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꽃은 여름을 알리고 석류 열매는 가을을 알린다는 말이 있다. 나무에 매달려 빨갛게 익어가는 석류 열매를 보며 새삼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도 하지만, 막상 석류 열매를 보면 신김치를 앞에 둔 것 처럼 먼저 입 안에 침이 가득 고인다. 잘 익어서 살짝 벌어진 사이로 보이는 붉은 알갱이들로 인해 루비 조각으로 가득 찬 주머니처럼 보이는 석류 열매는 금방 따서 먹기에는 씨도 너무 많고 신맛이 강해서 즐기기 힘들 때가 많다.
석류나무는 잔가지가 많은 관목이다. 가지들은 처음에는 하늘을 향해 자라다가 어느 정도 길이가 되면 축축 늘어지기 때문에, 가지치기를 해주지 않고 내버려둔 석류나무는 가끔 버드나무나 분수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기도 하다. 초여름에 꽃이 피고 가을에 열매가 익는 석류나무는 재배 역사가 매우 길다. 석류의 원산지는 이란, 인도 북서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키르기스탄 공화국 등 해발 300~1,000미터 지대로 석류는 가장 건조한 지역에서도 잘 견디는 나무이다.
실제로 석류나무는 무덥고 건조한 여름과 추운 겨울이 있는 지역에서 잘 자라고, 소금에도 잘 견디는 강인함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3천년 전 이집트의 18왕조 파라오의 피라밋 벽화에도 석류 그림이 새겨져 있다. 기원 전 2000여 년에 이미 과일을 먹기 위해 재배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기원전 4세기에는 지중해에서 유럽 남부지역까지 전해졌으며 알렉산더 대왕의 동양진출로 인도로 전해졌고, 1492년 콜롬부스의 신대륙 발견으로 아메리카 대륙에도 전해졌다.
성경에도 석류는 신성한 과일로 등장한다. 새빨간 열매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표현되고 가장 풍요로운 땅을 맛깔스런 석류나무 정원이라 했다. 또한 모세가 유대인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할 때, 약속의 땅에도 석류가 있다는 말로 이끄는 무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도 석류가 등장하는데, 줄리엣이 로미오에게 저 소리는 나이팅게일이 석류나무 가지에서 우는 소리라고 말하는 구절이 있다.
현재 석류는 중국을 비롯하여 인도, 서아시아, 아프리카 북부, 지중해 연안, 여러 나라에서 재배한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산악지대에서 많고, 유럽의 경우 이탈리아를 비롯하여 이베리아 반도에서 널리 재배한다. 특히 스페인에서는 석류꽃을 나라꽃으로 지정, 온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영양분>
석류의 과육은 82.3%가 수분인데, 약 100그램의 과육을 섭취했을 때 얻는 열량은 63칼로리이다. 특별히 칼륨과 비타민C가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중간 크기 석류 1개에는 무려 712mg의 칼륨이 함유되어 있다. 도가에서는 가을에 벌어진 석류 열매가 서리를 맞고 저절로 떨어지면 삼시주라 하여 귀한 약으로 생각했다. 자연 발효된 이것을 먹고 삼시가 취하게 되는데 인체 내의 세 가지 해충인 삼시를 몰아내면 장수한다고 믿어왔다.
<먹는 법>
석류는 버릴 것이 없다. 한국에서는 껍질은 말려서 약으로 쓰고, 씨를 감싸고 있는 과육은 날로 먹으며, 석류알을 붉은 오미자 물에 넣고 잣과 꿀을 타 마시는 석류화채는 여름음료 중의 백미로 여겨진다.
서양에서는 석류를 주스로 만들어서 먹는데, 블렌더나 푸드 프로세서에 넣고 한번에 1~2컵씩 살짝 갈아서 천이나 수건에 받쳐서 씨를 걸러내고 주스만 받아낸다. 보통 크기의 석류 1개에서 받아낼 수 있는 씨의 양은 약 3/4컵이고, 주스는 1/2컵이다.
석류 주스는 머랭(meringue) 파이를 만들 때 레몬 대신 넣어서 색을 내기도 하고, 레모네이드에 첨가하면 핑크 레모네이드가 되고, 사과나 배를 썰어서 내갈때 살짝 석류 주스를 입혀서 색을 내기도 한다. 석류를 그냥 먹을 때는 씨와 함께 입에 넣어서 과육만 빨아내고 씨를 뱉어버려도 되고, 씨까지 다 먹어도 된다.
<보관>
석류는 덜 익은 상태에서 따서 냉장고나 한 겨울의 창고 속에서 보관을 해도 점점 더 맛이 좋아지며 잘 익는다. 이런 상태에서 6개월 가까이 보관할 수 있으며, 다 익은 석류도 직사광선만 피하면 수주동안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다. 석류를 고를 때는 껍질이 얇으면서도 단단한 것이 좋고, 씨를 둘러싼 과육에서 주스가 많이 나면서 과육의 얇은 껍질이 부드러우면 잘 익은 것이다. 석류 열매는 여러개의 조각으로 나뉘어 있고 그 안에 과육으로 둘러쌓인 씨가 가득 들어있는데, 석류의 껍질을 깔 때는 꼭지 부분을 잘라내고 껍질에 군데군데 칼집을 낸 다음 찬 물 속에 약 5분간 넣어둔다. 물 속에서 손으로 석류 열매를 잡고 칼집을 따라 석류를 쪼개고 씨를 발려내면, 석류 씨는 바닥에 가라앉고 껍질 등은 물 위로 떠오른다. 물 위에 뜬 껍질을 건져내서 버리고, 석류씨를 채에 받쳐서 물기를 뺀 후 페이퍼 타올로 한 번 더 말려주면 된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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