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자녀가 흑인과 결혼한다면. 상관 않는다. 대다수 백인의 대답이다. 백인과의 결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혀 문제가 없다. 대다수 흑인의 생각이다.
질문을 바꿔보자. 무신론자, 그러니까 하나님의 존재를 무시하는 사람과 자녀가 결혼한다면. 절대 다수의 미국인들이 난색을 표명한다. 39%의 미국인은 그런 결혼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여론조사 결과로, 인종은 미국에서 더 이상 결혼의 장벽이 되지 않지만 종교는 장해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통령이 공공 장소에서 본-어게인 체험을 말한다. 백악관에서 정기적인 성경공부 모임이 열린다. 법무장관은 기도회로 하루의 업무를 시작한다. 신앙이 삶의 형태를 결정짓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니다.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표어는 ‘wwjd’다. “What would Jesus do?”(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의 약자다.
미국적인 독특한 현상이다. 이런 미국이 어떻게 비쳐질까. ‘종교적 열성당원의 나라’로 일부에서는 보고 있다고 한다. 종교적 광신에 사로잡힌 세련되지 못한 모습으로 비쳐진다는 것이다.
한동안 미국 쇠망론이 유행을 탔다. 일본 상품이 전 세계를 휩쓴다. 미국은 적자로 허덕인다. 과도한 군비에 짓눌린 양키 제국의 몰락은 이제 정해진 수순이다. 일본이, 유럽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새뮤얼 헌팅턴, 폴 케네디 같은 학자들이 앞장 서서 해온 예언이었다.
그런데 정반대의 일이 일어났다. 미국 쇠망론이 나온지 20여년. 그동안 미국 경제는 25% 이상 성장했다. 일본 경제는 장기 불황 속에 마이너스 성장세다. 동시에 ‘일본 모델’이란 말이 슬며시 사라졌다. 유럽도 비슷한 상황이다. 어떻게 설명되어야 하는가.
“God Factor가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다.” 한 전문가의 주장이다. ‘종교적 열성당원’으로 까지 보이는 미국사회 특유의 신앙적 요소를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다.
미국인은 연간 평균 1,976시간을 일한다. 독일인의 평균은 1,535시간이다.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의 평균 근로시간은 더 짧다. 미국인의 근로시간은 늘고 있는 추세다. 유럽은 줄고 있다.
취업 인구도 미국서는 계속 증가한다. 유럽서는 감소하고 있다. 게다가 주기적으로 벌어지는 장기 파업 등을 감안하면 유럽인들이 실제로 일하는 시간의 총량은 미국인에게 훨씬 쳐 진다.
그 쌓여진 결과는 이렇다. 미국은 엄청난 경제적 팽창을 이룩한 반면 유럽이라는 ‘파이’는 계속 줄어들면서 그 격차가 날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근로시간과 종교의 상관관계다. 교회를 가지 않는 인구가 늘면서 일하는 시간은 반비례해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개신교 전통의 북유럽 나라들, 영국, 네덜란드, 독일, 스웨덴, 덴마크 등지에서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씩이나마 정기적으로 교회에 다니는 인구는 10% 미만에 불과하다.
또 과반수는 ‘하나님은 내 삶과 아무 관계없다’는 입장이다. 82%의 미국인이 ‘하나님은 내 삶에 있어 극히 중요하다’는 고백을 하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해서 내려진 결론은 이렇다. 60년대 이후 개신교 전통 유럽국가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교회의 몰락이다. 이는 근로 윤리의 퇴색을 가져왔고 근로시간의 대폭 감소로 이어졌다. 그 결과는 유럽 경제의 피폐다.
막스 웨버가 한 세기 전 내세운 명제가 옳다는 게 새삼 증명된 셈이다. ‘자본주의는 프로테스탄트의 윤리를 바탕으로 발전한다’는 명제로, 미국 경제발전의 주요 변수의 하나가 ‘하나님 변수’(God Factor)이고, 교회의 몰락과 함께 유럽의 자본주의는 비틀거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 주장의 극단적이고 단순화된 표현은 또 이렇게 이어진다. “그들은 황금을 찾아 그 땅을 찾았다. 결과는 빈곤과 압제뿐이다. 그들은 하나님을 찾아 그 땅을 선택했다. 그 결과는 풍요와 평화다.” 남과 북이 극명히 대조되는 아메리카의 두 모습을 두고 한 말이다.
억견(臆見)이 아닐까. 그럴 수도 있다. 지나친 단순 비교로 보여서다. 그렇지만 한 가지 메시지는 분명하다. 가장 기본적인 윤리관이 흔들리고 땀의 소중함이 무시될 때 번영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한국 정부는 국정운영 능력을 과연 지녔는가’- 잇단 파업과 관련해 던져진 질문이다. 파업이 확산되면서 그 질문이 이제는 이렇게 바뀐다.’ ‘한국 경제가 남미형 경제로 추락할 우려가 있다’- 결코 예사롭지가 않은 경고로 들린다.
한국을 위해 모두가 기도할 때가 온 것 같다.
옥 세 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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