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어난 조연’이란 말이 있다. 주인공이 화려한 대신 설정된 틀에 갇혀 운신의 폭이 좁다면, 주목이 덜한 틈을 타서 자기만의 색깔을 연출하는 건 조연이다.

요리도 같다. 메인 디시(main dish)가 형식이라면, 사이드 디시(side dish)는 창작이다. 한 상 차린다고 할 때 주된 요리의 후보군은 대동소이하지만 곁들이는 요리는 아이디어에 따라 식탁에 의외의 생기를 불어넣는다.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만찬의 주인공은 단연 터키와 햄. 총력을 기울여 만드는 것까진 좋았는데, 내고 보면 어딘가 허전하다. 이런 때 잡채, 전, 나물 등 매일반 한식으로 주섬주섬 채우면 절반의 성공. 한두 가지라도 색다르면서 자꾸 손가게 만드는 덤 요리를 선뵈면 식탁의 완성도는 120% 높아진다.

때는 마침 추수의 결실이 지천인 계절. 겨울 호박, 배, 밤 등 제철 채소를 쓰면 같은 요리라도 풍요롭고 성의 있는 느낌을 준다. 또 건강식 소재로 빠지지 않으면서 고급스러운 버섯은 양송이와 느타리를 넉넉히 섞은 뒤 토실토실 갈색으로 구워낸 밤과 함께 버무리면 ‘준 메인’ 디시로도 손색없다.
이밖에 흰 콩, 고구마 등 우리 입맛에도 친숙한 채소들이나 크랜베리, 칠리 등 색과 맛 모두 개성 있는 감초들을 이용한 사이드 디시로 이번 명절엔 폼 좀 내보자. ‘빼어난 조연’이 ‘내공 있는 주연’이 된다지 않던가.

<김수현 기자>

◇크랜베리, 배와 함께 삶은 호박(6인분)
빠른 시간에 요리할 수 있으며 겨울호박으로 제철 분위기도 내고, 신선한 배와 크랜베리의 상큼함도 맛볼 수 있다.
▲재료: 크랜베리 주스 1/2컵, 색깔 옅은 콘 시럽 2큰술, 클로브(clove) 1/8작은술, 겨울호박(winter squash) 껍질 벗겨 깍둑썰기한 것 1파운드, 미국 배 2개, 크랜베리 1컵, 볶은 피칸 1/4컵
▲만들기: 큰 냄비에 크랜베리 쥬스와 콘 시럽, 클로브를 같이 넣고 저으며 끓인다. 깍둑썰기한 호박을 넣고 뚜껑을 덮은 뒤 부드러워질 때까지 10분간 중불에서 끓인다. 배 1개를 세로로 길게 사등분해 자른다. 다른 배 1개는 껍질을 벗겨 작게 깍둑썰기 한다. 배와 크랜베리를 냄비에 넣고 뚜껑을 덮어 약한 불에서 5분간 끓인다. 호박과 크랜베리가 부드러워지면 불을 끄고 피칸을 흩뿌린다.

◇흰콩 샐러드(4∼6인분)
생강과 레몬, 파미잔 치즈를 곁들인 흰콩 요리. 서브하기 전 신선한 허브와 감귤(citrus) 스퀴즈를 뿌리면 상큼함이 배가된다.
▲재료: 말린 흰콩 1컵, 소금(kosher salt) 1작은술, 작은 양파 1/4개, 신선한 로즈메리 약간, 2등분한 체리 토마토 1파인트, 파슬리 채썬 것 1/3컵
▲드레싱: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1/4컵, 마늘 3쪽, 손질해 채 썬 멸치 3개, 파미잔 치즈 간 것 1/4컵, 소금 3/4작은술, 후추 1/4작은술, 레몬 주스 1/4컵: 작은 냄비에 올리브 오일, 마늘, 로즈메리를 넣고 로즈메리가 살짝 보글거릴 때까지 끓인 뒤 불을 끄고 20분간 놔둔다. 로즈메리는 버리고 갈릭 클로브를 꺼내 푸드 프로세서에 넣고 멸치와 치즈, 소금, 후추, 레몬 주스와 함께 부드러워질 때까지 간다. 올리브 오일은 따로 남겨둔다.
▲만들기: 콩을 헹궈 큰 냄비에 넣는다. 물을 3-4인치 높이로 부은 뒤 소금과 양파, 허브를 넣고 끓인다. 한번 끓어오르면 불을 줄이고 45분∼1시간30분 가량 더 끓인다. 물이 줄면 더 넣는다. 콩이 말랑말랑, 바스러지지 않을 정도가 되면 불을 끄고 15분간 식힌 뒤 물을 버린다. 콩을 큰그릇에 담는데 이때 열기가 식지 않도록 한다.(깡통에 든 흰콩은 끓일 필요 없이 그냥 사용할 수 있다) 드레싱을 따뜻한 콩에 붓고 고무주걱으로 살살 버무려 고루 입힌다. 이때 콩이 으깨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몇 분간 놔두었다가 몇 번 더 살살 버무린다. 물기로 뒤범벅이 된 것 같아도 콩이 점차 흡수하므로 괜찮다. 남겨둔 올리브 오일과 토마토, 파슬리와 함께 버무려 서브한다.

