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놀룰루총영사관 정완성부총영사가 지난 지난달 31일부터 8일까지 미국령 사모아를 순회영사 업무차 다녀왔다. 본보는 아메리칸 사모아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동포들의 생활상과 그곳에 위치한 우리 원양어선 선원묘지를 찾아보며 느낀 정부총영사의 방문기를 2회에 걸쳐 게재하며 아메리칸 사모아지역 한인동포 소식을 하와이 동포들과 더불어 나누고자 한다.<편집자주>
나는 이번 사모아 방문동안 현지 체류 30-40년이상 되는 한인동포 원로분들과 현 임흥만한인회장과 함께 현지 4곳에 산재해 있는 95기의 우리 선원묘역을 차례로 방문해 정중하게 참배하며 먼 이국땅에 묻혀 있는 그들의 넋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제2 묘역은 대양의 거센 큰 파도가 쉴새없이 몰려와 철석철석 부서지고 있는 ‘바일로아’마을 해변가에 위치해 있었는데 묘비들의 방향이 수만리 떨어진 고국 한국을 향해 있었다.
이곳에서 필자의 눈길을 유난히 끌었던 한 묘비가 있었는데 경남 진해시 출신의 ‘고 이선두지묘(1945-1974 3.25일)였다. 고인이 태어나고 자라난 고향땅이 아마도 이곳과 비슷해 고인은 이곳이 익숙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묘역에 유난히 눈길이 갔다.
8순의 조순지전한인회장은 나에게 지난날 원양어선 선원들의 죽음에 얽힌 애환들을 들려주며 세월속에 잠수해 버린 그들의 삶의 흔적을 희미하게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했다.
조순지전한인회장은 선사 주재원으로 40여년전 사모아에 와서 원양어선 선원들의 뒷바라지를 도맡아하다 미모의 사모아 여성과 결혼해 현지에 정착한 사모아 한인사회 원로였다.
조씨의 기억속에는 현지병원에서 얼떨결에 수술한후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한 젊은청년에서부터 어선의 침몰사고로 죽어간 많은 선원이 아직도 살아 있었다.
60년대초 사모아인근 유난히 상어가 많이 서식하는 해역에서 우리 원양어선 한척이 거친 풍랑을 못이기고 좌초되어 선원 20여명이 일순간에 실종되고 겨우 두명만이 살아남은 사고의 이야기다.
그 배가 바닷속으로 침몰하기 시작하자 구명자켓도 변변이 갖추지 못한 당시 어선에서 선원들은 부력을 받을만한 각자의 물건 하나씩을 찾아 붙잡고 바다로 뛰어들었다고 한다.
선박내 식탁은 부력이 가장 큰 물건이어서 바다에 뛰어든 선원 5-6명이 그 상판의 가장자리를 잡고 처음 몇시간을 출렁이는 파고에 버티어 나가다가 얼마후 그들중 나이가 많은 선원이 나 먼저 가네 하면서 붙잡았던 그 상판을 놓아버리고 바닷속으로 사라져갔다.
상어의 공격과 거친 풍랑에 선원들은 한명씩 그 상판에서 사라져 갔고 그후 남은 한명은 그 상판위로 올라가 앉아 험한 해수면을 2-3일동안 떠돌아 다녔다고 한다. 그때 상판 밑부분에는 상어떼가 몰려와 물위의 상판을 ‘쿵쿵’ 들이받으며 공격해 왔다고 한다.
그 배의 침몰후 다른 원양어선 몇 척이 동원되어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사고해역을 조사했지만 아무런 상존자도 찾지 못하고 결국 공식적인 수색작업을 포기했다고 한다.
그러나 유독 한 원양어선 선장은 배의 선원중 흑산도 출신인 자신의 조카는 꼭 생존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모든 수색선원들이 내실로 들어간 이후에도 자기 배의 갑판위를 나와 혼자서 그 침몰 해역을 주시하기를 몇시간, 문득 멀리서 흰색반점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현상을 목격하고 그 지점에 달려가 자신의 조카를 구조해 내는 기적을 이루기도 했다고 한다.
그이후 또다른 선원은 다리를 상어에게 잃은 상태에서 구조되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 원양어선이 아메리칸 사모아 인근 해역에서 조업중 (통상 25명정도 승선) 이렇게 배가 통째로 침몰한 경우가 그동안 네차례나 있었다고 하니 배 침몰로 죽어간 100여명의 선원들은 현재 가묘도 없이 아무런 흔적없이 그 영혼이 이역만리 타향에서 떠돌고 있는 형편이다.
조씨는 이어 당시 배침몰 사고이후 해변 모래사장에서 침몰사고로 죽어간 선원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제사를 지낼 당시 기억을 전해주었다.
당시 해변 백사장 주위는 구름한점 없는 청명한 날씨였는데 제사를 올리는 그 순간 제사 음식을 차린 자리에 갑자기 한줄기 비가 뿌려지더란 것이다.
조씨와 참석자들은 지금도 그 비가 죽은 선원들의 혼령이 찾아와 뿌리고 간 눈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필자는 이런 이야기를 전해들고 현지 원로들에게 배침몰로 사망한 선원들의 원혼을 달래주기 위해서라도 그들의 신원을 추적 확인해 미사모아지역 기존 묘역 한귀퉁이에 그들의 이름 모두를 새긴 동판이라도 하나 세우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보았다.
열대지방에 위치한 선원묘역은 비가 많이 내리고 일조량이 많아 잡초가 무성하게 빨리 자라그 관리에 많은 정성이 필요로 했다.
다행히 선원들의 묘역관리에 사모아 한인회가 정성을 다하고 있었고 한인 원로들도 이들 선원 묘역관리에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었다.
30년이상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원로들 10여명은 ‘해피아워’ 모임을 만들어 만남의 장소를 선원묘역으로 하고 가끔 동료들과 더불어 그곳을 찾아 벌초도 하고 소주잔을 기울이며 지난간 추억을 나누며 지낸다고 한다.
필자는 사모아총독과의 면담시 이곳에 산재한 한인선원들의 묘역을 한곳으로 이장 통합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앞으로 임대부지 확보 및 장기적인 사업에 사모아 정부가 긍정적인 협조를 해나가겠다는 응답을 얻어냈다.
주호놀룰루총영사관
정완성부총영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