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옥순씨 새학기를 앞두고 특별강좌
한글로 쓴 메뉴, 재료들 더듬더듬 읽어보면서
밑반찬, 밥등 직접 해보며 “너무 신기해”
“아...몬...드...멸...치...볶...음... what is ‘멸치’?”
“쇠...고...기...다...진...것... what is ‘쇠고기’?”
강의가 시작되기 전, 일찍 도착한 학생들이 한글로 적힌 메뉴와 준비재료들을 더듬더듬 읽어보며 서로 단어의 뜻을 묻고 재료 이름들을 영어로 메모하느라 여념이 없다.
요리전문가 신옥순씨의 ‘초보 요리강습반’. 클래스의 대상은 주부가 아니다. 한달 후 새학기가 시작되면 부모 집을 떠나 살게 될 예비 대학생들과, 얼마 안 있어 독립하거나 결혼하게될 젊은이들을 위해 대학생 아들을 둔 신옥순씨가 마련한 기초클래스. 일반 클래스가 방학중인 여유를 타서 만든 특별강좌다.
“아이들이 집에서 한국음식을 먹기만 하지 직접 해볼 경험은 거의 없잖아요. 대학이나 대학원으로 진학하면서 독립하는 아이들이 혼자서도 간단한 한국음식 정도는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한 겁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4주 코스의 첫 번째 시간인 이날은 간단한 밑반찬 몇 가지와 손쉬운 밥 요리를 공부했다,
두 번째 시간에는 한끼 식사로 충분한 샐러드, 세 번째 시간에는 파스타와 국수, 네 번째는 샌드위치를 주제로 진행된다.
아몬드 멸치볶음, 고추장 볶음, 주먹밥, 김치&햄 볶음밥을 만드는 첫 강습이 있었던 지난 수요일. 오전 10시가 되니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해 늦잠을 자서 늦었다는 학생들까지 모두 모이니 총 9명. 9학년에 올라가는 어린 학생들부터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까지 9명의 수강생들에게 한국말로 진행되는 수업과 서투른 한국어 실력으로 읽어 내려가는 재료 목록은 아무래도 낯설다.
“쌀에는 햅쌀과 묵은쌀의 두 가지가 있어요. 햅쌀을 가을에 논에서 추수를 해 바로 나온 신선한 쌀이고 묵은쌀은 그 전 해에 수확한 쌀이에요. 그래서 햅쌀로 밥을 할 때는 쌀과 물의 비율이 1대1, 묵은쌀로 밥을 할 때는 쌀 1컵당 물 1 1/4~ 1 1/3컵 정도가 적당하지요”
천천히 설명하지만 어린 학생들은 여전히 갸우뚱. 신씨는 두어 번씩 설명을 반복하며 학생들이 이해를 하는지 확인하고서야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첫 요리는 아몬드 멸치볶음. 잔멸치를 전자렌지에 넣고 ‘하이’(high)에서 1분50초간 돌리면 눅눅함이 없어지고 아몬드 슬라이스 역시 프라이팬에 넣고 볶으면 더 바삭거린다는 노하우는 아몬드 멸치볶음을 더욱 맛있게 만드는 비결.
고추기름, 정종, 물엿 등 생소한 재료들에 대해 설명하고 시범을 보이자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요리 시범대로 향하며 받아쓰기라도 하듯 레서피를 깨알같이 적어 내려간다. 멸치와 몇 가지 재료를 넣어 순식간에 완성된 아몬드 멸치볶음을 돌아가며 조금씩 맛을 보는 학생들은 신기하기만 하다.
