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내내 오른쪽 허벅지의 저릿저릿한 통증이 가시지를 않는다. LA 메트로폴리탄 교통국(MTA)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서 평소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던 통근자들이 모두 자동차를 끌고 나와 프리웨이 교통체증이 극에 달했다.
아득하게 펼쳐진 자동차 대열 속에 갇혀서 무력하게 브레이크만 밟고 있다보니 허벅지 근육에 쥐가 날 정도였다. 직원의 대다수가 대중 교통 이용자들인 봉제업계, 식당, 호텔 등 업체들은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삶이 얼마나 자동차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자동차를 대전제로 형성된 사회에서 자동차의 흐름이 막히면 사회 자체의 흐름이 위협을 받는다. 자동차 보다 더 현대문명의 근간이 되는 전기의 흐름이 막히면 사회적 혼란은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지난 8월 북동부 지역 정전사태 때가 좋은 예이다. 동부에 사는 한 친지가 전했다.
“전기가 나가니까 휘황하던 도시가 한순간에 유령의 도시로 바뀌더군요. 컴퓨터, TV, 냉장고 … 아무 것도 작동이 안 되는데, 처음에는 정말 막막했어요”
사무실에 나가보니 무력감은 더 심하더라고 그는 말했다. 빌딩 전면이 유리이지만 창문을 열 수 없게 만들어 실내가 사우나실 같이 숨이 막히고, 모든 것이 전산화한 시스템에서 컴퓨터가 작동이 안되니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더라고 그는 말했다.
“사람이 컴퓨터를 지배하는 건지, 컴퓨터가 우리를 지배하는 건지 주객이 전도된 것 같더군요”
현대는 인공의 극치이다. 삶을 쾌적하게 만들고 육체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욕구가 문명의 이기들을 끊임없이 만들어 냈다. TV, 냉장고, 전화, 자동차가 사치품이던 시절이 불과 몇 십년 전인데 지금은 이 모두가 생활 필수품이 되었다. 소유·소비가 그만큼 불어났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소유하는 것들에 우리가 그만큼 또 소유 당한다는 사실이다. 소유 대상에 의존적이 되면서 우리의 삶이 구속당한다.
근년 우리를 꼼짝 못하게 구속하고 있는 대표적인 것은 인터넷. 북동부 지역 정전사태 때, 사람들을 안절부절못하게 만든 것 중의 하나는 인터넷과의 단절이었다고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혀 필수품이 아니던 휴대전화도 같은 케이스이다. 어쩌다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오면 뭔가 급히 연락할 일이 있을 것 같아 하루종일 불안하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더 많이 만들고 더 많이 갖는 것을 지상 목표로 삼는 문화이다. 그런 소유의 대가로 우리가 지불하는 것은 무엇일까. 자유라고 생각한다. 아무 것에도 매임이 없는 홀가분한 상태, 그런 자유는 소유가 적을수록 가능하다.
예를 들면 이런 상쾌한 자유이다. 산속 오두막에서 법정 스님이 누리는 자유이다.
“나 혼자 사는 오두막이라 남의 시선이 없어 정장을 할 필요가 없다. 헐렁한 속옷 바람으로 맨발로 지내니 내 몸과 마음 또한 자연 그대로였다”
전기도 없는 그 오두막에서 “새벽에 눈을 뜨면 맨 먼저 개울물 소리가 귀에 들어오고 창문을 열면 한기와 함께 영롱한 별빛이” 들어온다고 그는 한 책에서 썼다.
톨스토이가 쓴 민화 ‘사람에게는 많은 땅이 필요한가’를 보면 사람의 소유 욕심이 잘 담겨 있다. 하루치의 돈을 내면 아침부터 해 지기 전까지 걸은 만큼의 땅을 차지할 수 있다는 말에 주인공 빠홈은 밥 먹는 시간도 아끼며 쉬지 않고 걷는다. 땅을 한치라도 더 차지하려고 그는 기를 쓰고 걸어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드디어 출발점에 도착하지만 너무 무리한 나머지 그대로 쓰러져 죽고 만다는 내용이다.
그러자 “하인은 괭이를 집어들고 빠홈의 무덤으로 머리에서 발끝까지의 치수대로 정확하게 3아르신(1아르신은 약 70cm)을 팠다. 그리고 그를 묻었다”로 소설은 끝난다.
오늘 같은 물질만능의 사회에서 우리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 즉 소유가 필요할까. 산속 오두막의 청빈한 삶을 아무나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없이, 컴퓨터 없이 살기는 이미 어려워졌다. 하지만 소유를 점점 줄이면서 그 틈새로 찾아드는 자유의 맛을 즐기는 연습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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