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재배법
양지바르고
공기소통 원할한 곳
물은 충분히 주되
배수는 잘되게
한국식 재배법
무분별 수용 금물
햇살이 제법 따갑다. 부엌 창가에 쪼르륵 놓인 허브 화분은 집안 가득 맑고 그윽한 향기와 함께 초록빛 싱그러움을 전해준다. 또 향긋한 맛과 촉촉한 피부 가꾸기에도 부족함이 없어 자그마한 화분 하나가 오감을 즐겁게 해준다. 약간의 정보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키울 수 있는 허브. 이번 주말 가까운 너서리를 찾아보자. 최근 화원내에 전용 정원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허브 공급을 시작한 ‘플라워 팩토리’의 아그네스 이씨로부터 ‘실내에서 허브 키우기’ 요령을 들어보았다.
화초 재배의 3대 필수조건은 적당한 수분, 햇빛, 그리고 신선한 공기의 공급. 허브도 예외일 수 없다. 실내에서 허브를 키울 때는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놓거나 여의치 않으면 형광등 불빛 에 가까이 두고 하루 16시간 정도 지속적으로 빛에 노출시켜야 하고, 특히 신선한 공기를 공급해야 하므로 창문 한쪽을 열어 두는 것이 좋다.
이씨에 따르면 실내에서 화분에 키우는 허브가 자꾸 시들고 죽는다면 주된 원인은 햇빛이나 공기부족. 이럴 땐 햇빛이 잘 드는 야외에 화분을 내놓았다가 기운이 올라 싱싱해진 후 다시 실내로 옮기는 방법이 있다.
물을 좋아하는 민트나 레몬 그라스, 또 그늘을 좋아하는 딜, 차이브, 민트 등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 허브는 공통적으로 다습한 것을 싫어하고 햇빛을 좋아한다. 캘리포니아가 허브 재배에 적지로 꼽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 따라서 하루 4∼5시간 정도 햇볕이 잘 드는 실내에서 물을 충분히 주되 배수가 잘 되는 환경을 마련해 주면 누구나 무난히 기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일반 특성과 달리 까다로운 것들도 있으므로 구입 시 세세히 알아두고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
10여 년간 허브에 관해 연구해 왔다는 이씨는 “캘리포니아는 기후가 달라 한국서적을 무조건 참조해 키울 수 없으므로 이 곳에 알맞은 정보들을 수렴, 요약해 고객들에게 배부할 예정이고 관련책자들도 들여와 정원 한 구석에서 함께 판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허브 모종은 잎의 향기로 선택
■모종선택
허브 모종은 다른 묘목과 달리 향기로 고르는 것이 보통이다. 향기를 맡을 때에는 코를 직접 대는 것이 아니라 잎을 살짝 문질러본 후 손가락에 묻은 향을 맡아보거나 악수를 하듯 가볍게 감싸 쥐었다가 놓으면서 손에 묻은 향을 맡는다.
그런데 잎에 향기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레몬그라스처럼 잘게 찢기 전에는 향기가 나지 않는 것도 있으므로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특징을 미리 알아보도록 한다.
그 밖의 선택 법으로는 잎 색이 짙고 윤기 나는 것, 줄기가 굵고 색이 진한 것, 새싹이 나오고 있거나 꽃봉오리가 붙어있는 것 등을 고르면 된다.
플라워 팩토리에는 로즈메리, 라벤더, 팍스글로브, 딜, 레몬밤, 마조람, 민트, 베르가못, 세이비, 스위트베이즐, 야로우 등과 신선초, 알로에 등 한인들이 약용으로 즐겨 찾는 허브에 이르기까지 약 10여종이 들어와 있으며 가격은 4인치 사이즈 각 2달러선.
홈디포나 오쉬, 암스트롱 너서리 같은 주류 체인형 너서리에서는 오레가노, 민트, 로즈메리, 딜, 세이지, 파슬리, 차이브, 레몬그라스, 다임, 캣닙, 마조람, 베이즐, 라벤더 등이 있으며 가격은 각 1.60∼2.70달러선이다.
■분갈이
대부분 모종들은 출하되면서 양분이 고갈되기 쉽기 때문에 구입 후 한번은 분갈이를 해주어야 한다. 특히 10cm 정도의 모종은 분갈이를 해주면 더 잘 자란다.
분갈이는 화분을 들어 밑바닥을 보았을 때 화분 밑바닥으로 뿌리가 나온 것이 보이면 한 사이즈 정도 큰 화분으로 옮겨주도록 한다. 또 화분이 배수가 잘 안 되거나 반대로 수분이 너무 자주 마르면 화분을 바꿔야 한다. 분갈이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 화분 밑을 확인해 뿌리가 많이 빠져 나와 있으면 흙을 털어 내고 화분 밖으로 나와 있는 묵은 뿌리를 제거한다.
② 화분에서 흙을 쉽게 분리할 수 있도록 물을 흠뻑 준 후 1시간 정도 기다린다.
③ 한 사이즈 큰 화분을 준비해 물은 잘 빠지되 흙은 새나가지 않도록 화분 안쪽 구멍에 망을 잘라 덮는다. 망이 없다면 양파망을 이용해도 좋다.
