적, 가정적, 사회적 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건강을 해칠 요소가 너무나 많이 있다.
그러므로 “건강하십시오”란 새해 인사는 참으로 좋은 인사인 것 같다. 아무튼 새해 인사는 절대로 나쁜 인사는 없다. 남의 복을 빌고 남에게 잘 되라고 한다. 사람마다 필요한 일이 새해에는 모두 달성되고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원하는 말이다. 이런 새해 인사처럼 우리가 매일 매일 남의 복을 빌고 남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사람과 사람과의 관
계는 참으로 아름답게 될 것이다.
이 기회에 나도 새해 인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경기도 풀린다고 하니 새해에는 돈도 많이 벌고 건강하고 사랑하면서 사는 한 해가 되기를 모든 분들에게 기원한다.
이기영 <본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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