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한 점 없는 야외에서 따가운 햇빛을 온몸 가득히 받으며 수시간 보낸 후 집에 돌아와서 후끈거리는 얼굴에 얇게 썰은 오이를 한장 한장 올려놓으면, 어느 새 얼굴의 열기가 가라앉고 시원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술에 만취한 다음 날 아침 오이를 갈아서 만든 주스를 한 컵 마신 후 숙취가 가시고 정신이 맑아지는 경험을 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비타민A, 칼륨, 비타민C가 풍부한 오이는 성분의 96%가 수분이기 때문에 등산하는 사람들은 물 대신 오이를 먹기도 한다. 또한 어렸을 때 엄마가 싸 줬던 사라다 샌드위치 속에는 마요네즈와 함께 오이가 꼭 들어있었다. 이렇듯 쓰임새가 다양한 오이는, 미국에서 대부분 피클로 만들어져서 섭취되고 있다.
오이의 원산지는 인도라고 추측되는데, 인도를 비롯한 서아시아에서 약 3천년 전부터 오이를 재배해 왔다는 기록이 있다. 인도로부터 그리스와 이탈리아로 전파된 오이는 이후 로마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중국에도 전해지게 되었다. 다른 여러 과일, 야채와 마찬가지로 로마인들에 의해 유럽 각국에 소개된 오이는, 프랑스, 영국 등에서도 각각 9세기와 14세기에 재배됐으며 15세기 말 스페인에 의해 미 대륙으로 건너와 16세기 중반부터 북미에서 재배되기 시작하였다.
호박, 멜론, 수박과 같은 과에 속하는 오이는 추운 날씨에 매우 약하다. 하지만 추위를 피해서 잘 보호해주면 집에서도 쉽게 기를 수 있는 채소 중 하나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텍사스, 캘리포니아, 위스콘신주 등에서 상업용으로 다량 재배되고 있다.
최근에는 온실이나 비닐하우스 등을 이용해 일년 내내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연중 출하가 되고 있으나 오이의 최성기는 여름이다. 신선한 것은 생식용(샐러드 오이소박이 등)으로 사용하며 오이 특유의 향기가 있다.
오이는 1년생 덩굴성 초본으로 여러 품종이 있는데, 미국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피클형 오이이다. 피클형 오이는 가공에 적합한 작은 품종이고, 미국 러시아에서 많이 재배된다. 열매는 달걀 모양과 소형의 원통 모양으로 육질이 치밀하고, 고온다습한 한국에서는 재배가 어렵다. 커비(Kirby) 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피클형 오이는 여름철에만 마켓에서 찾을 수 있다.
슬라이스형 오이는 유럽의 노지 재배에 적응된 품종으로 가지를 많이 치고 땅으로 뻗으며 자라는데, 열매는 짧은 것에서부터 중장형이며 원통 모양이다. 슬라이스형 오이는 1년 내내 찾을 수 있지만 최성기는 여름철이다.
온실형 오이는 가지가 많으며 대형이고 만생이다. 적은 양의 햇빛에도 견디며 단위결과성이 우수하다. 과실의 가시가 곧 없어져서 과면에 광택이 있으며 맛은 좋지 않으나 향기는 좋은 편이다. 온실형 오이 중 대부분은 비닐로 싸여진 채로 마켓에 나오는데, 이는 수분이 증발하고 오이가 마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남지형 오이는 중국 남부를 중심으로 동남 아시아 일본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가지도 많이 치며 뿌리 부분이 강건하여 이식성이 강하다. 건조에도 견디나 만생이고, 열매에는 검은 가시가 많다.
북지형 오이는 중국 북부에서 성립된 것으로 중앙 아시아, 한국, 일본 등지에 많다. 덩굴이 가늘고 마디사이가 길며 더위에 견디는 힘이 강하다. 내병성도 강하나 뿌리 부분이 섬세하고 약하여 이식성이 약하다. 열매는 가늘고 길며 흰 가시가 있고 육질은 매우 좋다.
<영양분>
오이에는 비타민A, 비타민C, 칼륨, 칼슘, 철분, 섬유질, 엽산 등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약간씩 들어있고 아스코르비나아제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중간 크기 오이 한개의 총 열량은 39칼로리이며, 오이 한개를 통해서 비타민C의 1일 권장량 중 27%와 비타민A의 13%를 섭취할 수 있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비타민 C는 산화 효소를 함유하고 있으므로 오이를 다른 채소와 섞어 주스를 만들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오이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칼륨 성분은 체내 노폐물을 배설시키고 몸을 가볍게 하며, 이뇨작용을 통해 부종과 소갈에 큰 효과가 있다. 피를 맑게 해주고 갈증을 해소해주는 오이는 신장기능이 약한 사람에게 특히 좋으며, 간경변증 환자에게 복수, 부종이 왔을 때는 물 대신 오이즙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장보기>
오이를 고를 때는 단단하고 물렁한 부분이 없는 것을 골라야 한다. 또한 누런빛이 돌거나 색이 고르지 않은 오이는 피하고, 전체적으로 초록빛이 고른 것으로 고르는 것이 좋다. 오이를 손질 할 때, 피클형 오이는 수세미 등으로 박박 닦아서 가시를 먼저 없애야 하고, 온실형이나 슬라이스형은 껍질을 벗기거나 씨를 제거하지 않고도 그냥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겉에 왁스를 발라놓은 오이는 껍질을 벗기고 먹어야 한다. 오이의 씨를 제거할 때는 오이를 길쭉하게 반으로 가른 후, 작은 스푼을 이용하여 씨를 긁어내면 된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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