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정부등 ‘여성 직업’ 진출 남성 봇물 일자리 많고 안정적 보수 인기…경기탓 일시 현상?
빡빡한 고용 상황…“남자들이 밀려든다”
전통적으로 여성이 장악해온 직업에 남성이 밀려들고 있다. 보람있는 일을 찾아서 또는 단순히 경기가 좋은 않은 상황에서 좀 더 나은 봉급 수표를 받기 위해서등 이유는 다양하지만 간호사, 보모, 가정부, 교사등의 전통적 여성 직업에 진출한 남성들은 이미 상당수에 이르고 있으며 또 현재 교육을 받고 있는 인력을 감안하면 그 수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
전통적인 여성직업들은 보수가 입이 벌어질 만큼 많은 것은 아니지만 고용이 크게 위축된 근년의 상황에서는 그런대로 확실한 수입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분야에 진출한 남성들은 고정관념 때문에 놀림감이 되기도 한다. 남자 간호사는 너스(nurse)대신 머스(murse), 남자 가정부는 내니(nanny)대신 매니(manny)로 불리며 코미디나 시트콤에서 단골소재가 될 정도로 편견의 벽은 아직 높지만, 직업에 있어서의 성적 전환은 빠르고 거세게 이뤄지고 있다.
남자 간호사는 현재 전체 간호사의 5.4%로 지난 1980년의 2.7%에 비하면 두배나 늘었다. 여전히 전체 비율면에서는 소수에 불과하지만 앞으로는 사정이 많이 달라질 전망이다. 간호 학교 학생비율에 있어 남성은 이미 9%로 달하며 특히 최근에는 남성 지원서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
교직의 경우도 남성의 진출이 괄목할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전체 공립학교 교사중 남자교사는 26%에 불과하다. 그러나 교사부족사태가 심각한 LA와 뉴욕의 교사 양성 프로그램에는 현재 등록인원의 3분의 1이 남자다. 특히 LA의 경우 남성 수강생은 43%에 이른다. 수년뒤에는 여자 교사 일색의 학교 풍경이 크게 바뀔 전망이다.
직업 알선 대행회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남성들의 여성 직업 진출은 매우 가파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워싱턴의 한 고용업체는 비서나 사무임시직 신청자의 절반 가량이 남성이라고 밝히고 있다. 2000년 이전에만 해도 이런 직업을 지원하는 남성은 거의 없었다.
뉴욕의 가사 서비스 업체인 ‘엘리트 내니즈’는 “지난해 대량감원 때문인지 남성 지원자가 엄청 불어났다”며 “IBM등 유명 기업에서 일했던 남자들이 가정부나 노인 간호직에 신청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밝혔다.
여성 독점 직업에 남성 유입은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지 여성들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차일드 케어나 교직이 저임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남성의 진출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자조섞인 관점에서 보면 남성의 진출은 이 분야의 임금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하다. 그러나 여성이 차지해온 일자리가 침식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요즘처럼 고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여성들이 그나마 믿을 수 있는 자리가 남성에게 빼앗기게 되며 여성들의 관리직 진출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것. 사실 최근의 고용시장은 빡빡하다. 4월중 평균 실업률은 6%로 올랐고 해고된 사람이 새 일자리를 갖는데는 평균 5개월이나 걸리고 있다.
구직자의 반은 원래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지못해 분야를 바꾼다. 요즘 일자리가 나는 대표적인 산업은 간호, 교직 분야여서 남성 진출이 특별히 증가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 고용 전문가는 “남성과 여성이란 인위적 장벽은 먹고 살아야 한다는 냉엄한 현실앞에서는 깨지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경제적 절박감 때문만이 아닌 경우도 많다. 단순히 직업적 만족감을 위한 전환도 적지 않은 것. 높은 연봉을 받는 제약회사 세일즈맨이 틀에 박힌 직장이 싫어 저임금 마사지사로 변신하기도 하고 빡빡한 일정에 얽매인 의사대신 시간이 자유로운 간호사를 택해 자녀를 돌보는 편부도 있다. 야망이 없다는 핀잔도 듣지만 오히려 실속있는 전환이 되기도 한다. 의사는 지시만 하지 실제로 환자를 낫게 해주는 사람은 간호사란 신념으로 간호학교를 나온 마이클 스트럼프(27)는 친구가 일자리도 잘 나지 않는 파이낸스와 테크놀로지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 세월을 낭비하는 동안 상쾌한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지난 2001년 간호학교를 졸업할 때 3군데서 일자리 오퍼를 받았다. 뉴저지 몽클레서 병원에서 추가 근무까지 일해서 그는 한해 9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간호사의 경우 인식은 많이 나아진 편이지만 가정부의 경우는 아직 남성이 휘귀종이다. 소셜워커 학사학위가 있는 로이드 모건(25)은 부부가 변호사인 가정의 가정부다. 아이들 학교 등하교와 숙제를 돌봐준다. 편모슬하에서 자란 모건은 자신의 현 직업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이다 보니 나중에 아빠가 됐을 때 아이들을 더 잘 보살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 직업에 만족한다.
여성의 직업에 종사하다 보니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경우나 오해를 살 때도 많다. 마사지사로 일하는 한 남성은 “부모들이 날 게이로 오해하기도 했다”고 말한다. 가정부 일인 경우 남자는 어린이 성추행을 염려해 기피하는 경향도 있어 진출에 애로가 되고 있다.
여성직업에 진출한 남성이 과연 얼마나 버틸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없지 않다. 펜실베니아 대학 조사에 의하면 남자 간호사들은 졸업한지 4년 이내에 이직하는 비율이 여성보다 두배나 높다. 또 건강상 해롭다는 연구도 있다. 아내는 회사 간부이고 남편은 엄마 역할을 할 경우 심장병의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는 식이다. 따라서 경제가 좋아지면 ‘머스’나 ‘매니’들은 다시 전통적인 남성의 직업으로 회귀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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