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멜로즈 길을 따라 가다가 벽면에 하양 빨강 페인트로 ‘신선한 해산물 있음, 해피 아워에는 반값’이라고 쓴 사인에 눈길이 머물러 차를 세우고 들어갔다. 태양이 게으른 빛을 길게 드리우는 오후 4시. 점심이라고 하기엔 늦고 저녁이라 하기에는 이른 시각. 햇볕을 가득 들여놓은 실내에 중후한 분위기의 시니어들이 홀로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종업원 유니스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레귤러’를 주문하는 백발의 할머니 에벌린스켈톤(73)은 벌써 20년째 시푸드 빌리지(Seafood Village)의 단골. 그녀의 테이블에는 주황색의연어구이가 먹음직스럽게 놓여져 있다. 해피 아워에 오면 이렇게 근사한 생선 요리를 5달러 안팎에 즐길 수 있다는 이유로 그녀는 매일 저녁 식사를 이곳에서 해결한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시푸드 빌리지의 스페셜티인 랍스터와 새우를 하루가 멀다 하고 시켰지만 요즘은 콜레스테롤 수치 때문에 참는다고. “젊었을 때 실컷 먹었기 때문에 미련은 없어요.” 싱싱하고 맛있는 해산물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와서일까. 얼굴 가득한 주름이 살아온 세월들을 이야기해주고 있기는 해도 그녀의 하얀 피부는 유난히 고와 보였다.
시푸드 빌리지는 그리스인 주인 페트로스 사르골로고스(Petros Sargologos)가 세운 맛의 성전. 20년 전 이 자리에서 생선 가게를 운영하던 그는 바로 옆집의 프랑스 식당을 인수하면서 한쪽은 해산물 마켓, 한쪽은 프랑스 레스토랑으로 따로 운영을 해오다가 식당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늘어가자 아예 마켓 자리까지 레스토랑으로 바꾸었다.
그의 그리스 클래식 아트에 대한 애정은 깊다. 시푸드 빌리지에 들어서면 우선 비너스와 헤르메스의 조각이 손님들을 반긴다.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형상화한 고대 그리스의 조각 ‘밀로의 비너스’는 그 매혹적인 자태로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는 비너스와 헤르메스 신의 조각 리플리카를 그리스에서 수입해 이곳에 들여놓았다. 거기에다 코린트 양식의 육중한 기둥과 함께 신들의 거처인 올림푸스 산과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을 벽화로 그려 사방 하나 가득 들여놓았다. 미카노스 지방 에게해의 파란 물빛이 하얀 지붕의 집들과 어우러져 있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비행기를 타고 아주 멀리 떠나온 듯한 느낌이 된다.
솔직히 시푸드 빌리지의 음식들이 뭐 대단히 입에 맞는 건 아니다. 메인 디쉬에 딸려 나오는 클램 차우더는 평균 이하고 해물 수프는 타바스코 소스를 뿌려야 먹을 수 있을 만큼 생선 냄새가 폴폴 난다. 샐러드의 경우 알록달록 색깔은 고운데 끼얹은 드레싱이 영 아니다.
메인 디쉬로 넘어가도 얘기는 그리 달라지지 않는다. 메뉴가 달라져도 조리법은 한 가지. 심플한 그리스 요리의 레서피대로 소금과 후추, 올리브 오일과 오레가노, 레몬만으로 맛을 냈다. 거기다 이 집 주방장은 파프리카와 무슨 원수가 졌는지 접시마다 붉은 벽돌 갈아놓은 듯한 파프리카를 듬뿍듬뿍 뿌려 낸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아마도 당신은 ‘그곳에 절대 가지 말아야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푸드 빌리지는 썩 괜찮은 레스토랑이라는 것. 수프나 샐러드 등 전채 요리, 감자나 라이스, 야채 등 딸림 요리를 포함하는 메인 디쉬는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해 만족스러운 외식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랍스터의 가격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싸다. 통째로 삶은 랍스터를 13달러면 먹을 수 있으니 이건 거의 거저가 아닐까. 6-7인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8파운드짜리 대형 랍스터도 100달러면 충분하다. 다른 건 몰라도 랍스터 하나는 적당히 육질이 보드라우면서 쫄깃쫄깃하고 듬뿍 뿌린 파프리카도 랍스터 맛과 잘 어울린다.
조갯살과 새우, 랍스터 세 가지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선장 스페셜(Captain Special)’은 20달러, 랍스터 대신 꼴뚜기를 섞은 고메이 콤비네이션(Gourmet Combination)은 13달러면 뒤집어쓴다. 그리스 식으로 조리한 새우(Greek Style Shrimp)는 싱싱한 왕새우를 사용해 마늘을 비롯한 소스를 조화롭게 사용해 맛이 제법 괜찮다. 지중해 연안 지방의 해물 찌개인 부이야베스(Bouillabaisse)는 대야처럼 큰그릇에 푸짐하게 나오는데 그리 권할 만한 맛은 아니다. 하우스 스페셜 커스터드(House Special Custard)의 달콤한 맛을 입안 가득 느끼며 플라톤의 ‘향연’과 같은 진정한 의미의 심포지엄을 정리한다. <박지윤 객원기자>
▲종류: 그리스 요리와 컨티넨탈 시푸드 전문점.
▲오픈 시간: 월-금요일은 정오-오후 10시. 토요일과 일요일은 오후 3시-10시.
▲Early Bird Special은 주7일 오후 3시30분-오후 6시까지. 랍스터와 알래스카 크랩을 제외한 대부분의 메뉴가 반값이다.
▲가격: 샐러드는 7-10달러. 샌드위치는 4-5달러. 스페셜티는 10-20달러. 스테이크와 구이는 10-13달러, 파스타 종류는 7-11달러. 후식은 1달러50-3달러. ▲주소: 5732 Melrose Ave. Hollywood CA 90038. 한인 타운에서 Melrose를 타고 서쪽으로 가다가 Lucerne Blvd.를 만나 좌회전하면 건물 뒤편으로 무료 주차장이 나온다. ▲전화 (323) 463-8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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