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어물로 만든것 장아찌 ·젓갈류· 김치등
밑반찬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반찬일까? 큰일 날 소리, 밑반찬을 우습게 보지 말라.
‘바쁜 생활에 밑반찬은 무슨...’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밑반찬이 필요한 사람이다.
글자 그대로 식탁의 ‘밑’을 든든히 지켜주는 밑반찬은 밥상의 감초, 바쁜 주부의 상차림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직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정신없이 차려봤자 밥과 국, 메인 요리 한두가지면 시간이 후딱 가는데, 그렇게 차려놓고 보면 왠지 식탁이 썰렁해보여 애쓰고도 낯이 안 설 때가 적지 않다. 이럴 때 냉장고에 밑반찬이 풍성하면 우선 마음부터 든든하고 자신감이 넘친다. 메인 요리가 좀 실패한들 식구들 젓가락 갈 곳에 여유를 주게 되니 좋고, 단조로운 밥과 반찬의 궁합이 다양한 돌파구를 갖게 되니 마음도 놓이는 것이다.
특히 아침에 한식으로 식사하는 가정에선 필수요리이며, 도시락 반찬으로는 더 이상 대항할 상대가 없는 것이 밑반찬이다. 요즘은 건강식을 강조하는 시대니, 간편한 저녁상에 맛깔스런 밑반찬 두어가지로 식단을 개조해도 좋겠다.
한국음식에서만 독특하게 발전해온 밑반찬은 종류도 다양하다. 건어물로 만든 마른반찬, 곰삭여 맛을 내는 장아찌와 젓갈류, 김치와 장류도 밑반찬에 속한다.
밑반찬을 우습게 보면 안 되는 또 한가지 이유는 금방 조리해 뜨거울 때 먹는 메인요리보다 냉장고에 저장해두고 먹기 때문에 감칠 맛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여기서 주부의 요리솜씨가 판가름 난다고 볼 수도 있겠다.
라크레센타의 주부 이은숙씨는 밑반찬의 여왕이다.
평소 해놓는 종류만 10여가지. 아이들 기숙사 보낼 용으로 솜씨 좀 낼라치면 그 종류는 보통 주부들이 상상하는 한계를 훌쩍 넘어서곤 한다.
매일 한식으로 아침, 저녁 식사를 하고 도시락을 싸 가는 남편, 노스리지에 사는 큰아들, UC어바인에 다니는 둘째 아들, UC버클리에 다니는 딸아이가 모두 이씨의 순수자연 밑반찬 덕에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그 뿐인가, 주위 친구들까지도 동부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보내고 싶다며 은근히 부탁을 해오니 이씨의 부엌은 늘 지지고 볶는 소리가 떠나지 않는다.
이번 주엔 봄방학을 앞두고 다녀갈 아이들을 위해 벌써 멸치아몬드볶음만 2파운드를 해놓았다는 이씨의 건어물 밑반찬 레서피를 소개한다.
주부 이은숙씨의 건어물 밑반찬 만드는법
“양념장이 맛내기 키포인트”
이은숙씨네 냉장고 냉동칸은 수없이 많은 플래스틱 반찬통과 지퍼백들로 가득하다. 반찬통에는 보통 10가지가 넘는 밑반찬들이 오밀조밀 담겨있고, 지퍼백에는 각종 전과 나물들, 잡곡밥이 꽉꽉 압축되어 차곡차곡 쌓여있다. 나가서 살고 있는 아이들이 집에 들를 때마다 냉동칸을 열고 필요한 것을 꺼내가기 때문에 언제나 넉넉하게 만들어 채워놓는다는 이씨는 이렇게 해둔 밑반찬은 보통 두달동안 맛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동부에 있는 자녀에게 UPS로 보내는 친구마저 있다고 귀띔한다. 만두를 해도 튀김용, 물만두용, 찐만두용으로 세 종류를 만들어놓고, 조미료는 천연조미료를 직접 만들어 쓰며, 된장 고추장까지 직접 해먹는 이은숙씨는 아이들을 어려서부터 이렇게 키운 탓에 농담으로라도 시집장가 보낼 일이 걱정이다. 누가 들어도 기죽을 말이지만 이씨의 주장은 “한 식탁에서 32가지의 재료를 맛보아야 한다”는 것. 한숨부터 쉬지 말고 부지런히 따라해보자.
