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에 대한 한인들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생후 2∼3년이 인간의 성격과 두뇌발달에 결정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잇따르면서 중요성이 새삼 환기되는 추세다. 지난 9월 생후 7개월 된 유아가 베이비 시터의 부주의로 숨지자 많은 부모들은 남의 일 같지 않다며 가슴을 쓸어 내리기도 했다.
취업 면에서 보더라도 이 분야는 수요가 꾸준한 시장이다. 한인타운과 오렌지카운티 지역의 한인운영 유아교육 기관은 업소록에 등재된 곳만 150여 개. 이들은 영세와 대형이 혼재돼 있고 교육의 질이 천차만별이라는 지적도 있으나, 내 아이 키우기와 직결되는 데다 별도 시험 없이 요구 학점을 이수하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인 여성들의 학구 동기를 유발하고 있다.
이들이 유아교육을 공부하는 목적은 다양하다. 프리스쿨 교사로 일하고 싶어서, 내 자녀 잘 키우려고, 또는 교회에 봉사하려고 배우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공부는 무엇보다 피교육자 자신의 인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당초 미래를 위한 보험 차원에서 자격증 따려고 시작했다가 자아발견에 흠뻑 빠져 배움 자체를 즐기는 이들도 있다.
수강생은 여성만이 아니다. 부부가 함께 오거나, 대학을 졸업하고 로스쿨을 준비중인 20대 청년이 어머니의 뒤를 이어 등록하는 사례도 있다. 유아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패튼 대학 LA캠퍼스를 방문, 수강생들을 만나봤다.
◇수강 이유
피아노 개인지도를 하고 있는 김재숙(35·발렌시아)씨는 두 달 전 이 과정에 등록했다. 처음엔 피아노 학원이나 프리스쿨을 차리고 싶어 자격증을 딸 심산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본인의 인성 변화에 매료됐다. 또 6·7학년 딸 둘이 있는 엄마로서 자녀교육에 큰 도움이 돼, 미지의 세계에 눈 뜬 기분이라고 한다.
내가 변해야 아이들에게 뭘 얘기해도 진심으로 전달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가령 ‘정직’을 가르친다면 나부터 정직해야 한다는 거죠. 남편에게 밥을 해줄 때도, 욕 얻어먹지 않으려고 마지못해 하는 게 아니라 즐거운 마음이 담겨야 영양가가 피와 살로 가잖아요
고부간에 나란히 등록한 수강생도 있다. 그라나다 힐스에 사는 김계호(58), 김영란(33)씨는 각자 막연히 관심이 있던 중 의기투합해 시작했다. 시어머니 김계호씨는 교회에 봉사하려고, 며느리 김영란씨는 미래를 위한 보험 차원에서 배우고 있다.
간호사라 밤샘 근무가 잦은데도 오전 수업을 빠지지 않는다는 영란씨는 자격증을 따두려는 목적이었지만 7세 된 아들을 생각하면 공부 자체가 의미 있다고 전했다.
절대 다수인 아줌마 수강생 40여명 사이에 끼어 진지하게 노트 필기를 하고 있는 남학생이 눈에 띈다. 알고 보면 초등학교보다 프리스쿨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다니엘 김(어바인·22)군은 법과대학 진학 계획에 앞서 유아교육 공부를 자처한 영문학도. 올 5월 미시간대를 졸업한 뒤 ‘깨달은 바 있어’ 수업을 들으면서 터스틴에서 애프터 스쿨 프로그램 강사로도 일하고 있다.
대학 때 디트로이트의 저소득층 가정과 도시 개발을 주제로 리서치 과제를 하다 도시개발의 근간은 자녀 교육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걸 절감했다는 그는 인간은 2∼4세 때 성장 속도가 급격한데, 대도시에 살수록 부모들이 시간과 경비 제약 때문에 자녀를 양질의 교육 기관에 보내지 않고 방치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김군은 시의원이나 로비스트가 돼 현재 킨더가튼부터 하이스쿨인 의무교육 범위를 프리스쿨까지 확장시키고, 지역정부가 양질의 초기유아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단다.
또 프리웨이 운전도 못하던 전업 주부가 적성에 딱 맞아 일취월장, 풀타임 교사로 채용된 경우도 있다. 이밖에 모녀나 부부가 같이 배우기도 하고, 목회자와 사역자 학생도 많다고 한다.
◇자격
차일드 케어 센터는 15명 이상 아이를 돌보는 경우로 케어 장소의 실내면적이 아이 1명당 35스퀘어피트, 외부면적은 75스퀘어피트 이상 되야 한다. 사설 센터에서 교사로 일하려면 타이틀22(title22) 법규에 따라 초기유아교육(early childhood education) 과목을 12학점 이수해야한다. 또 원장으로서 학원을 운영하려면 최소 15학점 이수 및 4년의 교사 경력이 요구된다.
패밀리 홈 케어는 자기 집에서 남의 아이들을 돌보는 것으로 스몰 사이즈는 8명, 라지 사이즈는 14명까지 받는다. 이 경우 학점을 이수할 필요는 없으나 법무성(department of justice)에서 요구하는 지문 검사 등 범죄 및 아동학대 경력 확인 절차를 거쳐야한다.
또 차일드케어 센터와 패밀리 홈 케어 센터 모두 케어장소가 주정부에서 요구하는 안전기준에 부응해야 한다. 이밖에 상세 정보는 캘리포니아 소셜 서비스국 홈페이지(www.ccld.ca.gov)에서 구할 수 있다.
◇한국어 강의 현황
한국어 강의를 진행하는 기관으로 잘 알려진 곳은 LACC(www.lacitycollege.edu), 패튼 대학 LA캠퍼스(213-386-8979), 베데스다 신학대학(714-517-1945), 국제기독교육대학(213-368-0316), 월드 미션 유니버시티(213-385-2322) 등이다. 이중 LACC는 한시적으로 중단했고 월드 미션 유니버시티는 내년부터 재개강한다.
베데스다 신학교의 변명혜 교무처장에 따르면 유아교육 교사 양성기관은 많으나 가주 직업 교육국(Bureau for Private Postsecondary and Vocational Education)의 인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 지나치게 영리 목적으로 운영하는 곳은 피하는 것이 좋다.
서부지역 학교평가협회 WASC(Western Association of Schools and Colleges)가 인정한 패튼 대학 LA캠퍼스의 경우 원장 자격에 필요한 행정학 과목을 포함, 총 8과목(24학점)을 약 6개월에 걸쳐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 조언
LACC서 유아교육 수업을 24년 간 강의해 온 이정아씨(윌셔 스마일링 트리 원장)는 유아교육은 소위 ‘팔자’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린이를 유난히 좋아하고, 자기 아이를 키우듯 남의 아이를 돌보는 인성이 바탕이 돼야 적응할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이다.
이 직업은 기관의 수준만큼이나 교사 대우가 천차만별이다. 또 좋은 학교일수록 24학점 이상 요구하거나 경력과 수준을 고려하는 등 교사 채용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여서 적성과 전문성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원장은 수요가 꾸준해 유망한 직종으로 꼽히고, 비교적 단기간에 자격 요건을 갖출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한인 여성들이 도전하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교사 자신의 인격이 성숙하지 않았거나 돈이나 벌겠다는 식의 비즈니스 마인드로 시작했다가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패튼 대학 LA캠퍼스의 미셸 최 행정관은 창의성과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남편 등 가족의 반대로 강의에 등록하고도 포기하는 여성들이 의외로 많으나 본인의 동기 유발이 진지하다면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분야라고 조언했다. <김수현 기자> sooh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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