④ 허브가 화분 속에 너무 쏙 파묻히지 않도록 바닥에 미리 흙을 조금 채운 후 허브를 옮긴다.
⑤ 옆과 위의 빈 공간에 흙을 채우되 너무 많이 넣으면 물줄 때 흘러 넘치므로 2cm정도 공간을 남기도록 한다.
⑥ 분갈이 후엔 물을 충분히 준 다음 직사광선을 피해 그늘진 곳에 하루 정도 둔다.
■모아 심기
폭이 좁은 부엌 창가에 허브를 둘 땐 각각의 화분에 심는 것이 보기도 좋지만, 베란다나 거실 창가엔 조금 크고 넓은 화분을 준비해 로즈메리, 라벤더, 세이지 등 성질이 비슷한 허브를 함께 모아 심는 것도 좋다.
한 화분에서 여러 종류의 꽃이 피는 것을 볼 수도 있고 요리나 미용 등으로 허브를 이용할 때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아 심을 땐 로즈메리나 라벤더처럼 위로 자라는 키큰 허브는 가운데에, 세이지처럼 키가 작은 것은 주변에 심는 것이 요령이다.
기본 도구로 화분, 장갑, 가위, 망, 모종삽, 물뿌리개, 흙(potting soil)이 필요하다.
■종류별 특성
▲레몬그라스
(Lemongrass)
잔디처럼 생겼으며 레몬 향이 있어 고기, 생선요리는 물론 카레나 스프, 소스 등을 만드는데 쓰인다. 또 과자에 넣기도 하고 차로도 이용되며 포푸리나 입욕제의 원료로도 이용된다. 건조한 잎은 향이 떨어지므로 싱싱한 잎을 쓰도록 한다. 수분 많은 비옥한 토양과 햇빛을 좋아하고 더위에 강하다. 증식법은 포기나누기가 알맞고 추위에 약하므로 섭씨 10도(화씨 50도)이상에서 키워야 한다.
▲라벤더
(Lavender)
케익, 쿠키, 젤리 등에 향을 가미하는데 이용되고 고기요리와 차로 이용된다. 또 리스(Wreath), 부케, 향수, 비누, 로션 등 이용범위가 광범위한 대표적인 허브. 임신중에는 사용량에 주의하도록 한다.
사용부위는 꽃. 해가 잘 들어 건조하고 배수가 잘 되는 장소에서 키운다.
▲로즈메리
(Rosemary)
생 잎을 넣어 고기나 생선요리의 냄새를 없애고 풍미를 더하는데 쓴다. 단 향이 진해 과다 사용하면 요리 본래의 맛을 떨어뜨린다. 잎에는 항균작용이 있어 타임과 함께 신발 등에 넣어두면 좋고 헤어린스나 비니거 오일, 또는 리스(wrerath)를 만들기도 좋다. 사용부위는 꽃. 해가 잘 들고 통풍이 잘 되는 장소에서 키우되 실내에만 두면 꽃을 맺기 어려우므로 해가 잘 드는 베란다 등에서 관리하는 것이 좋다.
▲민트
(Mint)
청량감 있는 허브로 요리나 디저트, 과자 향료, 로션, 세제 등에 폭넓게 이용되며 생명력이 강해 자른 줄기를 물에 담가 일주일정도 지나면 뿌리가 내리기 시작한다. 종류로는 페퍼민트, 스피어민트, 애플민트, 오데코롱민트, 파인애플민트, 페니로얄민트 등 다양하다.
통풍이 잘되는 그늘과 배수가 잘되는 환경을 좋아한다. 고온과 건조에 약하기 때문에 물이 부족하지 않도록 한다.
▲세이지
(Sage)
샐러드, 고기·생선요리에 맛을 돋우고 소화를 촉진하는데 많이 이용되며 이외에도 관상용 공작이나 포푸리를 만드는데 인기 있는 허브.
임신 중에는 장기 복용을 피한다. 해가 잘 들고 배수와 통풍이 잘되는 장소를 좋아한다. 특히 캘리포니아산은 고온다습에 강하고 추위에 약하므로 따뜻한 곳에서 키우도록 한다.
▲오레가노
(Oregano)
와일드 마조람을 오레가노라 한다. 소화촉진이나 살균 등의 효과를 가지고 있어 약용으로 사용되며 향이 좋은 클릭 오레가노와 이탈리안 오레가노 등은 요리에 이용된다. 해가 잘 들고 물 빠짐이 좋은 장소를 좋아한다.
특히 건조하고 따뜻한 지역에서 클수록 향이 강하며 스위트 마조람을 제외하고는 생 잎보다 마른 상태에서 향이 좋으므로 수확하면 음지에서 건조시킨다.
▲다임
(Thyme)
약용, 향료로 이용되고 고기나 생선요리에 많이 이용되며, 방부 효과가 높아 보존성이 뛰어나다.
사용부위는 전체. 임신중이거나 고협압인 사람은 장기복용을 피한다. 해가 잘 들고 통풍이 좋은 장소에서 물을 많이 주지 말고 건조한 듯 하게 키운다.
<김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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