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 업계가 눈에 띄게 젊어지고 있다. 30대 앙트러프러너들이 늘어나면서 타운에 활기를 더하고 또래 ‘젊은 피’들을 흡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어와 영어에 모두 능통, 한인 업계의 가장 큰 약점인 주류사회 공략 부족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평생 한 번 맞는 2004년 새해를 맞아 포기하지 않는 푸른 젊음을 가장 큰 밑천으로 삼아 ‘성공 신화’에 도전하고 있는 30대 사장들을 취재했다.
한인 광고대행업계의 선두주자중 하나인 ‘오존’(OZONE)의 엄세호(36) 대표. 젊은 나이에 200여개로 추산되는 타운업체들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 회사 고객은 대한항공, LG인포컴, 풀무원 등 한국의 쟁쟁한 기업들은 물론 미 8위 은행인 US뱅크, LA갤럭시, AMC극장 주류 대표기업들을 망라한다. 작업 영역도 인쇄물, 라디오, TV광고에서 영상광고, 빌보드 등까지 광범위하다.
오존의 최대 강점은 광고 제작과 매체 집행 뿐 아니라 광고 전략 수립에 절대적인 리서치와 프리젠테이션에도 능하다는 것. 엄 대표는 “아시안계를 넘어 히스패닉 등 다른 틈새 마켓도 공략할 수 있는 마케팅 리서치 전문회사로 키우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22세 때 도미한 엄 대표는 대학 졸업후 동구권과 한국간 금속무역 중개업에 종사했으며, 그후 문화이벤트 회사에서 일하면서 광고분야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후 애니메이션 프로덕션인 애니매직사 지사장을 지낸 바 있으며 불과 4년 전인 1999년 오존을 설립했다.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냉철한 판단을 하기 위해 직원들과 인터넷 메신저를 이용한 문자 회의를 한다”는 엄 대표에게서 기성 세대와는 다른 신선한 감각을 읽게 된다.
부동산회사 ‘프로맥스 커머셜’의 캘빈 이(34) 대표는 한인과 유대인 및 백인 큰손들을 고객으로 삼아 투자용 프라퍼티 매매를 중개하는 ‘잘 나가는’ 부동산인. USC에서 부동산 파이낸스를 전공하면서 취득한 이론과 미 유수의 부동산회사 마커스 밀리컵과 리맥스 온 더 블러버드 등에서 쌓은 탄탄한 실무 경험이 성장의 디딤돌이 되어 주었다.
적절한 투자시점을 볼 줄 아는 전문가답게 그는 자신도 아파트에 투자, 재미를 보는 등 효율적인 자산 불리기를 하고 있어 고객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주고 있다.
이 대표는 프로맥스가 샤핑몰 관리를 맡은 것이 인연이 돼 지난 2월 ‘카페 아메리카노’를 인수했다. 이 업소는 지난 10월3일 개천절에 커피를 무료로 제공,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조국의 건국이념 ‘홍익인간’ 정신을 모든 고객에게 알리고 싶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12세 때 이민 온 1.5세인 그는 비즈니스 운영 스타일 역시 독특하다. 흑인 종업원을 고용, 타인종도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 한 예. 현재 커피샵의 프랜차이즈화도 연구중이다.
그는 실크프린팅 사업 등을 시도하느라 학업을 쉬는 바람에 대학을 9년만에 졸업하는 등 청년기부터 비즈니스에 ‘끼’가 다분했다.
윌셔가에서 커피샵 ‘앤도라’를 운영하는 박정흠(30) 대표는 ‘심플 터치 그룹’의 깃발 아래 20개가 넘는 업소들을 거느리고 있다. 이중엔 이 달에 에스크로가 끝나는 곳을 비롯 5개에 달하는 ‘앤도라 카페’와 사우스센트럴의 게이지 마켓 외 ‘심플 터치’라는 이름으로 시작하는 4개의 셀폰업소, 컴퓨터업소, 웨딩업소, 디자인회사, 법률오피스, 보석금회사 등이 포함돼 있다.
지난 달 갓 서른이 된 총각 사장 박 대표는 다양한 업종에 진출한 이유에 대해 “사업상 변호사가 필요할 때 거액의 수임료를 내는 대신 아예 법률 회사를 차리는 식으로 확장을 계속하고 경험을 바탕으로 유관 분야로 진출하다 보니 숫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대학 1학년 때 도미한 그는 때마침 터진 4.29 폭동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 한인마켓 박스보이로 미국 생활 첫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특유의 비상한 두뇌와 능력을 인정받아 8개월만에 매니저가 되는 등 승승장구, 96년 자신의 식품도매업체를 오픈했다. 그는 “경기가 완전 회복되지 않아 권리금이 싼 지금이 외곽 업소들을 싸게 사들일 기회”라며 리틀 도쿄 등으로 투자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두루 프로덕션’을 공동 운영하는 데이빗 홍·제임스 노 대표는 30세 동납내기. 교회에서 만난 이들이 ‘믿음투합’해 지난 해 가을 설립한 이 회사는 TV광고, 뮤직비디오, 웨딩비디오 등을 전문 제작한다.
프리랜서 때 쓰던 카메라, 편집기계 등을 가지고 큰 자본 없이 시작했다고 해서 이들을 친구 결혼식 찍어주다가 우연히 업계에 흘러든 아마추어라고 생각하면 큰 오해. 아트 인스티튜트 오브 시애틀, 패사디나 아트 스쿨, 영국의 대학교 등에서 비디오와 필림, 제품 디자인을 전공한 홍 대표와 노 대표는 프로답게 매끈하게 일을 처리, 고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한인 광고시장이 많이 축소돼 있는 시점에서 두루는 웨딩 비디오, 라이브 방송, 연극·세미나·리사이틀 촬영 등의 분야를 적극 개척해 나가고 있다. 젊기 때문에 고객으로부터 ‘믿고 맡길 수 있을까’ 하는 불필요한 걱정을 사기도 하지만 이들은 “진정한 실력은 결과로 판가름나는 것”이라며 이에 개의치 않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
이들은 “40-50대가 아니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며 “언제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자세로 과감하게 사업을 키워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장섭 기자>peter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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