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음식에 대해서는 편견이 없는 편이라 요상한 요리도 호기심 가득한 고양이처럼 맛을 보곤 하지만 페르시아 음식에 대해서만은 오래도록 부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다. 비위가 뒤틀리는 양고기에 된통 질렸던 기억 때문에 좀처럼 친해질 수 없었던 것. 하지만 샴쉬리 그릴(Shamshiri Grill)에서 꼬치구이를 맛보고 난 뒤에는 얘기가 달라졌다.
이란인 주인 하미드(Hamid)는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한인 영 김씨 집에 놀러가 친구 어머니가 차려주는 김치, 갈비를 맛보며 자랐다고 한다. 한국음식과 이란음식 참 비슷한 면이 많아요. 아마 누룽지도 맛보았던 모양이다. 하미드는 석류 소스와 달콤한 호두 퓨레를 바삭하게 눌린 밥 위에 얹은 페르시아 요리(Vegetarian Fesenjan)를 선보이며 두 나라 음식 문화의 유사성을 얘기한다.
비슷한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의학적, 철학적, 문화적 견지에서 음식을 보는 이란인들의 시각은 삼시 세끼 밥 잘 먹는 것이 곧 보약이라는 우리 조상들의 생각과 꼭 같다. 그들은 과일, 야채, 생선, 가금류 등 원기를 북돋워 주는 건강식은 예사롭지 않은 파워를 키우며 점차 고귀한 존재를 만들어 간다고 믿었다.
문화적인 견지에서 보더라도 음식은 육체와 정신에 기쁨을 가져다주는 예술로 간주되었다. 음식의 향기와 장식을 맛만큼 중요시 여기던 그들은 상차림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 관심이 많다. 이란은 베이즐, 민트, 큐민, 클로브, 코리앤더 등의 허브를 요리에 사용했던 최초의 나라다. 이 밖에도 염소 고기, 오렌지, 사프론 등 많은 것들이 이란으로부터 다른 나라에 전해졌다.
찐 포도 잎에 라이스를 넣고 돌돌 만 쌈밥(Dolmeh)은 그리스 등 지중해 연안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사랑받던 전채, 이란인들의 식탁에서 역시 예외가 아니다. 호떡처럼 동그란 피타(Pita) 브레드를 찍어먹는 딥(Dip) 종류가 여럿인데 콩과 깨에 레몬주스, 올리브 오일, 향료를 섞어 만든 후무스(Humus), 가지를 으깨 만든 바바 가누쉬(Baba Ganoush)는 입안에 와 닿는 느낌만큼 맛도 부드럽다. 오이, 토마토, 양파, 파슬리를 잘게 썰어 레몬 드레싱에 무친 쉬라지 샐러드(Shirazi Salad)는 이란인들의 스페셜티. 이런 음식만 먹고살면 얼마나 건강해질까.
샴쉬리 그릴의 어원인 샴쉬르는 칼을 의미한다.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터키와의 전쟁 때 요리할 시간이 따로 없었던 무어인 군인들이 음식을 칼에 꽂아 구워 먹었던 것이 이란 식 구이의 기원이 됐다고 한다.
샴쉬리의 오픈 키친에서는 고기와 야채를 커다란 꼬치에 끼워 콩과의 관목(Mesquite)으로 지핀 숯불 위에서 뒤적이며 굽는 요리사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신선한 재료에 기본적인 양념만 하는 것이 좋은 맛의 비법인 것은 다른 나라 바비큐 조리법과 같다. 흰살 생선구이(White Fish Filet)나 연어구이(Filet of Salmon), 새우구이(Shrimp Kabob) 역시 이런 방법으로 구운 것이 여간 입맛을 돋우는 게 아니다. 필레미뇽구이(Shish Kebob), 닭고기구이(Chicken Barg), 양고기구이(Lamb Kabob)는 여러 종류의 구이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메뉴다.
해산물에 곁들이는 밥은 폴폴 흩어지는 바스마티 라이스(Basmati Rice)에 베이비 딜, 차이브, 실란트로, 파슬리, 파, 페니그릭, 풋마늘 등 7가지 초록색 허브를 넣어 오븐에 구워 만들었다. 다른 메인 디쉬에는 하얀색 플레인 라이스와 사프론을 넣은 노란색 라이스가 딸려 나오고 구운 토마토와 피망, 양파에 고추 절임을 곁들여 낸다.
이란인들은 테이블 위에서 플레인 라이스에 함께 나온 토마토 구이를 으깨고 소마크씨(Somak Seed, 색깔은 고추색인데 맵지 않고 신맛이 나는 양념) 가루와 버터를 넣어 이리 저리 뒤섞어 가며 직접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다. 주인 하미드는 잘 못 하겠거든 자신에게 부탁하면 된다고 말했다. 마치 로스구이 먹은 다음 즉석해서 만들어먹는 김치볶음밥 같아 흥미를 갖고 만드는 과정을 지켜봤는데 맛도 제법 괜찮았다. 장미꽃물을 뿌린 이란식 빙수(Faloudsh)는 깔끔한 맛의 후식. 터키 커피(Turkish Coffee)를 마시고 나서 잔을 엎으면 하미드가 직접 커피 점을 봐준다. 점괘는 믿거나 말거나.
종류: 구이 전문 페르시아(이란) 요리. 오픈 시간: 일-목요일은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 금, 토요일은 오후 11시까지. 가격: 런치 스페셜(런치는 월-금요일 오전 11시30분-오후 3시30분)은 6-7달러. 전채는 3-4달러. 샐러드는 3-7달러. 메인 디쉬는 7-16달러. 야채 요리는 6-7달러. 주소: 1712 Westwood Blvd. Los Angeles, CA 90024. 한인타운에서 Wilshire를 타고 서쪽으로 가다가 Westwood를 만나 좌회전해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Massachusettes를 지나 왼쪽으로 나온다. 주차: 건물 뒤 주차장이 있지만 몇대 할 수 없고 스트릿 파킹을 이용한다. 전화: (310) 474-1410.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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