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하게 구워진 번에 육즙이 흐르는 패티, 녹아 내릴 것 같은 치즈에 양파와 양상추를 넣은 햄버거는 미국을 상징하는 패스트푸드다.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주만큼 햄버거의 맛이 논쟁거리가 되는 지역도 드물다.
햄버거의 대명사인 맥도널드가 1949년 샌 버나디노에 첫 햄버거 가게를 열었고, 1970년대부터 ‘가장 맛있는 햄버거’의 명성을 유지해온 한인타운의 ‘카셀스 햄버거’(대표 김민숙)를 비롯해 맛있기로 정평이 나있는 ‘인 앤 아웃’도 캘리포니아에서 최초의 드라이브 스루 햄버거 가게로 시작해 서부 지역에만 체인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햄버거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 초원으로 알려진다. 몽고계 타타르족이 날 고기를 말안장에 깔고 다니다 육질이 부드러워지면 밀가루 빵 사이에 넣고 양념해 먹은 것이 시초로 이 음식이 독일 함부르크에 전해져 날 고기 대신에 익힌 고기를 오늘날 번즈라고 부르는 둥근 빵 사이에 넣고 양파, 주스를 곁들어 먹음으로써 오늘날의 햄버거가 탄생했다.
미국으로 건너온 햄버거를 맥도널드가 패스트푸드의 대명사로 만든 후 반세기가 넘도록 지속돼온 햄버거의 인기는 고급스러운 맛을 찾는 현대인의 입맛 변화가 더해져 최근 값비싼 프리미엄 버거들도 등장하고 있다.
패티에 거위간을 넣은 29달러짜리 햄버거를 파는 뉴욕 맨해튼의 ‘DB 비스트로 모던’이 화제를 불러일으키더니, 멜로즈 애비뉴에 있는 레스토랑 ‘알렉스’는 앵거스 비프를 재료로 18달러 짜리 햄버거를 메뉴로 내놓았고 샌타모니카의 맥주바 ‘파더스 오피스’(대표 상 윤)가 만드는 9.75달러의 오피스 버거는 네티즌들에 의해 베스트 버거로 부상했다.
지난해 LA매거진이 베스트 햄버거로 선정한 패사디나의 ‘파이 앤 버거’와 남성잡지 에스콰이어가 잊을 수 없는 최고의 맛으로 꼽은 샌타모니카의 ‘오피스 버거’, AOL의 여행정보웹사이트인 디지털 시티(www.digitalcity.com)사 선정한 베스트 버거 ‘애스트로 버거’(Astro Burger) 등 남가주에서 맛있기로 소문난 햄버거 가게들을 소개한다. <글 하은선 기자·사진 이승관 기자>
<햄버거 만들기>
햄버거 요리의 난이도는 ‘중간’ 정도. 다진 쇠고기로 만드는 패티도 중요하지만 번에 바르는 드레싱에 따라 맛의 차이가 난다. 주로 사용하는 드레싱은 다우전드 아일랜드나 마요네즈. 레스토랑 ‘알렉스’ 주방장의 햄버거 레서피를 소개한다.
▲재료(4인용): 애플우드 훈제 베이컨 8조각, 스테이크용 쇠고기 다진 것 1½파운드, 갈비살 쇠고기 다진 것 1½파운드, 소금 1½작은술, 버터 2큰술, 번 4개. 프랑스산 브리 치즈 8조각.
▲만드는 법: 프라이팬을 중간보다 센 불로 달군 뒤 베이컨이 바삭바삭해질 때까지 5-6분 가량 프라이해서 페이퍼 타월로 기름을 완전히 뺀다. 다진 스테이크용 쇠고기와 갈비살 쇠고기를 잘 섞어 소금으로 간을 한 후 4.5인치 크기로 모양을 다듬어 패티 4개를 만든다. 프라이팬(주철로 된 것이 좋다)에 버터 1큰술을 중간보다 센 불에 녹인 다음 패티 2개씩 3분 가량 프라이한 뒤 뒤집는다. 브리 치즈를 2조각씩 패티 위에 올린 후 중간 불로 다시 3분 간 조리해 접시로 옮긴다. 나머지 패티 2개도 마찬가지. 번 위에 브리 치즈가 녹아든 패티를 올리고 베이컨 조각과 좋아하는 드레싱을 바른 번을 덮는다.
