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진이 만든 새풍속도
부모보다 자녀에 포커스
액자 큰사진·테마 북 15장, 평균 1,000~2,000달러
아침마다 출근이다, 등교다 북적대던 가족도 금새 아이들이 자라 대학으로, 일터로 부모 품을 떠나기 시작하면 일년에 한번 모이기조차 어려워진다. 좀더 세월이 지나 사위, 며느리가 생기고 여기저기 흩어져 살다 보면 가족의 결혼식이나 부모 회갑연 등 큰 행사때나 가끔씩 모일 수 있을까. 그러다 보니 가족들이 모였다 하면 난데없는 이벤트가 되는 것이 바로 가족사진 촬영이다. 하지만 뭐든 습관들이기 마련. 타운서 20년째 사진관을 운영해온 박스포토에 따르면 십 수년간 매년 같은 날 꾸준히 가족사진을 찍으러 오는 가족도 있다. 또 요즘은 가족사진도 특정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마치 비디오를 보는 듯 자연스런 사진으로 꾸민 ‘테마 북’(Theme Book) 스타일의 사진첩이 인기라는 설명과 함께 박스포토의 단 박(49) 사장이 전해준 가족사진 풍속도의 변천사를 들어보았다.
자택-명승지등 주제정해
캐주얼로 타주 원정까지
사진에 유약발라 고풍멋
“결혼식 촬영 때 만난 부부가 이듬해 결혼기념일에 사진을 찍으러 왔더군요. 처음엔 부부 둘 뿐이었는데 배가 부르는가 싶더니 금새 가족이 셋이 되고, 넷이 되더라고요. 그것도 신기한데 매년 볼 때마다 그 아들과 딸이 자라 점점 아빠 엄마의 젊은 모습을 그대로 빼어 닮아 가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아! 사람은 그냥 죽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죽어도 이 세상엔 날 그대로 닮은 아들이 남겨지니까요. 우리도 소중한 추억의 시간을 붙잡아 두고자 궁리하다가 온 가족이 야외촬영을 해 책으로 만들기로 했지요”라고 전했다.
직접 찍은 박사장네 가족사진 주제는 골프. 드넓은 그린 필드에 스포티한 골프웨어 차림으로 선 박사장과 부인 헬렌씨(47), 아들 아이작(11)의 모습이 마치 골프장 광고사진처럼 아름답다.
아들의 풀스윙 동작을 6장의 슬라이드로 펼쳐놓은 페이지도 있고 아빠의 퍼팅을 지켜보는 엄마와 아들의 진지한 표정도 볼 수 있다.
또 먼 산을 배경으로 공을 찾아 걷는 발랄한 엄마의 모습과 연보라빛 라벤더 들판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세 식구의 행복한 얼굴들 아래로는 ‘잊을 수 없는 순간들’(Unforgettable Moments)이란 문구가 쓰여 있다. 사진첩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마치 이 가족과 함께 골프를 즐기고 있는 듯 현장감이 생생하다. 하물며 가족 본인들은 어떠랴.
제일 좋은 옷으로 차려입고 등에 막대를 꼿꼿하게 대어 근엄한 표정으로 앉아 ‘박았던’ 누렇게 변한 흑백사진부터 활동사진을 보는 듯한 테마 북(Theme Book) 스타일의 사진첩에 이르기까지 가족사진 풍속도의 변천사는 화려하다.
“물론 아직까지 가족사진이라 하면 사진관에 와서 클래식하게 찍어 액자에 거는 사람들이 더 많지요. 이런 경우엔 온 가족이 정장차림 위주예요.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어른들만 정장을 하고 젊은 부부와 아이들은 가벼운 캐주얼로 바뀌더니 요즘은 가족 전체가 정장과 캐주얼을 가져와 갈아입으며 아예 다른 분위기의 두 컷을 찍기도 합니다. 처음엔 주저하던 분들도 일단 찍어놓은 캐주얼 사진을 보고 나면 호응이 좋더군요”
의상이 캐주얼 하면 포즈도 자연스럽게 마련. 단 박씨는 “반드시 스튜디오 촬영만 하지 않고 큰 나무 아래 자연스레 기대어 서기도 하고 단풍이 아름다운 산길을 걷는 모습을 담기도 하지요”라고 설명했다.
액자 프레임과 사진의 질감도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요구하는 추세.
“사진을 찍어 캔버스에 올린 후 유화처럼 유약을 발라 고전적인 액자에 걸면 마치 초상화를 그려놓은 듯한 멋진 가족사진이 됩니다. 오래되면 표면에 균열이 가면서 그 자체가 고급스런 장식품이 되기도 하지요. 때로는 고풍스럽게 흑백으로만 찍는 사람들도 있고 흑백에 색이 바랜 것처럼 부분적으로 토닝을 한 사진도 부드러운 느낌을 줘 좋아들 합니다”라고 전했다.
사진관에서 부모를 중심으로 자녀들이 빙 둘러 서 찍는 가족사진은 여전히 가장 흔한 예. 하지만 요즘은 아이들이 어릴수록 자녀중심이 되는 편이고 장소도 스튜디오에서 살고 있는 집의 리빙룸이나 정원으로, 또 공원이나 해변 등 공공장소로 옮겨간다. 사진관에 나와 클래식한 액자 사진을 찍은 후 집의 정원이나 인근 공원으로 나가 앨범용 촬영을 따로 하는 경우도 많다.
아이들이 아직 어린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는 주제를 정해 하루 야외촬영을 나가 스토리북으로 앨범을 엮는 테마 북 스타일이 단연 인기.
박씨에 따르면 승마나 마운틴 바이크, 낚시를 주제로 정하기도 하고 바닷가나 산으로 배경을 잡는 가족도 있다.
또 기르는 개를 가족의 일원으로 여겨 가족사진에 등장시키는 경우도 있다. 보통 야외 촬영은 오후 2시쯤 장소에 도착해 해질녘까지 진행되는데 때로는 아예 사막이나 단풍이 좋은 타주로 사진사와 촬영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가격은 “사이즈와 종류, 프레임 추가여부, 촬영스케줄 등 주문에 따라 100달러∼수 천 달러까지 천차만별이라 딱 잘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보통 오후에 야외 촬영을 해서 가장 좋은 사진을 골라 큰 액자로 만들고 15장정도 분량의 테마 북을 만들면 1,000∼2,000달러 정도”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20년을 한 곳에서 비즈니스 하다보니 단골 고객이 많아질 수 밖에요. 타주로 이사간 사람들도 잊지 않고 연락해와 덴버나 시애틀, 워싱턴 DC 등 타주 출장도 잦습니다. 특히 버지니아주와 콜로라도주에는 단골 고객들을 위해 매년 단풍이 좋은 가을쯤 시간을 맞춰 방문합니다. 여러 가족이 시간을 서로 조정해 두면 스케줄에 맞춰 돌아가며 촬영을 하고 돌아와 작품을 만들어 보내줍니다”
여러 곳에 있는 다양한 고객을 접하다 보니 계속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기게 된다는 설명과 함께 그는 “틀에 박힌 딱딱함보다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평화로운 가족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만들어 되돌아갈 수 없는 옛 시절의 좋은 추억으로 기념되도록 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전했다.
<글 김상경 기자·사진 홍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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