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한 분위기서 맛의 세계로
레스토랑 이름 주인 얼굴서 힌트
매주마다 지방식 특선 요리 선봬
레스토랑 오픈을 앞두고 페르낭 파즈(Fernand Page)는 고민이 많았다. 어디 쌈박한 이름 하나 없을까 하고 얼굴에 주름을 잔뜩 잡고 있을 때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던 아내는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페르낭, 레스토랑 이름은 바로 당신 얼굴에 있는 걸요. 무스타쉬(Moustache)! 멋지지 않아요?” 당시 콧수염을 기르던 페르낭의 얼굴을 보며 아내가 생각해 낸 이름 무스타쉬가 그의 마음에도 쏙 들었다. 새로 오픈 할 레스토랑의 이름은 이렇게 해서 무스타쉬 카페로 낙찰됐다.
이름이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이름 좋다고 식당이 잘 되는 건 아니다. 친구와 부담 없으면서도 맛깔스러운 저녁을 나누고 싶을 때, 또 연인과 로맨틱한 분위기의 패티오에서 와인 잔을 기울이고 싶을 때도 머리에 가장 쉽게 떠오르는 장소가 바로 무스타쉬 카페이다. 전형적인 파리 비스트로 타입의 레스토랑 무스타쉬에는 향기로운 보르도와 부드러운 바게트 빵 그리고 파리지엔느보다 아름다운 여종업원들의 나긋나긋한 서비스가 있다. 붉은 벽에 걸려 있는 액자는 프랑스어로 소개됐던 할리웃 영화의 포스터들로 파리와 LA를 이으려는 주인의 노력이 엿보인다.
페르낭과 주방장 까미유 크로셰(Camille Crochet)는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보통 레스토랑에는 인쇄가 된 정규 메뉴 외에 스페셜이라는 게 있다. 1년 간 선보였던 스페셜 메뉴 가운데 가장 많은 수요가 있었던 요리는 다음 해의 메뉴를 선정할 때 포함시킨다. 그렇게 정규 메뉴에 들어간 것 가운데 하나는 아히 튜나 타르타르(Ahi Tuna Tartar)와 시푸드 브로셰뜨 (Seafood Brochette). 오늘의 스페셜 전채는 프와 그라(Foie Gras). 내년쯤 정규 메뉴에 떡 하니 올라와 있을 것 같다. 사과를 거위 간 양쪽으로 넣은 것이 햄버거 같은 모양새인데 포트 와인 소스로 달짝지근하게 조리한 것이 입에서 녹는다.
무스타쉬의 홍합 요리(Muoles Mariniere)는 LA 최고의 맛 리스트를 내라면 꼭 포함하고 싶은 메뉴. 화이트 와인과 크림, 마늘과 파를 듬뿍 넣은 홍합 요리는 낙낙히 부어준 국물에 부드러운 바게트를 적셔 먹는 맛이 그만이다. 까만 껍데기는 집게 삼아 다른 홍합의 살을 떼어먹어도 좋고 수저처럼 국물을 떠먹어도 재미있다. 짭짤하면서도 크림 소스가 혀에 부드럽게 감기는 것이 가끔씩 불현듯 먹고 싶어지는 요리. 프로방스 풍의 새우(Shrimp Provencal)는 마늘과 토마토, 버터와 향신료를 풍부하게 써 맛도 좋고 접시에 담긴 모습도 예쁘다. 달팽이 요리(Escargots)는 파슬리와 마늘 그리고 버터 향이 짙다.
갖가지 색깔의 피망과 야채를 새우와 조갯살, 연어, 황새치를 차례로 꼬치에 끼워 구운 시푸드 브로셰뜨 (Seafood Brochette)는 무스타쉬가 자신을 갖고 권하는 특선 요리. 레몬 버터 소스와 함께 프랑스 요리의 짙고 부드러운 풍미가 입안에 오래 남는 맛이다. 페르낭은 가자미(Sole)만큼 맛있는 생선을 알지 못한다. 그만큼 무스타쉬의 가자미 구이는 맛있다. 한 마리를 통째로 빵가루를 조금 뿌려 지져낸 후 부드럽고 향기 짙은 버터 레몬 소스를 얹는데 그 조화는 음! 세시봉이다. 보통 프랑스 요리사들은 가자미 알을 그냥 버리지만 진짜 생선 맛을 아는 페르낭은 이를 꼭 함께 낸다. 양고기 구이는 마늘과 파슬리 다짐을 위에 얹어 야들야들한 고기 맛이 더욱 좋다. 에그 베네딕트와 오믈렛 등 브런치 메뉴를 하루 종일 선보이고 시금치나 야채 볶음 라타튜(Ratatouille)로 안을 채운 크레페(Crepes)도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는 메뉴들.
매주 첫 번째 수요일에는 프랑스의 인근 나라인 모로코 식 쿠스쿠스 로얄, 두 번째 수요일에는 프랑스 남부 해안 지방의 해물 찌개인 부이야베스, 셋째 주에는 이태리 식 쇠고기 요리인 오소 부코, 넷째 주에는 스페인 식으로 요리한 해물 볶음밥인 파에야를 선보여 더욱 다양한 맛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요즘이야 수플레(Souffle)를 후식으로 준비하는 프랑스 식당이 꽤 되지만 1977년만 하더라도 LA에서 수플레를 구경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페르낭은 초창기에 LA에 수플레를 소개했다는 사실에 긍지를 느낀다. 오렌지 맛 나는 그랑 마니에 수플레, 초컬릿 맛 나는 초컬릿 수플레도 있고 두 가지 맛 모두 즐길 수 있는 콤보 수플레도 있는데 굽는데만 20분이 넘게 걸리니 메인 디쉬를 주문할 때 미리 귀띔 해 놓은 것이 좋을 듯.
25년 전 로맨틱한 분위기의 패티오에서 프로포즈를 했던 남자가 그녀와 결혼에 골인, 최근 결혼 기념일 파티를 이곳에서 다시 열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도 무스타쉬의 음식 맛과 로맨틱한 분위기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 같다.
Tips
▲종류: 비스트로 스타일의 프랑스 요리. ▲오픈 시간: 주7일 오전 11시30분-자정까지. ▲가격: 전채는 6-15달러. 메인 디쉬는 9-27달러. 디저트는 7달러. ▲주차: 발레 파킹 3달러. ▲주소: 8155 Melrose Ave. Los Angeles, CA 90046. 한인타운에서 Melrose를 타고 서쪽으로 가다보면 Crescent Heights Bl.를 지나 오른쪽에 있다. ▲예약 전화: (323) 651-2111. 1071 Glendon Ave.에 웨스트우드 분점도 있다. (310) 208-6633.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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