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나는 전통적으로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일본식당들이 여럿 들어서게 되었고 그 가운데는 LA에서 다리품을 팔아서라도 가볼 만한 명소도 생겨났다. 확실히 양적 성장은 질적 발전을 가져오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비스트로 라라미가 문을 연 것은 지난 2월. 전통적인 일본식당들 틈에 일본 스타일의 캘리포니아 요리, 쉬운 말로 퓨전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이 더해진 것이다. 라라미의 요리들은 곧 새로운 맛에 열려있는 이 지역 일본인들과 주류사회 고객들을 사로잡았다. 요즘은 다른 지역에서 먼 거리를 마다 않고 찾아오는 고객들도 제법 된단다.
라라미(Laramie)가 도대체 무슨 이름인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묻는 질문에 주인 요시 이쉬(Yoshi Ishii)는 자신이 어렸을 적 일본에서 보았던 미국 TV 시리즈의 제목이었다는 싱거운 대답을 들려준다. 그의 가족들은 오사카에서 식당을 운영했었는데 그 TV 프로그램을 몸살 나게 좋아한 아버지는 자신의 식당 이름도 라라미로 지었다는 것. 사연이야 어찌됐든 이국적인 발음이 프랑스 풍 일본 식당 이름으로는 제법 어울린다.
라라미에서는 음식 외의 다른 요소들이 최소한으로 절제되어 있다. 벽의 그림들은 휑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을 정도로만 띄엄띄엄 걸려 있고 테이블 세팅 또한 조금도 과장이 없다. 벽에 걸린 아마추어 작가들의 사진 작품에서는 또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비전문가의 신선한 매력이 흘러나온다.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 역시 엘리베이터에서나 들을 법한, 다시 말하면 음악에 신경이 전혀 가지 않는 멜로디. 그래서 좋다. 시각, 청각, 후각을 자극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음식을 맛보다 보면 레스토랑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맛에만 온전히 집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스트로 라라미는 메뉴를 꾸밀 때 베버리 힐즈 마꼬(Mako) 레스토랑의 마카토 타나카의 도움을 받았다. 본보에 실린 기사를 보고 마꼬를 찾아가 본 독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일본식 터치가 더해진 유럽 요리를 정말 맛깔스럽게 만들어내는 마꼬가 꾸민 라라미의 메뉴에는 그만의 독특한 감각이 넘친다.
훈제 연어 전채요리(Smoked Salmon on Crispy Potato Pizza)도 특이하게 변형시켰다. 감자채를 기름에 둘러 만든 부침개 위에 와사비와 사워크림을 섞어 바르고 훈제 연어를 올린 후 그 위에 연어 알을 몇 개 더 얹었다. 훈제 연어가 사워크림, 와사비의 매콤한 맛은 얼마나 어울리는 조화인가. 이를 피자 스타일로 만들어 내오니 한 입에 쏙, 먹기도 간편하다.
튜나 샐러드(Sesame Crusted Seared Tuna Takaki with Spicy Miso Sauce)는 일식집 스시바에서 썰어주는 사시미만큼 신선한 참치를 겉만 살짝 익혀 푸짐한 샐러드와 함께 낸다. 미소 된장을 이용해 만든 소스가 우리에게도 친숙한 미각을 일깨운다.
새우 그라탕(Seafood Mayonnaise Sauce Gratin)은 링기니 파스타를 아래 깔고 새우와 마요네즈 소스를 넣어 오븐에 구워낸 요리. 크리미하면서도 새우의 바다냄새가 아직 사라지지 않은 부드러운 맛이 좋아 추천하고 싶은 메뉴다.
사이쿄 미소 스타일로 조린 생선(Snapper or Cod with Saikyo Miso Style)은 라라미의 자랑거리. 포크가 닿으면 결 따라 부서지는 생선은 아직 물기가 촉촉하고 달짝지근하면서도 짭짤한 소스가 충분히 배어 아주 잘 요리한 은대구조림이라도 먹는 느낌.
파스타도 여러 종류다. 한인들이 좋아하는 해산물 스파게티(Seafood Spaghetti in Tomato Sauce)는 평균 점수. 노란색이 고운 사프론 해물 리조또(Saffron Seafood Risotto)는 맛이며 양, 모양새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다.
매번 디저트를 시킬 때마다 다 먹고 싶은데 어떤 것을 시켜야 하나 고민스러웠다면 라라미의 디저트는 당신 마음에 쏙 들 터이다. 작은 사이즈의 디저트(Petite Dessert Choice 3) 3개를 담아 5달러25에 팔고 있어 2오더만 주문하면 티라미수, 크림 브룰레, 초콜릿 무스 케이크, 딸기 무스 케이크, 치즈 케이크, 에클레어를 모두 맛볼 수 있으니까.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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