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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영 <서울경제 뉴욕특파원>
3년째 슬럼프에 빠져 있는 미국 경제가 꿈틀거리고 있다. 소비자들이 쇼핑몰을 찾아가 물건을 많이 사고, 기업인들이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적어도 거시 경제 지표에서는 그렇게 나타나고 있다.
뉴욕 증권시장은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직후부터 폭등, 이른바 황소장세(bull market)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미국 경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미국 경제가 잘돼야 이 땅에 삶의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한인들도 장사가 잘 될 것이고, 미국과 밀접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 경제도 좋아진다.
미국 경제는 지난 2/4분기에 2.4% 성장, 1/4분기의 1.6%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부진의 원흉으로 지목되었던 투자도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고용시장도 안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미국 경제 회복에 몇가지 함정이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첫째, 시장 금리가 올라간다는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6월말 단기금리를 1%로 떨어뜨린 다음날부터 뉴욕 금융시장에서 채권금리가 급등했다. 한때 3.07%까지 하락했던 10년만기 국채(TB) 수익률은 4.6%까지 치솟아 한달반 사이에 무려 1.5% 포인트 가량 급상승했다. 이에 따라 국채 수익률과 연동해서 움직이는 주택금융(모기
지) 금리도 동반상승하고 있다.
시장 금리 상승은 미국 경제 회복에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기업들이 금융시장에서 채권을 발행, 자금을 조달할 때 코스트가 높아지며, 융자를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의 금융비용이 커진다. 지난 2년간 주식시장이 붕괴하면서 미국인들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개인 소득을 보충했고, 주택 재금융을 통해 얻어진 이득을 소비로 연결했지만, 이제 그 역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주택 가격 상승률이 둔화되고, 이자율이 올라갈 경우 그 접점에서 부동산 시장이 꺾이게 돼 있다. 따라서 주택시장 활황에 따른 부의 보완효과도 마무리 단계에 와있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둘째,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기 전에는 완전한 회복을 운위하기 어렵다. 미국의 잠재 성장률은 3.0~3.5%로 관측된다. 경제가 잠재 성장률 이상으로 성장해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 올 하반기에 3.5%의 성장을 달성한다고 해도 올해는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셋째, 미국은 물론 전세계 자산 시장의 거품과 제조업 부문의 과잉 설비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뉴욕 증시의 주가가 지난 3년 사이에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주가수익률(PER) 개념으로 보면 아직 2000년초의 거품에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기업 수익이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일부의 주장처럼 증시의 거품이 꺼졌다고 하더라도 올해 채권시장에 새로운 거품이 형성됐다가 꺼지고 있고, 부동산 시장의 과열도 조정이 필요하다. 미국의 자산 거품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 사이클 상의 회복이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이라크 전쟁이 끝났지만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이하로 떨어지지 않고, 한반도를 비롯, 세계 도처에서 지정학적 문제가 언제 돌발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또다른 문제는 부시 행정부가 경기 부양 방안으로 밀어부친 감세 정책으로 연방 정부의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주지사를 재선거한 이유도 재정 부실에서 나왔듯이 미국은 경기가 회복된 후에도 장기적으로 연방정부의 빚을 갚아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지금의 경기 회복세는 착시 현상일수도 있다. 이라크 전쟁으로 지난해 가을부터 올 봄까지 보류됐던 투자와 소비가 일시적으로 몰리면서 거시지표상으로 경기가 회복되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다. 경기 회복국면에 나타나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최종 수요’ 확대에 따른 회복을 예측하기엔 아직 이르다.
경기가 좋아지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사람들의 지갑이 두둑해진다. 그러나 아직 회복을 단정하기 이르기 때문에 소비와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in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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