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형 CTS·SRX·XLR 시승회 개회
‘첨단기능과 스타일로 캐딜락을 부활시킨다’ 한때 세계 최고의 차로, 럭서리카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캐딜락. 이 캐딜락이 머세데스 벤츠, BMW, 렉서스 등에 내준 패권을 되찾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와 완전히 다른 새 차종을 잇달아 출시하고 옛 명성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캐딜락 ‘부활’의 선봉에는 이미 출시된 고급 세단 CTS와 올 하반기 쇼룸을 찾아갈 크로스오버형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SRX와 스포츠카인 XLR이 버티고 있다.
GM은 지난 달 말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2004년형 CTS, SRX, XLR 등 세 가지 모델에 대한 시승회를 개최했다. 이번 시승회에는 미국은 물론 세계 12개국의 전문기자들도 참석했다.
애리조나주의 주도이기도 한 피닉스는 최근 한인 등 타지역 인구의 유입이 늘고 있는 대표적인 붐타운. GM의 주행시험장이 가까운 이유도 있겠지만 ‘쇠락’을 경험한 캐딜락으로서는 ‘불사조’라는 뜻을 가진 피닉스에서의 시승회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2박3일간의 시승회는 GM의 주행시험장과 드라이빙 스쿨에서의 테스트 드라이브는 물론 피닉스에서 세도나까지의 프리웨이 180마일 주행 등 다채로운 일정 속에 진행됐다. 단 온통 알파벳 조합뿐인 모델명에 익숙해지는 데는 꽤나 시간이 걸렸다. 기호, 숫자식 이름에 친숙한 소비자들의 스타일에 맞추기 위한 변신이라는 데 CTS의 경우 첫 C는 시리즈를 의미하고 가운데(T-투어링)와 마지막(S-세단) 글자는 스타일을 나타낸다는 설명.
CTS
럭서리 세단 시장 탈환 야심작 기본가 31,000달러선
럭서리세단 시장을 재장악하기 위해 내놓은 야심작 CTS에 도입된 개념은 ‘예술과 과학’(Art & Science). 디자인은 스타일리시하게 바꾸고 성능은 최상급으로 만든다는 뜻이리라.
외관에서는 불룩 튀어나온 후드 양쪽 모서리가 가늘고 날카로운 인상을 풍겼지만 캐딜락 특유의 ‘버티컬’(vertical)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는 그대로다. 하지만 “이전의 캐딜락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라는 설명에도 불구 인테리어는 렉서스 등 일본산에 비하면 소재 등에서 덜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숙소인 스캇데일에서 세도나까지는 왕복 180마일 정도. 이중 60마일 정도를 CTS로 운전해봤다. 동승한 GM의 엔지니어는 “CTS를 세계최고의 스포츠세단으로 개발하기 위해 BMW등 경쟁사의 모델을 벤치마킹, 더 우수한 작품을 만들어냈다”고 귀뜸하며 “특히 GM차 가운데 처음으로 ‘하이드라-매틱’(Hydra-Matic) 자동 5단 변속기를 장착하고 엔진성능도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하이드라-매틱’은 운전자가 버튼으로 ‘스포츠’ ‘윈터’ ‘이코노미’ 모드를 선택할 수 있으며 트랙션 컨트롤, 시프트 간 토크 조절 기능도 갖고 있다.
CTS로 다른 지역보다 때 이른 여름에 접어든 애리조나의 시골마을, 산길을 빠져 나와 ‘명상의 고향’인 세도나까지 제한속도를 의식하지 않으며 거침없이 달렸다.
시속 60마일에 이르는데 7초가 걸리지 않는다는 설명대로 순발력은 뛰어났으며 캐딜락 특유의 장점인 안락성은 일본 경쟁차종보다 뒤지지 않았다.
특히 굴곡과 경사가 심한 커브길에서 위험천만한 70마일로 속도를 올려봤다. 쏠리지 않는 핸들링도 비교적 원만하다.
약간의 엔진 소음과 인테리어에 대한 일부의 지적은 있었지만 시승회장의 여론은 “CTS가 썩 괜찮은 차”라는 쪽에 모아졌다. 6기통 3.2리터 최고 출력 255마력 기본가 3만1,000달러 정도
SUV 에스컬레이드 아랫급 모델…주행성·강한 파워 돋보여
SRX
SRX는 캐딜락의 최상급 SUV인 에스컬레이드의 아랫급 모델이다. 하지만 이 시장의 경쟁은 더 심해 렉서스 RX330이나 BMW X5, 애큐라 MDX 등 강적과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어야 한다. 그만큼 캐달락의 고민이 남달랐을 것이다.
