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에 이 칼럼을 시작한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그동안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대학 진학준비와 관련하여 많은 질문을 받았다. 어떤 질문들은 미국 대학 입학제도의 근간이 되는 교육철학이나 교육정신과 관련된 포괄적인 것이었고, 반면에 대학 진학과 관련된 아주 구체적인 질문들도 있었다. 앞으로 가장 자주 물어오는 질문들 가운데 하나씩을 골라서 이 칼럼을 통해 답하고자 한다.
<문> 아이비리그 대학을 지원하려면 사립고교에 다니는 것이 공립학교를 다니는 것보다 유리하다고들 하는데, 사실입니까?
<답>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아니다’가 답이다. 사립학교에 다닌다는 사실이 대학 입학 사정에서 자동적으로 학생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는다.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 학생들의 학교 성적이나 과외활동은 그 학생이 속해 있었던 전체 환경이나 맥락을 고려하여 개인적으로 평가된다. 일류 사립학교를 다니거나 부자들이 몰려 있는 공립학교로 이사를 갈 정도로 집안 형편이 넉넉한 학생은 많지 않다는 사실을 입학사정관들도 잘 알고 있다.
입학사정관들은 한 개인이 자신의 ‘생활환경’(realm of life)이나 ‘전체 배경’(background panorama) 안에서 얼마나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여 그 세계에 영향을 끼치고 공헌하였는지를 중요한 판단의 근거로 삼는다. 사립학교에 다니면서 아버지가 의사인 학생과 대학이라고는 가본 적이 없는 홀어머니 아래에서 서민층이 몰려 사는 동네 공립학교에 다니는 학생을 평가하는 기준은 매우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떤 학생의 학업성적, 개인적 지도력이나 능력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상이한 기준들이 적용되는데, 이런 기준들은 각 개인 속한 배경이나 맥락(context)에 따라 결정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사립학교는 교육적 측면에서 일반적인 장점이 있기는 하다. 예를 들어 사립학교는 대부분의 공립학교에 비해 학습의 수준 좀 더 높다. 특히 대입준비(college-prep) 사립학교의 경우 더 많은 AP클래스를 제공하며, 선생과 학생의 비율이나 상담교사(GC)와 학생의 비율도 훨씬 낮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을 좀더 개인적으로 상담하고 지도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에 제출하는 교사 추천서도 훨씬 질적으로 나아진다.
또한 고등학교 시절에 높은 수준의 수업을 듣게 되면 대학 공부를 위한 준비를 일찍 갖춘다는 장점도 있다. 하버드에 진학한 공립학교 출신 학생들이 학교 수업에서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를 가끔 보는데, 이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난이도 높은 수업을 받는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입학사정관으로 있으면서 경험한 바로는 가장 뛰어나고 인상적인 학생들의 대부분은 공립학교 출신들이었다. 이들은 400∼500명씩이나 되는 동급생들 가운데 자신의 개성과 능력을 드러낸 그야말로 ‘두드러진’ 학생들이었기 때문에 교사들의 추천서도 매우 적극적이고 열성적이었다.
공립학교는 규모가 크기 때문에 학생들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공립학교는 학업환경도 대체로 스트레스가 덜하고 경쟁도 사립학교보다는 덜 심하다. 따라서 개인의 인성, 성숙도, 그리고 성취욕 등에 따라 사립과 공립 중에서 어느 학교가 본인에게 맞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많은 한국 부모들이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캘리포니아의 팔로스버디스, 워싱턴의 머서 아일랜드, 메릴랜드의 포토맥, 혹은 뉴잉글랜드 지역의 사립학교 인근으로 이사를 한다. 그러나 필자의 결론은 이런 것들이 좋은 대학에 쉽게 들어가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어디서 공부하든지, 또는 무슨 활동을 하든지 자기가 속한 곳에서 두드러지게 뛰어나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동물원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든, 칼텍(Cal Tech)에서 연구를 하든, 혹 아버지의 세탁소에서 일을 하든 상관없이 입학사정관들이 찾는 학생은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독특한 개성과 뛰어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학생이다.
앤젤라 엄
<보스턴 아카데믹 컨설팅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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