▲카젤스 햄버거(Cassell’s, 3266 W. 6th St. LA (213)480-8668)
1971년 LA매거진이 최고의 버거로 선정한 이후 30년이 넘게 특유의 맛을 간직해온 햄버거 식당이다. 1986년 김학배, 김시만씨 노부부가 카셀이라는 유대인으로부터 식당을 인수해 운영해왔으며 최근에 며느리인 김민숙씨로 경영자가 바뀌었다.
카셀스의 맛내기 포인트는 패티를 만드는 쇠고기의 신선도와 패티를 굽는 방식, 번스에 바르는 드레싱. 아침마다 도살장에서 최고급 쇠고기가 직접 배달되면 카셀스와 50여 년 역사를 함께 해온 쇠고기 가는 기계로 쇠고기를 간다. 100% 쇠고기로 패티를 만들어 놓고 주문과 동시에 카셀스 햄버거의 비법으로 작동하는 더블 그릴에 패티를 굽는다. 김민숙씨는 그릴의 아래와 위에 불이 있어서 패티를 뒤집지 않아도 된다. 양쪽에서 동시에 패티를 구워주기 때문에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아 고기의 감칠맛이 유지되는 게 비법이라고 밝혔다.
카셀스의 패티 크기는 ⅓파운드와 ⅔파운드 2종류. 대부분의 버거가 ¼파운드의 패티를 사용하는데 비해 크기가 1.5배정도 크기 때문에 번도 빵공장에서 직접 주문해온다. 여기에 홈메이드 다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이나 마요네즈도 특유의 햄버거 맛내기 비법으로 작용한다. ⅓파운드 햄버거 한 세트에 5달러20센트.
▲파이 앤 버거(Pie ‘N Burger, 913 E. California Blvd., Pasadena)
지난해 LA매거진은 패사디나에 위치한 파이 앤 버거를 최고의 햄버거로 선정했다. 파이 앤 버거의 오리지널 버거는 살짝 구운 번스에 단골 정육점 주인이 하루걸러 직접 간 최고급 쇠고기로 만든 패티와 상치, 토마토, 양파를 넣고 다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이 재료다. 평범한 햄버거 레서피와 다를 바 없지만 파이 앤 버거는 1930년 대 사용되던 정통 레서피를 고수하고 아직도 크래프트 마요네즈와 골드 메달 밀가루, C&H 설탕을 재료로 고집하는 주인 마이클 오스본의 전통에 대한 애정이 햄버거 맛의 비결이다. (626)795-1123
▲애스트로 버거(Astro Burger, 7475 Santa Monica Blvd., West Hollywood와 5601 Melrose Ave., Hollywood)
여행정보웹사이트 디지털 시티는 웨스트 할리웃의 ‘애스트로 버거’를 베스트 버거로 추천했지만 원조는 파라마운트 영화사 인근에 위치한 할리웃의 ‘애스트로 버거’로 알려져 있다. 1970년대 문을 연 애스트로 버거는 2곳 모두 숯불에 구운 패티가 오묘한 맛을 내는 햄버거로 오랜 전통을 유지해왔으며 핫소스의 매운 맛이 첨가된 올테가 버거, 할리웃 영화배우들의 까다로운 입맛과 건강을 고려해 베지 패티가 든 ‘가든 버거’가 유명하다.
