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부(Il Postino)’는 언제 보아도 마음이 따뜻해져 오는 영화다. 꺼벙한 노총각 마리오는 동네의 작은 트라또리아(Trattoria)에서 일하는 아름다운 처녀 베아트리체에게 마음을 홀딱 빼앗긴 채 식당 한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와인을 홀짝거리며 테이블 사이를 물결치듯 오가는 베아트리체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할 뿐, 안타까운 마음을 전할 용기가 없다.
웨스턴 길에서 조금 서쪽을 향한 멜로즈 길. 기껏해야 타코 스탠드나 있을 법한 로케이션에서 라 부카(La Buca)라는 작은 이태리 식당을 발견했다. 꼭 영화 ‘우체부’에 나오는 시골 마을 작은 트라또리아 같은 이 식당은 숨겨진 보석처럼 갈 때마다 매력적인 요소를 하나씩 드러낸다.
주인인 알만도 푸치(Armando Pucci)는 스크린에도 자주 등장하는 영화배우로 한참 때의 이태리 배우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를 연상시키는 외모에 훤칠한 키, 매력적인 미소가 뭇 여성들의 시선을 끄는 미남. 낯선 손님들과도 금시에 친구가 되는 그는 특히 여자 손님들에게 지나칠 정도의 친절을 베푼다. 친구 부부와 함께 라 부카에 갔던 날, 알만도는 반갑다며 남의 아내 양볼에 바쵸(Bacio)를 퍼붓질 않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그윽한 눈길로 바라봐 남편 되는 이의 속을 뒤집어 놨다.
이태리 영화를 사랑하는 그는 몇 평되지 않는 라 부카의 실내를 온통 소피아 로렌의 사진과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 포스터로 도배를 했다. 시원하게 뚫린 천장에는 팽팽 돌아가는 팬이 개성 넘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아늑한 공간에 꼭 어울리는 양철 식탁과 의자는 라 부카를 더욱 부담 없는 마을 식당으로 다가서게 한다. 한 번 마음에 들기 시작하면 모든 게 다 곱게 보이는 법. 라 부카는 빵도 맛있다. 쫄깃쫄깃한 피자 브레드에 올리브 오일을 찍어 입에 넣으니 씹을수록 고소한 것이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오곡밥이라도 먹은 듯 만족스럽다.
라 부카는 인테리어와 음식값이 부담 없으면서도 맛 하나만은 고급 리스또란테에 빠지지 않을 만큼 훌륭하다. 옥수수의 거친 입자가 그대로 살아 있는 폴렌타(Polenta e Funghi)는 부드럽게 입안을 감싸오는 맛에서 이태리 시골 마을의 투박한 정서가 그대로 전해져온다.
너무 바싹 튀기지 않아 부드러운 꼴뚜기 튀김(Calamari Fritti)은 함께 곁들인 마리나라 소스에 찍어 먹으니 튀김 요리의 느끼한 맛이 전혀 없이 깔끔한 맛. 꼴뚜기에 새우를 더한 모듬 튀김(Fritura Mista)도 부담 없는 전채로 그만이다. 구운 꼴뚜기를 웃기로 얹은 샐러드(Insalata di Calamari)는 평범한 샐러드를 아주 특별하게 변화시켰다. 가끔씩 스페셜로 마련되는 부라타 샐러드(Burata)는 LA에서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이 몇 안 되는 진짜 이태리 요리.
라 부카의 파스타는 이태리인들조차도 만족한 표정으로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릴 만큼 맛깔스럽다. 가장 심플한 스파게티 포모도로(Spaghetti Pomodoro)도 이태리식으로 제대로 준비해 달콤한 토마토, 향기로운 베이즐의 어우러짐이 조화롭기만 하다.
가지 볶음에 말린 리코타 치즈를 더한 리카토니 코르레오네(Rigatoni Corleone)도 짭짤한 것이 입맛을 돋운다. 감자 수제비인 뇨끼(Gnocchi & Piacere)는 토마토, 미트, 페스토 3가지 소스 가운데 선택할 수 있는데 베이즐과 잣을 갈아 만든 페스토 소스가 뇨끼와 어찌나 궁합이 잘 맞는지 추천하고 싶다. 메뉴에는 없지만 벽의 칠판에 명시된 그날의 스페셜에 자주 오르는 파스타는 시푸드 스파게티(Seafood Spaghetti). 소스도 낙낙하고 홍합과 오징어의 질감도 적당히 익혀 뻑뻑하지 않으며 면발 또한 쫄깃쫄깃 알 덴테(Al Dente), 확실히 음식 잘 하는 집은 기본이 돼있다. 피자 역시 이태리식 원조로 구워낸다. 식사를 마치고 판타스티꼬(Fantastico)!라며 한 마디 칭찬을 해주면 알만도와 직원들이 퍽이나 기뻐할 것 같다.
<박지윤 객원기자>
종류: 이태리 식당. 오픈 시간: 월-금요일은 오전 11시30분-10시30분. 토요일은 오전 5시30분-오후 10시30분. 일요일은 오후 5시-10시. 런치 스페셜은 월-금요일 오전 11시30분-2시30분. 가격: 전채 요리와 샐러드는 6-10달러. 샌드위치는 7-9달러. 수프는 6달러. 파스타는 9-11달러. 피자는 12인치는 9-15달러. 16인치는 13-20달러. 후식은 5달러. 와인 라이센스는 없다. 파스타와 샐러드, 소다와 빵, 세금까지 포함한 To Go 전용 런치 스페셜은 9달러95. 3인분 이상이면 무료 배달. 주소: 5210 1/2 Melrose Ave. Los Angeles CA 90038. 한인타운에서 Melrose를 타고 가면 왼쪽으로 나온다. 주차: 스트릿 파킹. 전화: (323) 462-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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