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고교 학부모 교실 세미나 지상중계
흔히 자녀의 대학 진학에 대한 걱정은 고교생 학부모들에게만 국한된 것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중학생 자녀를 둔 한인 학부모들의 자녀 교육과 대입 준비에 대한 고민도 만만찮다. 중학생 학부모들이 고교 과정을 이해하고 자녀 교육과 대입 준비에 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도록 8명의 현직 한인 교사들이 나와 현장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설명과 조언을 제시한 학부모 세미나가 지난 6일 LA고교에서 열렸다. LA고교가 주관하는 8주 과정 한인 학부모교실의 제3기 첫 시간으로 마련된 이날 세미나에는 30여명의 한인 학부모들이 참가, 강연을 경청하고 한인 교사들과 고교 진학과 대학 준비에 관한 여러 궁금증에 대한 질의응답을 펼쳤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고등학교 과정에 대한 설명과 함께 중학생 시기부터 장래 목표에 대한 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고교 진학과 대입 준비를 시작할 필요성이 강조됐다. 이날 각 교사들의 강연 요지와 학부모와의 질의응답 주요 내용을 지상중계 형식으로 정리한다.
고교 학군보다 학과과정 중시를
■지경희 교사
(LA고교·카운슬러)
고교 10학년이나 11학년 자녀들을 둔 한인 학부모들을 만나 상담해보면 이미 늦었다고 생각해 자녀 대학진학에 관심 두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까웠다.
ESL에 속한 한인 중학생들을 카운슬링한 경험에 비춰보면 고교에 진학에 공부에 잘 적응하는 학생들이 많은 반면 고교생이 돼서도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는 학생들도 상당수임을 본다.
중학교 7·8학년이면 학부모들이 자녀 대학문제에 관심을 갖고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시기인데 많은 한인 학부모들이 고교 진학을 앞두고 학군과 이사문제로 더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어느 학교에 가더라도 중학교와는 다른 고등학교의 학과 과정과 학습 환경을 미리 이해하고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사회과목 성적 좋으면 큰 도움
■브라이언 이 교사
(LA고교·사회과목 담당)
고등학교의 소셜 스터디스, 즉 사회 과목은 세계사와 미국사, 정부론과 경제로 나눠지며 이들은 모두 고교 졸업 필수과목에 해당한다. 보통 10학년때 세계사, 11학년에 미국사, 12학년에 정부론과 경제를 듣게 되는데 세계사와 미국사, 정부론에서는 좋은 성적을 받아야 대입에 도움이 된다.
세계사 등 사회과목을 지루해하는 학생들의 경우 책만 읽게 하는 것 보다는 역사를 다룬 비디오 등을 통해 흥미를 느끼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장래 자녀의 대학 선택에 고려해야 할 점은 대학에서 교수 및 친구들을 사귀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소규모의 사립 리버럴 아츠 칼리지에 관심을 갖는 것도 좋다고 본다. 이들 대학은 친밀한 학교 환경에서 동고동락하며 친구를 사귀고 교수들과 매우 가까이 교류할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대학원 진학에도 대규모 대학과 차이가 없다.
UC계열 대수 2이상 수강 필수적
■김광식 교사 (LA고교·수학 담당)
전체적으로 볼 때 한인 학생들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40% 정도에 지나지 않는데 이는 미국에서도 영어와 수학 두 과목에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 고등 수학 교육과정은 대수 1(Algebra 1), 기하(Geometry), 대수 2, 분석(Math Analysis), 미적분(Calculus)으로 이뤄지는데 이중 기본적인 대수 1과 기하 과목은 보통 8·9학년에 편성되며 대수 2는 10학년, 삼각함수와 기본 미적분 등 분석 과목은 11학년, 미적분은 AP과목으로 12학년 때 배우게 된다.
고교 졸업을 위해서는 기하까지 마치면 되지만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칼스테이트는 대수 2까지, UC계열은 대수 2 이상 수강을 마치는 게 필요하다. SAT I 수학은 대수 1과 기초적인 기하 과목 수준이며 SAT II는 대수 2와 분석, 미적분까지 커버한다. UC는 SAT II를 중시하는데 이공계 진학 희망자는 SAT II 수학 2단계까지 보는게 유리하다.