▲파더스 오피스(Father’s Office, 1018 Montana Ave. Santa Monica)
’파더스 오피스’는 3년 전 한인 상 윤씨가 개업한 조그마한 맥주집이다. 주방장인 윤씨의 공개하지 않는 비법으로 만들어진 ‘오피스 버거’는 LA 타임스에도 크게 소개된 바 있으며 이미 상당수의 매니아층을 형성했을 정도. 소의 항정살과 허리윗살(Sirloin), 뉴욕 스테이크 일부 등 맛있는 쇠고기 부위가 모조리 들어간 오피스 버거는 스위스산 그뤼예르 치즈와 블루 치즈, 애플우드 베이컨, 설탕을 넣고 조린 양파와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낸다. 맥주집을 좋아하는 손님들이 식사겸 안주로 햄버거를 주문하면 오피스 버거의 감칠맛에 반해버려 매니아가 되지만 햄버거만 먹으러 가려면 불쾌한 서비스를 각오해야 한다고 다녀온 사람들은 말한다. 주방장 윤씨는 인터뷰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310)393-2337
▲타미스(Tommy’s, 2575 W. Beverly Blvd. Los Angeles)
LA에 오래 살았던 사람들 중에 타미스 칠리버거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베벌리 블러버드를 따라 다운타운 방향으로 가다보면 사람들이 서서 햄버거를 먹는 모습이 눈에 띈다. 앉을 자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땡볕을 피할 수 있는 스탠드가 벽면에 마련돼 있을 뿐인데도 햄버거 스탠드의 줄은 길기만 하다. 타미스 버거를 주문하면 100% 쇠고기로 된 패티와 두터운 치즈 2장, 굵게 썬 토마토 조각, 다진 듯한 양파, 피클 2개를 번스에 넣어 준다. 고객이 원하는 대로 햄버거 패티의 크기를 주문할 수 있다. (213)389-9060
▲팻버거(Fatburger, 1218 Third Street Promenade, Santa Monica)
버거 체인점인 팻버거는 그릴로 구운 햄버거와 홈메이드 어니언링, 아이스크림 밀크 쉐이크가 함께 나오는 블루 플레이트 스페셜이 유명하다. 팻버거는 취향에 따라 고기 굽는 정도부터 번스의 종류 고르기가 가능하다. 칠리, 베이컨, 달걀, 치즈까지 추가해 버터를 살짝 바른 번스 사이에 넣으면 그야말로 산더미 같은 버거가 된다. 가장 기름기가 없는 고기를 사용함에도 팻버거가 된 건 1950년대 언어 문화에 기인하는데 당시 ‘팻시티(Fatcity: 더할 수 없이 좋은 상태)’ ‘팻캣(Fatcat: 돈 많은 부자)’이란 단어들이 생성되면서 가장 맛있는 버거를 의미하는 ‘팻버거(Fatburger)’가 됐다. (310)393-7331
▲인 앤 아웃(In-N-Out, 420 N. Santa Anita Ave. Arcadia)
번 사이에 고기를 갈아 만든 얇은 패티 2장을 포개어 아메리칸 치즈와 레터스, 토마토, 양파(그릴에 구워주기도 한다)를 넣은 ‘더블더블’이 인 앤 아웃의 대표적인 햄버거다. 버거 외에도 신선한 감자를 채 썰어 그 자리에서 튀겨주는 프렌치 프라이의 감자맛이 그대로 살아있는 고소함이 햄버거 맛과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아카디아의 인 앤 아웃은 이른 아침 더블더블을 먹기 위해 줄을 선 자동차 행렬로 인근 지역에 교통 마비를 일으킨 것으로 유명하다. (800)786-1000
▲애플 팬(Apple Pan, 10801 W. Pico Blvd. Los Angeles)
20명이 들어가면 꽈 차버리는 조그마한 햄버거 가게다. 눈에 띄지 않는 작은 간판으로 인해 피코 블러버드를 헤매고 다니는 사람들도 적지 않으며, 먹어본 사람들의 입을 통해 맛있는 버거집으로 알려졌다.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고 포기하면 손해. 버거를 만드는 주방장의 손동작이 재미있고 빨라 군침이 돌기 시작할 때면 어느새 주문 차례가 돌아온다. (310)475-3585
▲러셀스(Russell’s, 30 N. Fair Oaks Ave. Pasadena)
스테이크를 먹는 듯한 버거로 블랙 앵거스 쇠고기와 홈메이드 드레싱이 일품이다. 러셀스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버거는 ‘프리스코(Frisco)’로 피클이 들어있는 베이컨 치즈버거가 다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과 조화돼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1927년 문을 연 LA에서 가장 오래된 햄버거 스탠드의 하나다. (626)578-1404
▲버킷(The Bucket, 4541 Eagle Rock Blvd. Los Angeles)
홈메이드 버거의 원조로 알려져 있는 버킷은 ‘훌리오(Julio)’와 ‘카디악(Cardiac) 버거가 대표적이다. 훌리오는 패티와 매운맛이 강한 머스터드, 피클, 생야채를 넣고 훌리오 소스를 뿌린 버거로 주문하기 전에 소스 샘플을 먹어보는 게 좋다. (323)257-5654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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