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의 애인
동료기자 한사람이 한국서 유행이라는 유머를 들려주었다.
대학졸업반 여대생에게 직장 있고 결혼할 남자도 있으면 ‘금메달’, 직장은 없지만 결혼상대가 있으면 ‘은메달’, 결혼상대 없이 직장만 있으면 ‘동메달’, 두 개 다 없는 사람은 ‘목메달’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유머를 유부녀에게 대입한 수정판이 있었으니 그 내용은 이러하다.
“연하의 애인이 있는 유부녀는 금메달, 동갑 애인을 가진 여자는 은메달, 연상의 애인을 가진 사람은 동메달, 애인 없는 유부녀는 목메달”
한국사회가 요즘 온통 ‘불륜’ 투성이인 것은 따로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불륜 소재 드라마가 히트행진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고, 채팅에서 만난 기혼남녀가 가정파탄에 이르는 이야기들이 주간지에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그것도 모자라 큰교회 목사님들의 불륜사건들이 연일 교계신문에 특종 보도되고 있으니, 인터넷과 신문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바야흐로 한국은 ‘불륜왕국’, 애인 없는 사람은 어디가 잘못된 사람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 같다.
바로 몇달전 이민 온 젊은 여성에게 한국이 “진짜 그렇더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놀랍게도 그녀는 “진짜 그렇다”고 하였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고 물었더니 한국 유부녀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들려주는데 과연 그럴만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있었다.
일단 한국의 유부녀들은 대개 전업주부이기 때문에 남편 직장 가고, 아이들 학교간 대낮에는 할 일도 없고, 어디 가서 무엇을 해도 남편이 알기 힘들다고 하였다. 또한 미국처럼 13세 이하 어린이를 집에 혼자 두면 안된다는 법이 없으므로 아이들이 학교 끝나고 돌아올 시간에 엄마가 꼭 집에 있을 필요가 없고, 아이들은 엄마가 없으면 전화로 음식을 시켜 먹는 일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고 하였다. 심지어 아이들 재워놓고 난 밤시간에 부부가 함께, 혹은 따로 나가 노는 일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거기에 또 하나 중요한 요인은 호화스럽게 발달된 24시간 찜질방, 사우나, 목욕탕 문화라고 하였다. LA의 사우나는 한국의 시골 변두리 수준만도 못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최고급 초대형 시설을 자랑하는데 그런 곳에서 많은 만남이 이루어지므로 친구들 만나러 찜질방 간다는 핑계로 나와 바람 피우고 탈선하는 여성들이 많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에게 전혀 죄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극도로 발달된 향락문화와 도덕성 상실, 유행이라면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무섭게 퍼져나가는 한국사회의 모습이 멸망 직전 로마제국의 목욕탕 문화를 연상케 한다면 너무 심한 비약일까? 아이러니칼한 것은 유부녀들의 애인 갖기가 공공연히 유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남편들은 ‘나의 아내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전 한 남자분이 은근히 기대되는 표정으로 물어왔다. “한국서 유행하는 것들이 몇 년후면 LA로 건너오지 않습니까? 그러면 유부녀 애인 갖기 같은 열풍도 조만간 이곳에 퍼지지 않을까요?” 나는 두가지 이유를 들어 이분의 은근한 기대를 무참히 꺾어드렸다.
첫째 이곳은 라이프 스타일이 한국과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아이들만 놔두고 다닐 수 없는 법적 제약도 그렇고, 생활이 부부중심으로 돌아가는데다, 특히 매일 힘들게 일하는 맞벌이 부부는 시간적, 경제적, 육체적으로 바람 피울 여유도, 핑계를 갖다댈 찜질방 문화 같은 것도 없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교회와 신앙의 파워다. 나이롱 신자, 선데이 크리스천이라 해도 매주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70%가 넘는다고 하니, 그렇게 간단히 성경의 가르침을 무시하고 죄의식 없이 바람을 피울 수 있는 사람이 한국처럼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한마디. 아무리 그래도 대한민국의 여성들이 절대로 그렇지는 않으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한국에서 데모가 심하다고 하면 우리는 당장 무슨 일이라도 날 것처럼 걱정하고, 또 여기서 테러나 지진이 났다하면 한국 친지들이 모두 전화를 걸어와 걱정하는 것처럼, 언론의 호들갑스런 보도와 관계없이 보통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영위하며 살아가는, 그 정상적인 삶의 현장을 믿고 싶은 것이다. 조금 촌스럽고 구식이며, 너무 보수적이라 답답하기도 한 미주한인들이 이럴 때는 훨씬 순수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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