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나빠도 아동용 의류는 매상 ‘쑥쑥’
과시적 X세대 엄마들 경쟁적 아이 ‘치장’
젖먹이용 200달러 옷 없어서 못 팔기도
호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도 아이들 옷은 최대한 고급으로 사준다.
최근의 의류 판매 추이를 분석하면 이런 결론이 나온다. 경기침체로 대부분의 소매 비즈니스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동 의류 부문은 계속 파란불이다.
아동 의류는 지난해 의류산업중에서 유일하게 성장을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인 NPD패션월드에 의하면 2002년중 아동 의류는 6%의 성장을 기록했는데 전체 의류 판매가 1.7% 감소하고 틴에이져 시장마저 전년도와 같은 매출에 그친데 비하면 단연 돋보였다. 더욱이 신생아에서 10살 사이 아동 인구는 감소하는 와중에 일궈낸 매출 성장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10세 아래 아동 의류가 뜨는 이유는 좀 자세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성인 의류가 유행이나 경기에 민감한데 비해 안정적인 판매 패턴을 보인다. 어른 옷은 경기가 안좋을 때는 안 사입어도 되지만 아이들은 계속 자라기 때문에 호주머니 사정과 상관없이 계속 사줘야 한다.
하지만 최근 독보적인 성장세를 이것만으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 보다 근원적인 변화에 기인한다. 인구 사회적인 변화가 있었고 마케팅도 과거와 달라졌다. 또 미국 전체의 가치기준과 사회적 무드도 변화했다.
업계 전문지 ‘췰드런스 비즈니스’의 시장담장 편집자 에린 클래크는 “전쟁과 테러리즘을 경험하면서 자식에 대한 부모의 보호본능과 사랑이 더 강해졌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자기 자식 예쁘게 보이고 싶어하는 마음이야 모든 부모들이 한결 같겠지만 요즘 부모들은 과거에 비해 유별나다는 것. 자기 아이들을 최대한 예쁘고 돋보이게 꾸미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크게 늘어났다. 이런 세태 덕분에 아틀랜타의 ‘캥거루 파우치’와 같은 독립 서페셜티 스토어들이 각광받고 있다. 아동 의류중에서도 특히 젖먹이 아기를 치장하기 위해서라면 요즘 엄마들은 돈을 아끼지 않는다.
왜 그럴까? 먼저 인구적 변화. 30세 넘은 엄마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늘어났다. 2001년 조사에 의하면 30~34세 여성의 출산은 1990년에 비해 14%나 늘었고 35~39세 여성의 출산은 28%나 늘었다.
과거 대다수였던 20대 엄마들보다 요즘 엄마들은 나이가 많은 만큼 경제적 능력도 우위다. 더욱이 부부가 맞벌이로 벌어 가구당 가처분 소득은 훨씬 많아졌다. 오마하의 40세 엄마 쉐릴 킬턴. 제약판매담당인 그녀는 2살짜리 딸이 있는데 크리스머스때 입히기 위해 털가죽 신발과 어울리는 200달러짜리 밍크 드레스를 최근 사뒀다. “우리 부부는 근사한 직업도 있고 집도 있고 빚도 없는데 아이에게 뭘 못해줄까.” 그녀가 돈을 쓰는 이유다.
이 드레스는 아동 전문 부티크 ‘피쉬 포쉬’에서 샀다. 피쉬 포쉬 주인 엔지 베킨스는 지난 4월 이 가게 문을 열 당시 이라크전쟁과 불황으로 몹시 걱정을 했으나 문을 열고 보니 한마디로 ‘대박’이었다. 첫달부터 손님이 쏟아져 들어왔는데 20달러짜리 T셔츠와 100달러가 넘는 드레스를 손님들이 채가듯 샀기 때문에 주문을 하기에도 손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한번은 170달러주고 밍크로 장식된 스웨터와 스커트를 사간 고객이 다시 돌아와 작은 아이에게도 맞춰 입힐만한 옷을 또 사가기도 했다고 베킨스는 전한다.
모든 엄마가 이런 고가의 옷을 구입할 수는 없지만 비록 수입이 많지 않아도 엄마는 싼 매장에서 옷을 사 입을망정 아이에게만은 능력이 닿는 한 최대로 고급을 입힌다. 파트타임 의료 검사원인 30세의 한 엄마. 그녀는 20개월 된 아들과 5개월된 딸 아기가 있는데 아들에게는 타미 힐피거 신발, 노티카 셔츠를 입혔고 딸아이에게는 폴로 상표 옷을 입혔다. 비록 자신은 싸구려 푸른색 T셔츠 한 장을 걸쳤을지라도.
모성애라고 볼 수 있지만 요즘 엄마들은 좀 유별나다. 요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신분 과시물에 매우 취약한 경향을 보여온 소위 X세대 출신들.
“요즘은 아이를 갖는다는 것이 집이나 SUV를 갖는 것과 다름없다”고 NPD의 코엔은 말한다. 자기 아이들을 최고의 브랜드로 장식하고 싶은 과시적 욕망이 강하다.
버버리나 다나 캐런, 베르사체등 최고급 브랜드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휘감은 아이도 적지 않고, 호화 브랜드라고는 할 수 없지만 고급 브랜드로 잘 알려진 리즈 클레이번, 타미 힐피거, 중간가격대의 올드 네이비, 갭등 브랜드 의류는 예사로 입는다.
아동용 브랜드 의류에 대한 수요 때문에 노스트롬이나 리미티드등 에서도 독자적인 아동용 브랜드를 개발했다.
고급 외출복 뿐 아니라 맘대로 뒹굴어도 좋은 평상복 판매도 순조롭다. 월마트와 타겟은 자체 아동 의류 개발에 오랜 기간 공을 들인 끝에 괄목할 판매신장을 이뤘다. 34세의 아틀랜타의 한 주부는 21개월된 아기에게 교회갈 때는 고급 부티크에서 60-75달러주고 산 옷을 입히지만, 평상시에는 타겟에서 산 옷을 입힌다.
엄마 뿐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도 아동용 의류 판매에 일조한다. 두 살 된 손자와 6개월된 손녀를 둔 51세의 한 할머니는 “손자 손녀가 옷을 예쁘게 입고 있는 것을 보는 때 만큼 행복할 때는 없다”고 말한다. 이 할머니는 손자에게 수영복을 사주기 위해 50달러를 기꺼이 지불한다. 비싸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한다. 단지 큰 즐거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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