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2’‘T3’‘LXG’등 화제작 모두 ‘이니셜’
‘E.T.’‘MIB’이전에 ‘바람과 함께…’도 GWTW로
강한 인상·광고 효과 유행 결합의 산물
히트 영화 ‘X-멘’의 제작자들은 올해 이 작품의 속편을 내놓으면서 제목을 간결하게 ‘X2’로 정했다. 제작자들이 제목을 짧게 만든 것은 영화팬들에게 이 작품이 특수효과가 현란하다는 것을 암시하기 위해서다.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고 영화 포스터에서도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제목을 간략하게 약자로 정한 영화가 X-2만은 아니다. 독립기념일 연휴를 겨냥, 오는 7월2일 개봉하는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터미네이터 3: 기계들의 부활’은 ‘T3’로 정해졌다. 또 7월11일 선을 보이는 ‘The League of Extraordinary Gentlemen’은 ‘LXG’로 줄었다.
“지금은 인터넷의 시대이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영화를 원래 제목대로 얘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요즘에는 약자로 얘기하는 것이 하나의 멋이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려면 일단 멋이 있어야 한다”
영화 흥행 집계를 전문으로 하는 릴소스의 로버트 벅스바움은 말한다.
만화가 원작인 X-2의 제목은 제작 과정에서는 ‘X-멘 2’였지만 개봉을 수주일 앞두고 ‘X-2: X-멘 유나이티드’라는 새 제목이 정해졌다.
오리지널 ‘X-멘’과 이번에 개봉된 속편을 감독한 브라이언 싱어는 영화의 제목이 바뀐 것을 환영한다.
“제목을 바꿈으로써 이 영화는 독자적인 작품으로 존재하게 됐다. 속편이기는 하지만 1편의 연장이라는 느낌을 배제할 수 있게 됐다. 1편을 보지 않더라도 2편을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부제를 단 것은 사람들의 혼동을 막기 위해서다. 부제가 없으면 자칫 ‘X-파일’ 혹은 ‘XXX’의 속편으로 오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멘인 블랙’(MIB), ‘인디펜던스 데이(ID-4), ‘미션 임파서블’(M:I2) 등 약자 제목은 흥행에 플러스로 작용했다.
그러나 약자 제목 영화가 흥행에 실패할 경우에는 어리석게 보이기도 한다. D2(마이티 덕), DR2(닥터 두리틀 2)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디 아워스’(The Hours)라는 영화의 제목을 ‘TH’로 바꾸지는 않는다. 약자 제목의 영화는 연기력과 스토리에 역점을 둔 영화보다 특수효과에 치중한 액션 작품 등 이른바 이벤트 영화에 알맞다”
펜스테이트 대학에서 영화 이론을 가르치는 케빈 히고피언은 말한다.
자동차 모델(인피니티 Q45)이나 케이블 채널(ESPN2)처럼 약자로 된 영화 제목은 종합적인 마케팅이 필요할 때 효력을 발휘한다.
“종합적인 마케팅 전략에서 영화는 커다란 마케팅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즉 영화 이외에도 이 영화를 컴퓨터 게임, 장난감, 비디오 등 다른 관련 제품과 연계할 때 약자 제목이 유용하게 쓰인다”
히고피언은 설명한다.
약자 제목으로 본격적으로 히트를 친 최초의 영화는 1991년산 ‘터미네이터 2: 저지먼트 데이’였다. 당시 T2가 전한 충격파는 ‘문화적인 현상’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큰 것이었다. 12년이나 지난 후 속편을 내놓으면서도 그냥 ‘T3’라고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The League of Extraordinary Gentlemen’의 배급사 20세기 폭스는 이 영화의 마케팅 전략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LXG’를 ‘터미네이터’나 ‘스타워즈’처럼 하나의 프랜차이즈로 만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영화는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환상 및 공상과학물로 션 코너리가 등장한다.
어떤 영화는 원작 소설에서 별명을 딴다.
현재까지 개봉된 1, 2편이 모두 공전의 흥행을 기록한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 3부작은 LOTR로 통한다. 클라크 게이블과 비비안 리가 주연한 할리웃 최고의 영화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는 1939년 개봉될 때 이미 GWTW로 간단하게 불렀었다.
약자 제목의 영화에서 스티븐 스필버그도 빼놓을 수도 없다.
스필버그는 1982년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E.T. the Extra-Terrestrial을 내놓았고 2001년에는 A.I. Artificial Intelligence를 선보였다.
어떤 사람들은 약자 제목이 의도적으로 공상과학 영화의 이미지를 풍기기 위해 사용된다고 꼬집는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약자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신선함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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