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신(甲申)년 새해가 시작됐다. 새해에는 새 역사를 창조해야 한다. 개인이건, 가정이건, 회사건, 단체건, 사회건, 국가건, 세계건 모두가 새 역사 창조에 힘을 쏟아 새 희망과 새 열정으로 한해를 시작해야 할 때다. 지난 세월은 이미 지나갔다. 지난 것에 너무 미련을 두면 새 것을 할 수 없다. 지난 것은 잊어버리는 게 좋을 것 같다.
갑신년은 띠로 원숭이 해다. 올해 뉴욕의 첫 번째 원숭이 띠 아기 탄생은 한인 아이다. 심이슬(엠마누엘) 양으로 1월1일 0시 맨하탄 소재 웨일코넬 메디컬센터에서 태어났다. 아빠는 변호사인 심현보씨, 엄마는 월트디즈니사 비즈니스 디렉터인 앤강심씨다. 엄마는 31일 오후5시부터 진통이 시작돼 7시간의 산고 끝에 아기를 분만했다. 아이 엄마는 새벽 0시에 아이를
출산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엄마는 본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부모인 우리도 기쁘지만 뉴욕시 2004년 첫 아기인데다 미주 한인사회가 새로운 이민 100주년을 바라보는 첫 해 첫 아기라 딸에게 더 값진 선물을 주게 된 것 같다며 딸이 항상 신앙심을 갖고 건강하게 자라 자신의 재능을 자신과 사회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훌륭한 사람으로 크기 바란다고 전했다. 축하할 일이다.
새해 첫 출근 날, 책상에 한 편의 시(詩)가 팩스로 도착해 있다. 퀸즈에서 목회하는 목사가 보내온 것이다. 제목은 ‘새 날만 있게 하소서’이다. 내용이 좋아 소개한다.
묵은 것은 불사르게 하시고/ 새것은 새 부대와 짝궁 되게 하소서/ 옛것일랑 생각 말게 하시고/ 설레이는 새 날만 보게 하소서. 가슴에 박힌 담석 알 같았던/ 쓰라린 아픔의 부딪침 들은/ 내일의 진주 알로 태어나게/ 하시고. 연필 끝에 달린 고무를 보고/ 죄과를 지우시며 또 지우시는/ 주님의 사랑에 통곡의 회개를/ 하게 하소서. 새 날은 결코 내일이 아니며/ 어
제와 오늘과 내일이/ 저 세상과 연결된 새날임을/ 깨닫게 하소서. 우리에겐 새 날만 있음을.....
1월1일인 새해 첫날 나는 아내와 함께 대청소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했다. 아내는 새해 첫 날부터 청소를 했으니 1년 내내 청소를 하게되겠네라며 칭찬인지, 핀잔인지를 주었다. 평소 제대로 청소 한 번 하지 않던 나의 게으름을 꾸지람하는 소리로 들렸지만 나쁘지 않았다. 정말 올 한 해는 집안이 깨끗한 한 해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것이 나와 아내의 신년계획이다.
그리고 나는 새해 첫 날 소설책 한 권을 모두 읽었다. 청소하는 시간과 떡국 먹은 시간만 빼고 모두 책읽기에 소비했다. 소설은 제1회 문촌문학상을 받은 ‘오고 있는 나라’로 선배 문인이 쓴 것이다.
아내는 또 말했다. 새해 첫 날부터 독서를 한 권이나 했으니 올 해는 책 무지하게 많이 보겠네라고. 정말 올 한해는 지난해 읽지 못했던 책을 많이 읽고 싶다. 그리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다. 이것이 또 하나의 신년 계획이다.
새 해 첫 출근 날, 회사의 한 직원과 새해 인사를 나누었다. 나는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했다. 그 직원은 나에게 새 해 부자 되세요라고 했다. 그래 새 해에는 부자가 될 것이다. 마음이라도 부자가 될 것이다. 마음의 부자가 진정한 부자 아니던가. 부자의 개념이 물질의 풍요함에도 있지만 마음의 너그러움에도 있으니 그렇다.
새 해가 되었다고 너무 큰 일을 계획하는 것보다 작은 것부터 정해놓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할 듯 싶다. 성경에는 작은 일에 충성하는 자가 큰 일에도 충성한다는 말이 있다. 또 어느 사람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고도 했다.
작은 일에 모든 정성을 다할 때 큰 일을 맡을 수도 있다. 작은 일을 계획하고 그 일을 실천해 나가는 것이 곧 창조요 역사다. 원숭이해 원숭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동물 사육사의 말을 빌리면 원숭이는 동물 중
가장 영특하고 정(情)이 많으며, 모성애가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의 첫 딸이 원숭이 띠인데 정말 영특하고 정이 많다. 한 번 머리에 들어간 것을 잊어버리는 일이 없다. 작은 일부터 큰 일까지 매사를 정(情)적으로 풀어간다. 밑에 여동생이 있는데 친구보
다 더 다정하게 동생과 지낸다. 영특한 원숭이 해를 맞아 모두가 지혜로운 삶을 살아나가며 복받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김명욱 <종교전문기자.목회학 박사>
myongkim@koreatime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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