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계절이 돌아왔다.
한 해를 보내며 동창회다, 송년모임이다, 파티다 하여 친지 동료들과 밤늦도록 모임을 가질 때 반드시 테이블에 동석하는 것이 술. 김 빠진 맥주를 마실 수 없듯이 술 빠진 연말파티는 상상할 수도 없다. 때로는 어떤 자리에서 어떤 술을 마시느냐에 따라 모임의 성격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을 만큼 이 계절에 술은 우리에게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한인들의 음주량이 세계 최고라는 것은 어제오늘 알려진 사실이 아니다. 겨울이 길고 추운 국가들은 와인 등 과실주보다 알콜 농도가 높은 증류주를 더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알콜 농도 20%가 넘는 소주를 비롯해 40%인 위스키 소비량이 만만치 않다.
지난해 한국내 위스키 소비량은 6,359만5천병이라는데, 이를 15~64세의 경제인구 3,400만명으로 나눠보면 한 명당 1.9병에 달한다. 또한 미국내에서도 2002년 캘리포니아주 위스키 판매 순위에 따르면 코스트코, 샘스 마켓, 앨벗슨스에 이어 한인타운 내 아씨 마켓이 4위를 기록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위스키는 전 세계적으로 바에서 가장 흔히 찾을 수 있는 술인데, 외국인들이 퇴근 후 긴장을 풀기 위해 한두 잔씩 주문하여 마시는 데 비해 한인들은 병째 주문하여 취할 때까지 마시는 독특한 술 문화 때문에 위스키 소비량이 타민족에 비해 월등하게 많은 듯 하다.
술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포도 등 과일을 발효시켜 만든 것이 와인등 과실주이고, 보리나 밀 등 곡물을 발효시켜 만든 것이 맥주등 곡주이다. 이것을 한 단계 더 거쳐 맥주를 증류시켜 만든 것이 위스키, 와인을 증류시켜서 얻은 술이 브랜디라고 생각하면 된다.
바닷물을 증류해 소금을 없애는 것처럼 증류를 하면 액체에서 어떠한 물질을 제거시킬 수 있고 어떠한 물질, 예를 들어 알콜의 농도를 높일 수 있다. 이렇게 증류되어 새로 더할 것은 더하고 뺄 것은 빼고 난 뒤 새로 탄생된 것이라 하여 영어로 증류주를 ‘spirit’이라고 하며, 독어로도 같은 뜻인 ‘Geist’라고 한다.
또한 이러한 증류주를 ‘생명의 물’이라고 하여 슬라브족은 ‘보드카’, 불어로는 ‘오드비(eau-de-vie)’, 그리고 스코틀랜드의 겔릭어로는 ‘우스케바(usquebaugh)’라고 했는데, 우스케바는 후일 위스키의 어원이 되었다.
세계적인 위스키 주산지로는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 등이며 각 국가들의 원료 및 증류 방법과 숙성 방법, 기후, 풍토 등의 차이로 각 위스키들은 각각의 특성을 지니게 된다.
한인들이 많이 마시는 것은 시바스 리갈, 크라운 로열, 자니 워커, 발렌타인 등 몇가지에 한하지만 사실 위스키의 종류와 맛처럼 다양한 것도 드물다. 전반적인 위스키의 종류와 특성, 그리고 올 연말 한인타운에서 적극적인 판촉이 시작된 ‘맥칼란’ ‘포티 크릭’ ‘조니워커 골드’를 소개한다.
스카치 위스키
위스키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스카치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에서 만들어진 위스키를 일컫는 말이다. 특별히 스카치가 세계적으로 호평받는 훌륭한 위스키인 것은 대물림하여 스카치를 만들어내는 기술을 전수하고 개발시키는 장인 정신과 스코틀랜드의 물이 공해에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로써 스카치를 만들기에 더없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스카치는 곡물을 발효시켜 만든 양조주를 증류하여 얻어낸 맑고 깨끗한 술을 사이즈 700리터 이하의 오크통에서 최소 3년이상 숙성시킨 것으로, 원료와 배합 방법에 따라 다시 몰트 위스키, 그레인 위스키, 블렌디드 위스키로 구분된다.
