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인(국제부 부장대우)
최근 쏟아져 나온 뉴스중 한인학생도 많은 UC버클리와 UCLA등 UC계열 대학의 입학정책이 일부의 호된 비판 대상이 된 것에 관심이 모아졌다.
쉽게 요약하자면 ‘하늘의 별따기 학교’라는 UC버클리에 SAT 점수 1,000 이하의 신입생이 지난해에는 거의 400여명이, 또 올해 학기에는 그보다 많은 760여명이 입학된 것이 말이 되냐는 것이다. 1,500 가까운 점수로도 무려 3,000여명이 입학사정에서 떨어졌는데 이건 잘못 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이어 UCLA도 그와 비슷한 패턴으로 신입생들을 받아들였다는 보고서가 나오자 그에 대한 갑론을박식 토론이 뜨거워졌다. 좋은 학교 성적과 SAT 점수에도 불구하고 입학이 거부됐던 학부모들은 초등학교부터 고교 때까지 온 정신을 모아 막대한 투자를 한 대가는 어디서 찾는가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소수계 우대정책을 아직도 그대로 적용한다는 비난도 일렁거렸다. 주변의 한인들도 드러내 놓고 그들 때문에 내 아이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불평을 했다.
UC버클리와 UCLA는 그같은 비판에 대해 입학정책의 기본은 높은 SAT 점수뿐 아니라 과외활동, 특별한 탤런트를 가진 학생, 또 어려운 환경이나 개인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을 성취해낸 학생들에게도 골고루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통계를 보면 지난해 UC버클리에 입학한 SAT점수 600~1,000점 사이의 386명중 56%는 주전체에서 바닥권 실력의 고교 출신이며 24%는 편부모 가정에서 자랐다. 60% 정도는 연소득 3만5,400달러 미만의 빈곤층이며 78%는 부모중 누구도 4년제 대학 졸업장이 없었다.
이민자인 우리가 귀기울여 할 대목은 지난 2년간 1,000점 미만으로 버클리에 입학한 학생들은 대부분 라티노나 아시안, 흑인계였다. 낮은 점수로 올해 입학한 800여명 중에서도 48%는 라티노지만 25%는 아시안 이었다. 백인은 5% 정도였다.
이같은 논란의 와중에서 당사자들은 어떨까 궁금했다. 대부분 공부를 계속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당당하게 최고 명문에 입학, 재학중인 그들에게 또 한번의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닐까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한결같이 당당했다. 테스트 점수란 내 자신을 알게 하는 최소한의 평가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들 중 980점으로 입학한 한 흑인 학생은 포스터홈 과 친지 집의 ‘천덕꾸러기’였지만 학교의 학업과 학생활동에 전력을 다했다. 입학 직후에는 유복하고 머리도 좋고 SAT 점수도 훨씬 높은 동급생들과 이질감과 실력 차이로 어려움을 느꼈지만 약 2개월만에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역시 900점대인 가난한 베트남 이민가정의 딸은 어릴 적부터 소녀가장 역할을 해왔다. 어려움은 이미 겪어서 어떤 조건에서든 생존할 수 있다는 그의 버클리 입학은 절망 속에 살아가던 집안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촛불을 켰다. 가내 최초의 대학생이 된 그의 작은 성공(?)은 결과적으로 고교 중퇴 오빠와 언니, 그리고 아직 어린 3명의 남동생에게 향학열을 심어줬다.
이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마음 깊은 곳에서는 ‘역시라는 감사가 우러나왔다. 이는 좁은 의미로는 종합적 실력평가라는 SAT 점수에만 의존하지 않고 그들의 입장과 가능성을 세심하게 들여다 본 대학의 입학정책에 대해서였다. 한두 번의 테스트 결과로 모든 평가를 끝내지 않고 여린 싹을 키울 온상을 제공해 주는 것이 너무 고마워서다. 한번에 한 대학이 아닌 여러 개의 대학에 동시에 원서를 낼 수 있는 시스템도 얼마나 고마운가.
보다 넓게는 미국이라는 사회와 나라에 대해서 소수계나 이민자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감사였다. 멀리까지도 갈 것 없이 바로 주변의 자녀들이 그같은 정책이나 사회의 혜택을 입고 있지 않는가. 그같은 배려로 뒤늦게 이민 온 한인 학생이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한인가정도, 장애자를 둔 한인부모도 자녀들의 대학을 골라서 보낼 기회가 훨씬 높아진 것이다. 자녀교육 때문에 이민 왔다는 한인들에게는 특히 대학이나 가주교육시스템은 이민생활에 살맛을 더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을 것이다.
지난 11월말로 UC의 입학원서가 모두 마감됐다. 수개월 후 오게될 합격통지서가 성적이 좋은 학생들에게뿐 아니라 어려운 조건 가운데서도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온 한인 학생들에게도 골고루 당도하기를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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