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똑같은 김치만 먹고 계십니까?
날씨도 더워졌는데 더덕물김치는 어떨까요?
알양파깍두기는요? 토마토소박이, 게쌈김치도 있어요…
요즘 김치가 한창 각광받고 있다. 한국인이 김치 때문에 사스(SARS)를 물리쳤다는 ‘썰’이 대두된 이후 여기저기서 김치 예찬론이 들려오는 것이다.
LA타임스도 6월17일자 신문에서 김치의 성분과 사스와의 관계를 자세히 분석한 기사를 싣고, 사스 이후 동남아시아에서 김치 사재기 열풍이 불어닥쳐 한국내 주요 김치제조업체들의 판매실적이 40% 이상 크게 올랐다고 보도했다.
이런 소식들은 좀 과장된 면이 없지 않고, 실제로 김치가 사스를 예방하는지, 살빼기에 효과가 있는지 여부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썰’들과 관계없이 우리는 매일 김치를 먹어야 산다.
한국인의 식탁은 아무리 진수성찬을 차려도 김치가 없으면 완성되지 않으며, 다른 반찬 없어도 더운밥에 김치 한가지만 있으면 먹을 수 있는 것이 우리네 식탁이다.
그런데 이것 아시는지? 김치의 종류가 200가지가 넘는다는 사실 말이다.
우리가 보통 많이 먹는 김치는 배추김치, 깍두기, 총각김치 등 몇가지 안 되지만 실제로는 철 따라 200여종의 김치 변주곡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봄에는 더덕김치, 나박김치, 도라지김치, 우엉김치, 미나리김치, 생두릅김치, 돌나물김치, 부추김치, 죽순물김치를 담가 먹었고, 여름이면 열무김치, 수삼나박김치, 오이소박이, 깻잎김치, 가지소박이, 박김치, 고수김치, 양배추보김치가 상에 올랐다.
또 가을에는 갓김치, 석류김치, 통오징어소박이, 고추소박이, 비늘김치, 호박김치, 무송송이 같은 것을 담가 먹었고, 겨우내 먹을 김장김치로 통배추김치, 섞박동치미, 백김치, 고들빼기김치, 총각김치, 깍두기, 보쌈김치 등을 담갔다.
제철 나물과 야채를 사용해 다양한 김치를 만들어 먹었던 우리 조상들은 현대인보다 더 실험적이요, 퓨전음식의 선구자들이 아니었을까?
이름조차 처음 들어보는 김치들이 수두룩한데, 몇가지만 담그는 법을 소개한다.
토마토 소박이
익기 전의 푸른 토마토에 김치양념을 넣은 이색김치로 양념을 과일채로 바꾸면 간식야채나 애피타이저로도 활용된다. 즉석에서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하루 이틀 익혀서 국물과 함께 먹어도 맛있다.
▲재료: 토마토 2kg(중간크기로 단단한 것), 무 0.6kg, 당근 1컵, 쌀가루죽 1컵, 맑은 액젓 1/2컵, 마늘 2/3컵, 생강 1/3컵, 굵은 파 1컵, 양파 1컵, 밤 1/2컵, 고운 고춧가루 1/2컵, 실고추 1/3컵, 소금, 설탕 1/2컵
▲만들기: 토마토는 깨끗이 씻어 위에서 아래로 2/3 깊이까지 십자형 칼집을 넣는다. 무, 당근, 마늘, 생강, 파, 양파, 밤을 모두 곱게 채썬다. 무, 당근을 함께 담아 한줌의 소금으로 숨죽인 다음 가볍게 짜서 그릇에 담는다. 짠물은 받아둔다. 넓은 그릇에 쌀가루죽, 액젓, 마늘, 생강, 고춧가루, 설탕을 넣고 고루 섞는다. 당근, 무, 파, 양파, 밤, 실고추를 넣고 고루 버무린 다음 간을 맞춘다. 토마토에 양념을 1~2작은술씩 채워 넣는다. 속 넣은 쪽을 위로 가게 해서 살살 쥐고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는다. 받아둔 소금물로 양념그릇을 헹궈 붓고 눌림을 한 후 뚜껑을 덮어 냉장한다.
가지 소박이
섬유조직이 연하면서도 쫀득쫀득한 가지소박이는 오이의 아삭아삭함과는 또 다른 질근하게 씹히는 가지 특유의 맛에 갖은 양념이 배어든 명물김치다. 먹을 때 꼭지를 잘라내고 두세토막으로 썰어내기도 하고 그냥 찢어 먹기도 하며 통째 살짝 쪄서 참기름 쳐 먹기도 한다.
▲재료: 가지 3kg, 무 1kg, 굵은 파 2컵, 양파 1컵, 당근 1/2컵, 새우젓 1컵, 쌀가루죽 1컵, 마늘 1컵, 생강 1/3컵, 고운 고춧가루 3/4컵, 실고추 1/4컵, 소금
▲만들기: 가지는 길이로 중간부분에 3~4개의 칼집을 낸 다음 한줌의 소금으로 숨을 죽인다. 무는 채썬 다음 소금으로 숨을 죽이고 소금물은 받아둔다. 파, 양파, 당근, 마늘, 생강은 곱게 채썰고 파의 잎사귀 부분은 소금에 숨을 죽여둔다. 넓은 그릇에 쌀가루죽, 새우젓, 마늘, 생강, 고춧가루를 넣고 고루 섞는다. 무, 당근, 양파, 파를 넣어 버무리고 실고추를 뿌린 후 간을 맞춰 양념을 만든다.