몰트 위스키는 맥아만을 원료로 사용해서 만든 위스키로 맥아를 건조시킬 때 피트라는 석탄을 태워 그 연기와 열풍으로 건조시켰기 때문에 피트향이 배어 있고 반드시 단식 증류장치를 사용하므로 가격은 비싸지만 맛이 중후하고 짙다. 셰리(Sherry) 우드 오크통 속에 4년 이상 숙성시키는데 어떤 나무를 사용하여 숙성시키느냐가 위스키의 맛을 크게 좌우하므로, 위스키를 구입할 때 이 점을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
몰트 위스키로는 스코틀랜드 에드링턴 그룹이 1,000병 한정 생산하여 병당 가격이 500만원에 달했던 ‘매칼란 1942’로 유명한 매칼란, 글렌피딕, 글렌리벳, 보우모어, 라프로이그 등이 잘 알려져 있다.
그레인 위스키는 옥수수와 맥아를 혼합하여 당화한 뒤 발효, 증류시킨 것으로, 가격은 싸지만 품질면에서 몰트위스키를 따르지 못해 주로 몰트 위스키와 블렌딩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다. 블렌디드 위스키는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를 혼합한 것으로, 일반적인 위스키를 말한다. 전체 스카치 위스키 시장의 97%를 점유하고 있으며, 배합비율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회사마다의 노하우인 배합비율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한인들이 선호하는 스카치 중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당시 마셨던 것으로 유명한 시바스 리갈은 프리미엄 블렌디드 위스키 중 세계 1위의 판매량을 자랑하고 있다. 특별히 국왕에게 21발의 예포를 쏘아 경의를 표하는 행사를 일컫는 ‘로얄 살루트’라는 이름으로 출시되는 위스키는, 현재의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즉위식 때 발사된 21발의 예포를 따라 21년 숙성시킨 것으로 올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50주년을 기념해 로열 살루트 50년을 255병 한정 생산하였다. 이 중 20병이 한국에 배정되었다는데, 가격이 병당 1천만원을 넘는다하여 관심을 끌었다.
이외에 시바스 리갈과 함께 레드, 블랙, 골드, 블루 등의 색을 달리하여 판매되는 조니 워커, 발렌타인 등이 모두 블렌디드 스카치로 유명한 상표이다.
특히 발렌타인 위스키는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양주 1, 2, 3위를 모두 휩쓸 정도로 한국인에게 인기있는 술로, 발렌타인 17년의 경우 2001년 생산량 16만 상자중 6만 상자(35.7%)가 한국에서 팔릴 만큼 인기가 높아 아예 한국인을 겨냥한 ‘발렌타인 마스터스’를 따로 만들어 첫 출시를 한국에 했을 정도다. 현재 미국에서는 발렌타인 17년, 21년, 30년을 정상적인 루트를 통해서는 구입할 수 없는데, 2004년 가을부터 미국에도 출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주 한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위스키는 스카치가 아니라 캐나다에서 만든 캐나디언 위스키 중 하나인 크라운 로열이다. 1939년 영국왕 조지 6세와 엘리자베스 공주가 캐나다를 방문했을 때 그 영광을 빛내기 위해 진상하였던 진상품이 바로 이 크라운 로열 위스키로, 왕관 모양의 이 위스키는 캐나다 대륙을 횡단하는 왕실 열차 안에서 개봉되었다고 한다.
그 후 크라운 로열은 엘리자베스와 에딘버러공의 결혼식과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에도 진상되었다. 한인타운 내 크라운 로열의 인기는 놀라울 정도이며 마켓들 간의 경쟁 또한 극심하여, 한인타운 마켓에서는 미 전역 어느 곳 보다 싼 가격에 크라운 로열을 구입할 수 있다.
