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 먹는 계절’이라는 가을, 밥이야말로 최고 보약이라고 하지만 입맛 당기는 탕이나 찌개, 구이, 찜 하나 정도는 식탁에 올라야 밥그릇이 금방 비워진다.
자린고비가 밥한 술 뜰 때마다 한번씩 쳐다보곤 했다는 굴비나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 영원한 밑반찬인 멸치 등 생선요리는 옛부터 우리의 밥상을 즐겁게 하는 음식이다.
뿐만 아니라 장수식단이나 성인병 예방의 건강식, 다이어트 미용식 식단에 빠지지 않는 메뉴가 생선 요리. 연어, 장어, 참치와 같이 기름진 생선구이는 칼로리를 보충해주고 대구 매운탕이나 살이 통통하게 오른 미꾸라지로 끓인 추어탕 한 그릇은 가을 식탁의 별미가 된다.
생선요리의 기본은 제철을 맞은 신선한 생선 고르기. ‘가을 전어, 봄 도다리’라는 말이 있듯이 생선은 가장 맛있는 시기가 다르다. 생선의 맛은 지방(fat) 함량과 직결되는데 지방이 가장 많은 철이 바로 맛이 제일 좋은 때인 것.
싱싱한 생선, 하면 새벽에 장이 서는 다운타운 수산시장을 떠올리지만 한인타운에도 수산시장이 있다. 지난 8월 새롭게 단장한 LA수산시장(LA Seafood Market·대표 김홍주)이 그곳.
마켓에 없는 생선으로 별미를 만들고는 싶지만 새벽잠 설치기 싫은 주부들이 찾아보면 환성을 지를 곳이다.
LA수산시장에서 가을 식탁에 어울리는 생선 고르기를 해봤다.
요즘처럼 제철 식품의 구분이 없어진 시대에는 시절 지난 이야기로 들리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제철을 맞아 진열대에 올라 있는 생선들은 많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요리하는 생선의 종류가 손꼽을 정도였지만 LA에 사는 한인들은 한국 마켓은 물론, 일본 마켓, 중국 마켓, 미국 마켓을 찾아 다양한 생선 요리의 맛을 즐길 수 있어 생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별천지다.
가을에 최고의 맛을 낸다는 전어부터 시작해서 고등어, 꽁치, 연어, 갈치, 정어리 등이 한창 맛 자랑을 하고 있고 겨울에 가장 맛있다는 광어(넙치), 방어, 삼치, 참대구, 명태, 참치도 싱싱한 상태로 진열대에 올라있다.
냉동·냉장 기술의 발달이 사람들을 제철 식품에 무감각하게 만드는 것처럼 냉동 생선이라고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LA수산시장 김홍주 사장은 조리법이 다양해 똑 같은 재료로 갖가지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생선은 방금 잡아 올려 살아있는 생선이라고 모두 좋은 것만은 아니다고 강조한다.
사시미용 생선 중에서 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히라메(광어회)의 경우 살아 있는 횟감을 즉석에서 먹는 활어회를 최고로 여기지만 환경오염과 기생충을 고려한다면 활어를 죽여서 일정기간 저온 저장한 뒤 먹는 선어회로 손이 가게 된다는 것. 그래서 생선은 알고 먹어야 더 맛있다는 게 김사장의 지론이다.
막 잡아 올린 생선이든 냉동생선이든 생선을 고를 때는 눈과 아가미, 배를 보고 신선도를 가늠해야 한다. 눈은 맑고 튀어나온 것이 신선하고 배를 눌러 팽팽하고 탄력이 있어야 한다. 또 아가미는 선홍색이 신선한 것이고 암적색은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
LA수산시장에서 요즘 사람들이 많이 찾는 생선의 가격은 알래스카산 참대구가 파운드 당 99센트, 고급횟감인 동부산 광어 7.99달러, 참치(Yellowfin Tuna) 12.99달러, 아귀 2.99달러, 병어 4.99달러, 이면수 1.14달러, 동태 79센트. 특선품으로는 바다 속에서 40-50년은 보냈을 정도로 큼직한 미루가이(산구이닥) 12.99달러가 나와있다.
LA수산시장 주소는 1230 S. Western Ave. LA 문의는 (323)732-8989로 하면 된다.
<종류별 생선 조리법>
한식 요리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생선은 대구(Codfish) 명태(Pollack), 도미(Snapper), 고등어(Mackerel), 갈치(Cutlassfish, Hairtail) 등이고 일식당에서 먹는 사시미와 스시 메뉴에는 하마치(방어·Yellowtail), 히라메(광어·Fluke), 추토로(참치 뱃살·Bluefin Tuna), 마구로(참치·Tuna), 사바(고등어·Mackerel) 등이 있다.