“다진 고기는 지방이 7%정도만 포함된 것이 좋아요”라는 신씨는 고기를 볶다가 준비한 재료들과 고추장을 넣고 마지막으로 잣으로 장식까지 해 완성된 고추장 볶음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마른반찬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주먹밥이다. “주먹밥은 마른반찬이나 일본식 후레이크, 오이, 달걀, 명란젓갈 등 중 한 두 가지에 집에 남아있는 밥으로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요. 밥에 밑간을 할 때는 밥이 으깨지지 않도록 반드시 주걱을 세워서 섞어야 해요”라며 만들어 보이는 4~5가지의 주먹밥이 먹음직스럽다. 미리 만든 아몬드 멸치볶음을 속에 넣고 굵은 띠 모양으로 얇게 떠낸 오이를 둘러 마사고를 얹은 것, 고추장볶음을 속에 넣은 주먹밥을 일본식 후레이크에 굴려 옷을 입힌 것뿐만 아니라 샌드위치용 네모난 통에 랩을 깔고 밥, 명란젓, 밥 순서로 깔아 만든 밥 샌드위치까지 맛도 좋고 보기도 좋은 주먹밥들. 미리 가지런히 재어 둔 불고기로 만든 불고기 주먹밥도 이날 선보인 스피드 주먹밥 중 하나.
선생님의 시범에 이어 수강생들도 일회용 장갑을 끼고 오물조물 직접 만들고 맛을 본다.
마지막 메뉴인 김치 햄 볶음밥 만들기의 키 포인트는 밥만 먼저 버터에 볶는 것. 김치, 햄, 올리브 오일, 밥, 버터만 있으면 순식간에 맛있는 김치 햄 볶음밥이 완성된다.
“맛있어요” “버터 맛이 나서 고소해요”라며 여기저기서 음식평이 터져 나온다.
강습이 끝나자 대학 1년 생인 신디 황양은 “요리를 자주하지는 못하지만 하는 걸 즐겨요. 소풍갈 때나 친구들과 모일 때 김밥이나 된장찌개 정도는 끓이죠”라고 수줍은 듯 말을 꺼내면서 “오늘 강습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집에서 만들어 봐야죠”라고 덧붙였다.
신씨는 “해먹기 귀찮아서 ‘그냥 사먹고 말지’하는 학생들이 많더라구요. 영양섭취가 어느 때 보다 중요한 나이에 매일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나 사먹고, 스파게티 정도로 끼니를 때우면 안되잖아요. 만들기 쉽고 기본 재료만 있으면 금방 준비할 수 있는 요리 몇 가지를 알아 놓고 직접 해먹는 습관을 기르는 게 중요하지요”라고 말했다.
아몬드 멸치볶음
고추기름· 설탕· 정종 · 간장 ·물엿
프라이팬에 넣고 끓으면 불끄고
잔멸치 · 아몬드 넣고 잘 섞어야
<재료> 잔멸치 150g, 아몬드 슬라이스 20g, 고추기름 3큰술, 설탕 2큰술, 정종 1작은술, 간장 1/2큰술, 물엿 3큰술, 통깨, 참기름 약간
<만들기> 프라이팬에 고추기름, 설탕, 정종, 간장, 물엿을 넣고 끓기 시작하면 불을 끄고 잔멸치와 아몬드 슬라이스를 넣어 잘 섞는다. 참기름을 약간 두르고 통깨를 뿌려낸다.
고추장 볶음
달군 팬에 다진 고기 볶은 후
모든 재료 함께 넣고 다시 볶다
물엿 · 참기름 ·잣 ·통깨로 마무리
<재료> 쇠고기 다진 것 200g(지방 함유율 7%정도), 간장 1 1/2큰술, 설탕 1큰술, 마늘 1/2큰술, 참기름, 깨소금, 후추, 올리브 오일 1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고추장 1컵, 물엿 4큰술, 설탕 1큰술, 통깨, 참기름 약간
<만들기> 팬을 달궈 다진 고기를 넣어 뭉치지 않게 계속 저어주면서 볶는다.
여기에 고추장과 물엿, 참기름, 통깨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함께 넣고 볶다가 마지막에 물엿과 참기름, 통깨를 약간 넣고 조금 더 볶는다. 잣으로 장식을 해도 보기 좋다.
<라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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