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테리속에 군 1만명·민간인 2,000명 추산 미군, 베트남전 이후 적인명피해 집계 안해
이라크전에서 며칠 전 공식적으로 승리를 선언한 미국은 미군 전사자수를 정확하게 밝히고 있다. 17일 현재 미군 전사자는 123명으로 발표됐다. 이에 비해 이라크군 전사자수는 미스터리다.
한 예로 미군이 처음 수도 바그다드로 진격해 들어갔을 때 미군은 이라크군 사망자가 최고 3,000명이라고 발표했다. 미군이 이라크군 전사자수를 이렇게 부풀려 발표한 이유는 적의 전의를 빼앗기 위한 심리전에서 비롯된 것도 있다. 여하튼 이 숫자는 군에서 말하는 이른바 WAG(막연한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
이라크측의 전사자 통계는 WAG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전사자를 집계할 중앙 당국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국이 존재한다고 해도 집계를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회교 문화에서는 사신을 가능한 빨리 매장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전사자수의 기록은 기대하기 힘들다.
이런 연유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이라크전의 전사자는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물론 지금까지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다.
19세기까지 군대가 사용한 무기의 살상 거리는 수백 야드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살육전은 많은 목격자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걸프전은 경우가 다르다.
수 미상의 이라크군이 연합군 공습으로 사망했다. 이라크군 전사자의 숫자를 세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미군이 이를 시도할 리는 없다. 미국은 월남전 이후 적 전사자를 집계하지 않고 있다.
당시 월맹군 전사자와 베트콩 전사자의 집계는 지극히 관료적 주술 행위로 전락했다. 예를 들어 신체 부분이 다섯 개가 발견되면 “5명 사망”으로 간주되는 말도 안되는 방법이 사용되기도 했다. 결국 이같은 관행은 미국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미 국방부는 1991년 1차 걸프전의 이라크군 전사자수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번 이라크전을 주도한 토미 프랭스 대장은 얼마 전 “우리는 전사자를 집계하지 않는다”고 간명하게 말했다. 공식적인 발표는 하지 않지만 일부 국방부 관계자들은 지금까지의 전황을 종합할 때 1만명 이상의 이라크군과 최고 2,000명의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연합군이 전투가 끝난 후 죽은 적군을 살펴보기 위해 전장을 간략하게 둘러보기도 하고 적의 탱크, 장갑차 등 파괴된 전투 차량의 숫자를 그 차량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인원으로 곱해 환산하는 식으로 전사자를 추산하기도 한다.
이같은 한계 때문에 전체 전사자수의 정확한 집계는 불가능하다. 설사 집계할 수 있더라도 희생자수는 지극히 부정적인 영향력을 갖게 된다. “정확한 숫자가 발표될 경우 이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전장이 얼마나 잔혹했는 지 경악할 수 있다는 말이다” 육군 정보 장교출신으로 현재는 인권 감시단체의 수석 군사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윌리엄 아킨은 설명한다.
민간인 사망자를 집계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상당수의 이라크군이 연합군의 공습을 피하기 위해 사복차림으로 민간인들과 뒤섞여 있었기 때문에 군인과 민간인 희생자를 구분하기가 어렵다. 초정밀 스마트 폭탄도 예상치 않은 결과를 낼 수 있다.
JDAM 유도 장치로 목표물을 파괴하는 중량 2,000파운드짜리 스마트 폭탄은 오차가 13피트밖에 안되는 최첨단 무기로 좀체로 목표물을 빗나기지 않는다.
문제는 정확성이 아니라 이 폭탄의 파괴력이다. 즉 폭탄이 목표물에 오차없이 명중, 폭발하더라도 고속의 파편이 최고 1마일까지 날아가기 때문에 무고한 인명이 희생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한 전쟁이 끝난 후 수많은 사람들이 불결한 강물을 식수원으로 사용할 경우 수인성 전염병 등으로도 죽게 된다. 이들 역시 전쟁으로 인한 희생자라고 간주할 경우 인명 피해는 더욱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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