서양식 요리 메뉴에는 Seabass(농어), Halibut(광어의 일종), Salmon(연어), Swordfish(황새치) 등이 주로 등장하며 Sardine(정어리), Anchovy(멸치의 일종)도 요리의 색다른 맛을 내는 생선. LA의 유명 시푸드 전문 레스토랑 ‘워터 그릴(Water Grill)’의 마이클 시마러스티 주방장과 ‘자알(Jar)’의 스잔 트라트, 마크 필 주방장이 권하는 종류별 생선조리법을 소개한다.
▲참치류(Tunas and Jacks)
다랑어를 식용으로 일컫는 말이 ‘참치’(Tuna·마구로)로 참다랑어(Bluefin), 방어(Yellowtail)와 날개다랑어(Albacore), 황다랑어(Yellowfin), 가다랑어(Bonito) 등이 이에 속한다. 바다의 쇠고기라 불릴 정도로 영양가가 높고 맛있는 생선으로 사시미용이나 스테이크용으로 즐겨 사용된다. 그릴에 구운 참치 스테이크는 덜 익은(rare) 상태에서 먹는 게 가장 맛있으며 완전히 익으면 껍질 전체가 말라 버리므로 먹을 때 껍질을 벗겨내면 된다.
▲연어·송어(Salmon and Trout)
연어(Salmon)는 입맛을 돋우는 붉은 빛과 깊고 고소한 맛, 부드러운 육질로 생선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좋아하는 요리 재료다. 연어회, 연어 스테이크, 연어찜 등 조리방법이 다양하며 훈제연어도 즐겨 먹는다. 덜 익은 상태에서 먹어도 좋지만 껍질이 얇게 벗겨질 정도로 구워 먹으면 가장 맛있다. 그릴에 구울 경우 껍질을 그대로 둔 채 조리해 껍질이 바삭바삭해질 때까지 굽고, 연어찜을 할 때는 미리 껍질을 벗겨서 조리하는 게 좋다.
▲농어류(Seabass, True Snappers and Cods)
흰살 생선인 시배스(Seabass)는 부드럽고 살이 부서지기 쉽지만 의외로 속은 단단하다. 도미(Snapper, Sea Bream), 대구(Codfish, Pollack)가 같은 부류에 속하는데 서양식 요리에 연어 다음으로 자주 등장하는 구이메뉴가 시배스다. 얇고 갈색을 띤 껍질이 특히 맛있는 시배스는 조리시 완전히 익혀서 먹는 게 좋다. 한인들이 즐겨 먹는 대구찜나 대구지리, 도미찜이나 도미찌게, 도미구이 등도 완전히 익혀 먹어야 한다.
▲광어류(Flatfish)
표준어인 ‘넙치’보다는 ‘광어’라는 방언이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생선으로 일식에서 ‘히라메’라 불린다. 광어(Fluke, Flatfish)와 도다리 또는 가자미(Halibut, Flounder, Sole)가 여기에 속하는데 광어는 지방이 적은 맛좋은 흰살 생선으로 건강에 좋다. 생선회를 즐기는 미식가들에게 광어와 도다리는 단골메뉴. 구이나 찜에 주로 사용되는 가자미는 그릴에 구울 경우 바삭하게 구워야 맛이 살아나고 찜을 할 때도 완전히 익히는 게 좋다.
▲볼락·그루퍼(Rockfish and Grouper)
일명 ‘우럭’(Black Rockfish)으로 광어만큼 사람들이 즐겨먹는 생선이다. 광어에 비해 향은 많지 않으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내 매운탕이나 찜을 하면 좋다. 완전히 익혀 먹어야 한다.
▲작고 기름기 많은 생선
앤초비(Anchovy), 정어리(Sardine), 고등어(Mackerel), 창꼬치(Barracuda) 등 부드럽고 지방질이 많은 어두운 색깔의 생선. 일반 마켓에 진열돼있는 통조림의 주재료다. 일식에서 정어리는 ‘이와시’ 고등어는 ‘사바’라고 부른다. 흔한 생선이지만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건강에 좋다. 그릴이나 팬을 사용해 굽고 반드시 완전히 익혀서 먹어야 한다. 내장을 빼지 않고 통구이를 하여 그대로 먹어도 좋다. 쉽게 상하는 생선이기 때문에 구입시 신선도에 주의해야 한다.
<하은선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