캐나디언 위스키는 블렌디드 위스키이며, 정부의 감독하에 캐나다에서만 생산하여 최소한 4년을 저장 숙성시켜야 하고, 수출품은 대개 6년 숙성시켜야 한다. 캐나디안 위스키는 호밀(Rye)을 주로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간혹 Rye 위스키라고도 불리어지는데, 품질 대비 가격이 저렴한 것이 장점이고, 강하고 톡 쏘는 맛보다는 부드럽고 가벼운 맛을 선호하는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스카치에 비해 단 맛이 강한 것도 캐나디언 위스키의 특성 중 하나이다.
<포티 크릭>
한인타운에 새로 출시된 ‘포티 크릭(Forty Creek)’의 배럴 셀렉트는 가볍고 부드러우면서도 달콤한 맛의 캐나디언 위스키의 장점을 잘 살린 위스키이다. 위스키 전문가 마이클 잭슨씨에 의해 캐나디언 위스키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바 있는 포리 크릭은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력을 갖추었다. 캐나다의 유명한 와인 메이커 존 홀(John Hall)에 의해 1992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포리 크릭은, 와인 메이커답게 숙성시키는 나무통의 품질에 신경을 써서, 고가의 싱글 몰트 스카치를 숙성시키는 셰리 우드 오크통을 사용하여 숙성시켰다. 캐나디언 위스키를 선호하는 사람들 중 색다른 맛을 시도해보고 싶은 고객들이 한 번 시음해 볼 만하다. 타운 내 한남 체인에서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20달러 미만.
<맥칼란>
싱글 몰트 스카치로서 1824년부터 제조되어온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맥칼란이 한인타운에서 인기가 더해가고 있다. 블렌디드 위스키와는 품격이 다른 정통 싱글 몰트 스카치의 맛을 추구하는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매칼란은 10년, 12년, 15년, 18년, 25년, 30년, 1874, 캐스크, 50년, 1948, 1946 등이 출시되고 있는데, 해를 더 해 갈수록 깊은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특별히 맥칼란 18년은 맥칼란만의 깨끗한 향과 맛이 12년에 비해 한층 더 부드럽고 달콤해진 명품으로 병당 가격이 약 $80에 달하는 고가임에도 불구 뒤끝이 깨끗하고 마신 다음 날 머리가 덜 아프다는 이유로 한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깨끗하고 산뜻한 맛의 고품격 스카치를 찾는 사람이라면 한 번 시음해 볼 만하다. 한인타운 마켓들에서 찾을 수 있다.
<조니 워커 골드>
블렌디드 스카치의 대명사이기도 한 조니 워커는 세계적으로 매년 700만 케이스 이상 판매되는 레드 레이블(6년)을 비롯, 블랙(12년), 골드(18년), 블루(25~60년), 스윙 레이블 등 모두 8가지의 레이블이 전세계적으로 연간 1억8천만병이 판매되고 있다. 이는 1초에 4병이 판매되는 것과 같은 수치이다.
특히 한정된 수량만을 생산해 각각의 병에 고유 번호를 부여하는 블루는 25년에서 60년간 숙성된 위스키를 블렌딩하여 진정한 품격을 느낄 수 있는 위스키의 명품으로서 깊고 풍부한 맛과 향을 지니고 있으며, 타운에서는 작년과 재작년 물량이 딸려 공급에 차질이 있을 정도로 한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골드’는 조니워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위스키로, 신비로운 전설을 가진 클리넬리쉬(Clynelish) 몰트 위스키를 블렌딩한 18년산 위스키로 가격에 비해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가격은 50~55달러. 2004년부터는 또 블랙과 골드의 중간인 15년산 위스키가 ‘그린’ 레이블로 출시된다니 기대해볼 만 하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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