◇버터 입혀 구운 고구마(6인분)
고구마와 버터를 이용한 손쉬운 별식. 버터를 갈색으로 졸일 때는 색깔이 옅은 소스팬을 쓰는 것이 좋다. 속이 짙은 소스팬으로 달구면 버터의 갈색이 너무 진해지고 맛이 쓰다.
▲재료: 중간 크기 고구마 3개(반으로 잘라 1/2인치 두께로 먹기 좋게 썬 것), 무염 버터 1스틱, 세이지 잎 25장(칼등으로 빻은 것), 소금 1작은술, 설탕 1큰술+1작은술, 바다소금 약간
▲만들기: 오븐 랙을 중간 위치에 놓고 화씨 400도로 예열한다. 버터를 아주 낮은 불에서 녹인 뒤 세이지 잎과 소금 1작은술, 설탕 1작은술을 넣고 약한 갈색이 될 때까지 데운다. 버터를 가는 체에 부어 갈색이 된 우유 고형물과 세이지를 분리해낸다. 고구마를 팬이나 그라탱 디시에 넣고 걸러낸 버터의 1/2을 붓고 버무린다. 팬을 알루미늄 호일로 덮고 고구마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오븐에서 20∼30분간 굽는다. 팬을 오븐에서 꺼내고 포일을 벗겨낸다. 오븐 랙을 중상 위치에 놓고 브로일러를 하이로 켠다. 남은 버터를 고구마에 붓고 설탕 1큰술을 고구마 위에 고루 뿌린다. 고구마가 캐러멜 바른 것처럼 윤기날 때까지 5∼10분간 브로일한 후 바다소금을 흩뿌려 낸다.

◇사우스웨스트 콘, 칠리, 커민 소테(10인분)
칠리는 하루 전에 준비해도 된다. 야채들도 하루 전에 채 썰어 각각 냉장고에 보관해도 괜찮다. 포블라노 칠리는 ‘마실라스’, 치포틀(chipotle) 칠리는 ‘아도보’라고도 불리며 남미 마켓에서 구할 수 있다.
▲재료: 중간 크기 포블라노 칠리 3개(9온스), 버터 1/4컵, 커민 시드(cumin seed) 1 1/2큰술, 중간크기 빨간 양파 1개(채 썬 것), 흰 색, 노란색 콘 냉동 백(16온스), 말린 오레가노 2작은술, 통조림에 든 치포틀 칠리 1작은술(채썬 것), 빨강 무 한 다발(얇게 썬 것), 채 썬 실란트로 3/4컵, 라임 주스 1큰술, 갈아낸 라임 껍질 2티스푼
▲만들기: 포블라노 칠리는 전체가 다 검게 그을릴 때까지 불 위에서 직접 굽는다. 10분간 종이백에 밀봉해둔다. 껍질을 벗기고 씨를 제거한 뒤 잘게 썬다. 버터를 큰 냄비에 넣고 중불 이상에서 녹인다. 커민을 넣고 1분간, 향이 날 때까지 젓는다. 양파를 넣고 부드러워질 때까지 6분간 가열한다. 콘과 오레가노, 치포틀 칠리 1작은술, 포블라노 칠리를 넣고 5분간 가열한다. 빨강 무와 실란트로 1/2컵, 라임 주스, 라임 껍질을 넣고 젓는다. 빨강 무가 살짝 부드러워지면서 색깔을 잃지 않을 만큼 2분간 가열한다. 치포틀 칠리를 1/2작은술 가량 넣는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그릇에 담고 남은 실란트로 1/4컵을 뿌린 뒤 라임 껍질 간 것을 얹어 낸다.

◇밤과 다임을 곁들인 버섯요리(10인분)
색다르고 풍성한 사이드 요리로, 고기 없이 우아하게 차리고 싶은 식탁에서 메인 디시로도 손색이 없다.
▲재료: 버터 3/4스틱, 큰 샬롯 8개(얇게 썬 것), 마늘 6쪽(잘게 저민 것), 느타리나 양송이 버섯 2파운드(얇게 썬 것), 잘게 썬 다임 2큰술, 백포도주 3/4컵, 2등분한 군밤 1.5컵, 위핑크림 3/4컵, 채 썬 차이브잎
▲만들기: 버터 3큰술을 큰 냄비에서 중불로 녹인다. 샬롯을 넣고 황금빛을 띠며 부드러워질 때까지 6분간 가열한다. 마늘을 넣고 30초간 젓는다. 남은 버터 3큰술을 넣고 녹을 때까지 젓는다. 버섯을 넣고 소금과 후추를 뿌린 뒤 갈색을 띠며 부드럽게 될 때까지 10분간 가열한다. 다임을 넣고 1분간 젓다가 백포도주를 넣고 1분간 뭉근히 끓인다. 밤과 위핑 크림을 넣고 크림이 진해지면서 버섯을 뒤덮을 때까지 끓인다. 소금과 후추로 간 한다. 그릇에 담고 차이브를 뿌려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