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계의 관심이 이라크와 중동에 쏠려 있지만 북한은 서방세계의 안보에 그 못지 않은 위협을 가하고 있다. 베이징 6자회담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 핵위기 해결방안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사실만을 보여주고 끝났다. 한두 달 내에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성공 전망은 미미하다.
북한 문제의 기본적 딜레마는 간단하다. 북한은 자국의 가장 중요한 자산에 속하는 핵 개발 능력을 웬만큼 좋은 조건이 아니면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요구를 공갈협박이라며 들어주지 않고 있다. 북한이 먼저 핵 프로그램을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파기하고 난 후에야 어떠한 외교적, 경제적 협상이든 응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 부시의 입장이다. 부시가 과도적 제스처로 내놓을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6자회담 참가국간의 불가침협약 정도이다.
한편 북한은 핵 개발에 계속 박차를 가하고 있고, 북한이 처한 절박한 상황을 고려할 때 이것은 여간 위험한 일이 아니다.
북한 핵 위기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플랜은 압박 전략에 머물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6자회담을 고집하고 있는 데 그 이유는 그렇게 해야 나머지 5개국이 입을 모아 북한에 핵 포기를 요구할 수 있고, 북한의 벼랑 끝 어거지 작전이 끼여들 여지도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 베이징 회담에서 평양 대표단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공격적인 복안을 가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때 러시아가 나서서 미국은 절대 그런 의도가 없는 것으로 확신한다며 미국 편을 들었다.
아울러 부시 행정부는 군사력 카드도 고려대상으로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의 이런 전략은 성공할 것 같지가 않다. 경제상황이 점점 악화되면 북한정권은 항복하기 보다 다시 한번 자국민들을 기아선상으로 내몰고, 아마도 위험한 무기들을 테러리스트들에게 팔 생각을 하게 될 공산이 크다. 힘을 내세우는 미국의 태도에 대해서는 중국, 한국, 일본 모두 호의적이지 않다. 중국은 지난달 협상에서 미국이 너무 강경 일변도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일본과 한국도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좀 더 회유적이기를 요구했다. 현재 한반도 인근 국가들 중 군사력 동원에 관심을 갖는 우방은 한 나라도 없다.
이런 딜레마에서 벗어나려면 크게 생각해야 한다. 북한에 더 많은 것을 제공하고 대신 더 많은 것을 요구해야 한다. 목표는 경제개혁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북한이 진지하게 개혁을 시도하도록 밀고 나가는 것이다. 북한이 만약 재래식 군병력을 줄이는 등 기꺼이 단계를 밟아 나간다면 우리도 관대해질 수가 있다. 이것은 공갈협박에 대한 굴복이 아니다, 스탈린식 북한 정권의 자살을 보조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설사 김정일과 그 일당이 개혁의 과정을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이후 그들의 통치방식은 현격하게 바뀌고 말 것이다.
이 계획이 성공하려면 6자회담 당사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중국은 경제와 테크놀러지 분야의 자문을 맡고, 러시아는 북한측에 안전을 보장해 주며, 일본과 한국은 투자와 원조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뿐 아니라 화학무기, 탄도미사일을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제거하고 지폐 위조, 마약 밀매에서도 손을 떼야 할 것이다.
반면 미국은 무역 제재를 즉각 완화하고 궁극적으로 철폐해야 하며 한반도 주변 우방 및 국제 재정기구들과 협조해 연간 최소한 20억달러의 원조를 북한에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이어 외교 관계 수립 및 안전을 보장하는 완전한 평화조약 체결이 수순이 될 것이다.
물론 이런 접근법이 실패할 지도 모른다. 북한 지도자들은 부시 행정부의 선제공격을 막는 유일한 길은 핵무기 보유라고 믿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평화적 방식을 시도도 해보지 않고 미리 실패할 것으로 간주한다면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다. 무력 동원은 우리의 시도가 실패할 경우 그때 가서 할 수가 있다. 그렇게 되면 우방들도 미국이 외교적 해결 방안을 진지하게 시도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 어렵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이클 오핸론/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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