대학편입 어려움 많아
■에드워드 이 교사(LA고교·수학 담당)
대학에 간 뒤 장차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는 대학 학부에서 거둔 GPA 성적과 MCAT 시험 점수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된다. 과목중에서는 특히 생물과 화학, 유기화학 과목이 가장 중요하다. 또 GPA가 높아도 MCAT 시험 점수가 모자라면 의대 진학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고교 졸업후 바로 4년제 대학에 진학이 어려운 경우 커뮤니티 칼리지를 통해 편입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좋은 대학 편입이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커뮤니티 칼리지를 거쳐 UC계열이나 USC에 편입하기 위해서는 칼리지 2년 과정 동안 거의 모든 과목에서 A를 받아야 한다. 4년제 대학에 합격하고도 학비를 아끼기 위해 커뮤니티 칼리지를 거쳐 편입하는 절차를 택하는 경우도 있는데 대학공부는 3학년에 올라가면 특히 어려워지며 3학년에 바로 편입한 학생들이 1학년때부터 환경에 적응한 학생들에 비해 공부하기가 더욱 힘들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SAT II 한국어시험 유리
■김영화 교사(LA고교·한국어 담당)
최근 미국사회는 한국어를 잘하는 한인 2세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 단순히 집에서 의사소통 하는 정도가 아니라 전문성을 갖추는 것, 즉 얼마나 정확한 한국어를 전문적으로 구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2세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은 이같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SAT II는 UC입학사정시 중시되는 과목 시험으로 이중 한국어는 8개 외국어 시험의 하나로 매년 한 차례 11월에 실시된다. 문항수는 80∼85문제로 시간은 1시간이 주어지며 이중 청취력이 20분, 관용구와 독해 부분이 40분이다.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학생들이 3∼4년 정도 배워서 치를 수 있어야 하는 수준의 시험이기 때문에 많은 한인 학생들에게는 쉽고 그만큼 대입에 유리하다. 대체로 고교 한국어 교과과정 2·3등급 정도면 SAT II 한국어를 볼 수 있다.
교사 찾아가 대화 자주 갖도록
■캐런 이 교사
(토랜스 웨스트고교·ESL 담당)
도심지 소재 학교나 교외지역 학교나 부모님들이 학교에 적극적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 고교생들 특히 남학생들은 자아가 강해서 부모님들이 학교에 찾아오는 것을 싫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녀가 꺼려하더라도 교사를 찾아서 대화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실에서 문제가 되는 학생이라도 칭찬을 해주면 곧바로 변화되는 모습을 보고 놀라곤 한다. 자녀를 탓하지만 말고 칭찬을 많이 하면 놀라운 변화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교직 진출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는 칼스테이트 대학 프로그램이 매우 우수하므로 칼스테이트 진학을 고려하는 것도 좋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가 되려는 경우 리버럴 스터디 전공을 택하는 것도 유리하다.
한인 학부모들은 대개 자녀가 고교 진학시 학군을 따져서 이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개인차를 고려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학군의 학교에도 문제아는 있고 소위 좋다는 학군 학교로 옮긴 뒤 적응을 못해 더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도 있다. 부모의 특별한 관심과 노력만 있으면 어느 학교를 다녀도 좋다고 본다.
대학 박람회·캠퍼스탐방 참여를
■데이빗 이 교사
(존 보로우스 중학교·카운슬러)
얼마전 LA지역에서 열린 대학 박람회에 학생들의 관심을 독려했는데 참여율이 매우 저조했다. 중학생들은 대학과 장래에 대해 생각을 잘 하지 않는다.
부모님들이 중학교 때부터 꿈을 키워줘야 한다. 대학 박람회 같은 행사에 함께 손을 잡고 가서 보여주고 대학 캠퍼스 탐방 같은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게 하는 등 스스로 보고 느끼게 해야 한다.
중학교부터도 대학 진학에 도움을 주는 장학 프로그램이 있다. 연방정부의 그랜트를 받는 기어 업(Gear Up)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한인 학부모들은 자녀교육에 관심은 많지만 학교를 잘 찾지 않는 게 문제다. 언어장벽 때문이라는 것도 이해하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은 한인 학부형이 찾아오면 좋아하고 이해하려고 애쓴다.
ESL반에 있다고 초조할것 없어
■오정석 교사(LA고교·ESL 담당)
한국에서 이민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학부모들의 경우 ESL반에 들어 있는 자녀가 언제나 ESL을 벗어나나 하는데만 관심이 있는데 여기에 너무 안달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오히려 ESL 코스를 충분히 거친 학생들이 정규 영어 클래스에 가서 문장력이 더 깔끔하고 잘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자녀 뿐 아니라 부모들도 같이 영어를 공부할 필요가 있는데 성인이 영어를 배울 경우는 일단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게 중요하다. 자녀들에게 공부하라는 말보다 부모님들이 직접 공부하는 모습을 보일 때 자녀들은 따라온다.
ESL 학생들이 영어를 빨리 배우게 하려면 학생이 관심있는 분야나 취미와 관련된 독서물을 많이 읽게 하는게 매우 좋은 방법이다. 가령 자동차를 좋아하는 학생에게는 관련 잡지를 읽게 하면 내용에 관심이 있으니 영어도 빨리 늘고 장기적으로 자신만의 글쓰기 스타일을 개발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김종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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