먼저 외관을 살펴봤다. 크기는 미드사이즈와 풀사이즈의 중간정도로 렉서스를 예로 들자면 RX330과 LX470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딱이다. 상대적으로 직선을 많이 강조한 SRX는 캐딜락의 새로운 디자인 트렌드를 그대로 반영했다. 인사이드를 보면 2-3-2인승의 3열 구조지만 3열시트는 떼어낼 수 있고 트렁크 바닥에는 큰 사물함이 있어 작은 짐을 정리하는 등 요모조모 쓸모가 있을 것 같다. 특히 2열의 공간은 BMW X5보다 5인치나 더 넓다고 하는데 뒷좌석에 앉아보니 여느 럭서리 SUV보다는 널찍했다.
하지만 CTS의 것을 그대로 쓰고 있는 대시보드는 좀 더 럭서리하게 꾸밀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쉬움. 마침 동승했던 한 미국기자는 네비게이터 주변의 플래스틱이 싸구려 느낌이 난다며 한마디. SRX의 성능은 프리웨이 주행보다는 GM의 데저트 주행시험장에서 더 만끽할 수 있었다. 특히 렉서스 RX330과 BMW X5와의 비교 테스트 드라이브 기회는 각 모델의 장단점을 확연히 체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테스트 드라이브 코스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길과 파이거나 갈라진 길 등 다양한 조건의 도로에서의 주행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먼저 SRX. 전반적으로 주행성이 뛰어나고 정숙했다. 특히 50-60마일 속도의 급커브에서 쏠림 현상은 세 모델 중 가장 적게 느껴졌다. 동승한 GM의 엔지니어에 따르면 서스펜션의 강도를 조절하는 ‘마그네틱 컨트롤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
한인들이 선호하는 렉서스 RX330의 경우 주행 내내 너무 조용해 정숙성에서는 단연 톱. 하지만 상대적으로 헤드룸이 비좁아 자세가 편하지 못했으며 BNW X5의 경우 파워나 주행성 등 전반적으로 우수했다.
다음은 오프로드 테스트. GM 관계자의 ‘운전의 즐거움’(fun to drive)을 한껏 만끽하라는 말을 뒤로 한 채 45도 급경사에 도전했다. GM이 캐딜락에만 장착한다는 ‘노스스타’ 8기통 4,600cc의 엔진은 가파른 오프로드에서 돋보이는 파워를 과시했다. SRX에서 아쉬운 점을 짚고 넘어가자면 프리웨이에서의 고속 변속시 엔진 소음. DVD 네비게이션 시스템과 XM 위성 라디오, 보스 프리미엄 시스템이 옵션이다. 3.6리터 6기통, 4.6리터 8기통 최고 출력 320마력. 올 여름 출시. 예정가 3만7,000달러.
첨단기능 전동식 하드톱 스포츠카…8기통 4.6리터 315마력
XLR
올 여름 딜러를 찾아가는 캐딜락의 최고급 로드스터다.
XLR의 출발점은 지난 99년 선보였던 컨셉카 ‘이보크’다. 컨셉카가 양산차가 되어 나타난 것이다. 전동식 하드톱(hard top) 스포츠 카로 경량 고강성 섀시에 8기통 4.6리터 315마력의 ‘노스스타’ 엔진을 얹었다. 시승거리는 세도나에서 숙소로 돌아오는 60마일 정도.
외관은 한마디로 잘 빠졌다. 성능은 어떨까. 마침 자동차 전문지 ‘라이즈’(Rides)의 기자가 시승을 마치고 차에서 내렸다. 그의 첫 마디는 ‘스피치리스’(speechless). ‘대체 어떻길래’ 궁금한 마음을 안고 차에 올랐다. 놀란 것은 첨단 기능과 원터치형 초호화판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우선 완벽한 ‘키리스’(keyless)라는 말이 실감났다. 차에 탈 때도 시동을 걸때도 그저 조그만 버튼만 누르면 된다. 다음은 열린 ‘뚜껑’을 닫아봤다. 정확히 30초가 채 못 걸렸다.
이제는 주행이다. 역시 스포츠카의 진가는 잘 닦인 프리웨이에서 드러난다. 황량한 사막속에서 선인장과 기암괴석들을 스치며 세 자리 수에 가까운 고속 주행을 질리도록 반복해봤다. 하지만 달리면 달릴수록 지면에 착 붙고 왠지 가뿐한 느낌이다. XLR은 앞 뒤 50대 50의 무게 배분을 했으며 경량화를 위해 알루미늄 합금 서스펜션을 사용했다고 한다. 주행 중에도 속도판을 들여다 볼 필요가 없다.
앞 유리에 HUD시스템이 있어 달리는 속도가 앞 유리에 숫자로 표시되어 나온다. 언제 시간이 그렇게 흘렀는지 1시간 정도의 아쉬운 주행이 끝났다. GM은 “XLR의 도전상대는 머세데스 벤츠 SL과 렉서스 SC430”이라고 한다. XLR이 출시되는 여름, 애리조나의 햇살보다 뜨거운 이들의 경쟁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8기통 4.6리터 최고 출력 320마력 기본가격 7만6,000달러
<피닉스-이해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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