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으로 약 3만7천명의 미군이 전사하고, 10만여명이 부상했으며 1만여명이 행방불명 됐다. 이같은 한국전이 한인동포의 무관심 속에 미국에서 잊혀진 전쟁으로 기억되고 있다. 목숨을 걸고 한국전에 참전했던 영웅들도 이제 하나 둘 세상을 떠나면서 잊혀져 가고 있다. 본보는 6.25 정전50주년과 한미동맹50주년을 맞아 한국전 참전용사들에 관한 기사를 앞으로 3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주>
1. 참전용사들만의 반쪽 행사.2. 꺼지지 않는 보은의 불꽃(박종수 목사)
3. 한 참전용사가 흘린 눈물
지난 4월9일 펀치볼 국립묘지에서는 ‘한국전실종자 및 포로 추모행사’가 숙연한 분위기 속에 거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백발이 성성한 한국전참전 재향군인들과 가족, 군관계자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히 끝났다.
한국전쟁발발 반세기를 넘기면서 참전용사들은 행사장에 나오기조차 버거울 정도로 고령화 됐다.
이들의 평균나이는 74.5세. 해를 거듭할수록 한국전 관련 행사장에는 빈자리만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하와이에는 약 7천명의 한국전참용사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참전용사단체회들은 추산하고 있다.
이중 현재 5백여명이 오아후를 비롯 하와이 3개 카운티에 소속된 12개 한국전 관련 단체에 등록되어 활동하고 있다. 이같이 여러 단체가 형성된 것은 한국전 당시 함경남도 장진호 전투에 참전했던 재향군인들이 모여 만든 ‘조신(Chosin) 퓨알로하 챕터’처럼 참전부대와 지역별로 나눠 창립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 단체중 MOPH(1975년 창립)를 제외한 나머지 11개 단체 모두 1990년대 이후에 창립됐다. 이는 그동안 한국전참전용사들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얼마나 미흡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1953년 한국전정전 이후 변변한 단체 하나 없이 전국에 흩어져 있던 참전용사들은 한국정부가 1989년 전세계 16개국을 대상으로 한국전에 참전했던 재향군인들을 위한 보은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한두명씩 모여들게 됐다고 한다. 이같은 한국정부의 노력은 재방한사업과 한국전쟁발발50주년기념행사로 이어졌고 뒤늦게 나마 참전용사들의 희생에 보답하게 됐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지속돼온 재방한사업이 참전용사들의 고령화로 규모가 축소되거나 폐지될 예정이고 2000년부터 3년간 계속된 한국전발발50주년기념행사도 올해를 마지막으로 종결된다.
이렇게 한국전 정전50주년을 맞아 대부분의 한국정부 지원 행사규모가 내년부터 축소 또는 마감되면서 앞으로 이들은 이제 더욱 더 기억속에서 멀어질 것으로 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한국전과 관련 하와이에서 개최되는 주요행사는 ▲미 전쟁포로실종자협의회(MIA POW) 하와이지부가 주최하는 4월9일 행사. ▲한국전50주년기념사업회가 주최하는 6.25기념일. ▲하와이주정부가 주최하는 7월27일 한국전정전기념일. 그 외 총영사관 무관부가 주최 혹은 후원하는 작은 만찬과 다과회 등인데 이같은 행사도 참전용사의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한국정부의 지원감축으로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는 참전용사들의 미망인과 자녀들을 위한 보은사업을 계획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내놓은 정책은 없다. 전쟁발발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는 7월27일 정전기념행사도 지금까진 하와이주정부 주최로 주청사에서 매년 개최됐으나 내년엔 주정부가 더 이상 후원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한국전참전용사들의 행사를 위한 근본적인 차후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 수년간 한국전 관련행사에 줄곧 참석해 왔다는 한 군관계자는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정작 관심을 갖고 발벗고 나서야 할 한인 동포들의 무관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전기념행사에 목숨을 걸고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과 그들의 가족에게 ‘감사의 말 한마디’, ‘따뜻한 악수 한번’ 청하는 한인들의 모습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며 “재향군인들만이 참석한 행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답했다.
또 6.25행사장 등에 부모가 자녀의 손을 잡고 참석한 한인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고 전한 한 참전용사는 “한국전이 정말 잊혀진 전쟁으로 기록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미국내 한인동포사회와 본국정부가 성의 있고 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바라는 것은 성대한 잔치도 아니요 푸짐한 음식도 아니다”며 “그저 한인들의 따스한 포응이라도 받으면 지난 50년간 한국전쟁의 아픔속에 살아온 세월이 헛되지 않게 느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조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