가지 하나에 양념 1큰술씩 넣은 다음 살짝 오므려쥐고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는다. 숨죽인 파줄기를 우거지로 덮고 받아둔 소금물로 양념그릇을 살짝 헹궈 붓는다. 1작은술의 소금을 뿌려준다. 눌림을 하고 뚜껑을 덮어 찬곳에 둔다.
오이 쌈김치
오이소박이를 잘라 배춧잎에 보쌈을 한 치장김치. 시간이 부족한 현대가정에서는 쉽게 담그기 힘든 작품김치다.
▲재료: 오이소박이 2kg, 배춧잎 1kg, 실파 0.5kg, 맑은 액젓 1컵, 쌀가루죽 1컵, 소금
▲만들기: 싱싱하고 가는 오이로 오이소박이를 담가놓는다. 튼튼한 배추를 골라 겉잎은 다듬어 버리고 가장자리 잎과 중간 속잎만 소금물에 절인 다음 찬물에 헹궈 소쿠리에 건진다. 실파는 뿌리를 자르고 길이로 두쪽 쪼개어 배춧잎과 함께 가볍게 숨죽여둔다. 오이소박이를 양념이 안 빠져 나오도록 두세토막씩 잘라 담는다. 배춧잎 한 장을 접시에 펼쳐놓고 오이소박이를 한 토막씩 싼다. 줄기쪽으로부터 곱게 말아 실파 잎으로 감아맨 다음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는다. 오이소박이를 토막내지 않고 통으로 싸서 넣은 뒤 먹을 때 배춧잎과 함께 썰어 담아도 된다. 남은 배춧잎과 실파를 위에 덮는다.
액젓, 쌀가루풀을 찬물에 푼 다음 소금으로 간을 맞춰 눌림에 닿을 만큼 국물을 붓는다. 뚜껑을 닫아 찬곳에 둔다.
근대 김치
▲재료: 근대 3kg, 무 1kg, 마늘 3/4컵, 생강 1/4컵, 쌀가루풀 1컵, 맑은 액젓 1컵, 고운 고춧가루 1/3컵, 김치용 고춧가루 2/3컵, 굵은 파 2컵, 설탕 1/3컵, 실고추 1/4컵, 소금
▲만들기: 싱싱한 근대를 다듬어 씻어 소금물에 1시간쯤 가볍게 눌러둔다. 무, 마늘, 생강은 곱게 채썬다. 파는 4~5cm 길이로 어슷 썬다. 숨죽인 근대를 소쿠리에 건지고 무에 1작은술의 소금을 뿌려 숨죽인다.
넓은 그릇에 쌀가루풀, 액젓, 마늘, 생강, 고춧가루, 설탕을 넣어 잘 섞는다. 이 양념에 근대, 무를 넣고 파, 실고추를 뿌려 버무린 다음 간을 맞춘다.
항아리에 다져 넣은 다음 눌림을 하고 뚜껑을 덮어 찬 곳에 둔다.
알양파 깍두기
샬롯 비슷하게 생긴 알양파(pearl onion)를 통째 깍두기 양념에 버무려 담근 것으로 콧등이 찡할 정도로 맵싹달싹한 맛이 육류 음식과 특별히 잘 어울린다.
▲재료: 알양파 2kg, 무 0.5kg, 당근 1컵, 쌀가루죽 1컵, 새우젓 1/2컵, 마늘 2/3컵, 생강 1/3컵, 고운 고춧가루 2/3컵, 김치용 고춧가루 1/3컵, 설탕 1/2컵, 굵은 파 2컵, 밤 1/2컵, 실고추 1/3컵, 소금
▲만들기: 알양파는 껍질을 벗겨 깨끗이 씻고 소금 한줌을 뿌려 숨을 죽인다. 무와 당근은 채썰어 1작은술의 소금을 뿌려둔다. 마늘, 생강, 밤은 곱게 채썰고 파는 3~4cm 길이로 어슷썬다. 숨죽은 양파, 무, 당근을 소쿠리에 건지고 소금물은 받아둔다. 넓은 그릇에 쌀가루죽, 새우젓, 마늘, 생강, 고춧가루, 설탕을 넣어 양념을 만든다. 양파, 무, 당근에 양념을 넣고 버무리면서 파, 밤, 실고추를 뿌려 섞는다.
간을 맞춰 항아리에 다져넣는다. 소금물로 양념그릇을 헹궈 위에 붓고 눌림을 하고 뚜껑을 덮어 찬곳에 둔다.
더덕 물김치
나물밥에 수반되는 산사의 공양식으로 수삼처럼 맛이 쌉쌀한 희귀김치다.
▲재료: 생더덕 3kg, 무 0.5kg, 미나리 0.5kg, 실파 2컵, 마늘 1/3컵, 생강 1/4컵, 붉은 통고추 1/2컵, 밤 1/2컵, 잣 1/3컵, 실고추 1/4컵, 소금
▲만들기: 햇더덕의 껍질을 벗긴 다음 소금물(2%)에 2~3시간 담근다.
무는 나박김치처럼 썬다.
마늘, 생강, 밤은 곱게 채썰고 미나리는 4~5cm 길이로 썬다. 통고추는 꼭지를 떼고 반 갈라 씨를 뺀다.
더덕을 건진다음 칼등으로 두드려 부드럽게 하고 4.5cm 길이로 썰어 무와 함께 항아리에 담는다.
미나리, 파, 마늘, 생강, 고추, 밤, 잣을 넣고 실고추도 뿌려 넣어 섞는다.
소금으로 간을 맞춘 국물을 붓고 병을 가만히 흔들어 고루 섞이게 한다. 2~3시간 뒤 국물간을 맞춘 다음 찬곳에 둔다. 생김치로 먹을 때는 식초, 설탕을 넣는다.
자료출처는 ‘김치 천년의 맛’(김만조/이규태/이어령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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