양념장 이렇게 만든다
밑반찬 맛내기에서 중요한 것은 양념장이다. 이은숙씨는 기본이 되는 양념장과 고추장 양념을 만들어두고 거의 모든 밑반찬을 이 두가지로 맛을 낸다. 양념장은 많이 만들어두면 생선조림장이나 각종 양념에 요긴하게 쓸 수 있다고 소개한 이씨는 아울러 ‘게으른 주부’를 위한 간편한 멸치볶음 레서피도 제공했다.
▲기본 양념장: 간장(1컵), 브라운 슈거(2/3컵), 다시마국물(1컵), 미린(1/2컵)을 섞어 끓기 시작하면 생강(10쪽) 저민 것과 통후추(10~15알), 굵게 채썬 양파(1/2개)를 넣고 끓인다. 국물이 2/3 정도로 졸아들면 불을 끄고 굵게 채썬 사과껍질과 레몬껍질(노란 부분만 채칼로 썬 것)을 넣고 뚜껑을 꼭 덮어 하룻밤 두었다가 고운 채에 받쳐 양념장에 둔다. 사과와 레몬은 껍질만 넣어야 향이 배어나와 맛있지, 과육을 넣으면 탁해진다.
▲고추장 양념: 고추장(4큰술), 간장(2큰술), 설탕(2큰술), 물엿(2큰술), 청주(2큰술), 생강즙(1큰술), 후춧가루(1/4작은술), 마늘가루(1큰술), 참기름(1큰술)을 고루 섞어 만든다.
▲간단한 멸치볶음: 간장(3큰술), 설탕(2큰술), 맛술(1/2큰술), 물(1/2큰술)을 넣고 끓어 거품이 나기 시작하면 기름에 볶아놓은 멸치를 넣고 간이 배도록 고루 볶아낸다. 이때 피자집에서 주는 고추씨 타핑을 조금 넣으면 풋고추조림처럼 매운 맛을 즐길 수 있다.
멸치볶음
멸치는 크기도 여러 종류인데다 산지나 건조 정도에 따라 짠맛에 차이가 심하므로 반드시 미리 먹어보고 양념장의 짜기를 조절해야 한다.
멸치 자체가 짜면 간장 대신 물을 더 넣고, 너무 짠 것은 그냥 하얗게 기름에만 볶아도 좋다.
특히 잔멸치는 염도가 높기 때문에 볶을 때는 체에서 찌꺼기를 골라낸 후 기름에 볶아 설탕과 통깨로만 마무리해도 간이 맞는다.
아몬드 멸치볶음
멸치는 굵은 체에 내려 잡티와 부스러기를 털어내야 볶을 때 지저분하게 타지 않는다.
냄비에 기름을 충분히 두르고 멸치를 볶아낸다.
다시 기름을 두르고 아몬드를 살짝 볶은 후 볶아놓은 멸치와 합쳐서 양념장을 넣고 간이 고루 배도록 잘 볶는다.
불을 끈 후 참기름 약간과 미린을 조금 뿌리면 피어오르는 증기로 인해 뭉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통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풋고추 멸치볶음
멸치는 기름에 볶아낸다.
풋고추는 반으로 갈라 씨를 뺀 후 굵게 채썬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풋고추를 볶아 색이 변하기 시작하면 양념장을 자작하게 부어 간이 배도록 졸인 후 볶아놓은 멸치를 섞어 간이 고루 배도록 잘 섞어가며 볶는다. 통깨를 뿌려낸다.
멸치 고추장 볶음
멸치를 먼저 기름에 볶은 후 고추장 양념을 조금씩 넣어가며 간이 고루 배도록 볶아낸다.
불을 끄고 미린 1큰술을 넣으며 재빨리 위아래로 뒤섞어준 후 참기름을 조금 넣고 통깨를 뿌린 후 고루 섞어준다.
조미오징어 고추장무침
조미오징어를 가늘게 찢어 고추장 양념을 넣고 간이 배게 잘 조물거린 후 통깨를 뿌린다. 같은 방법으로 육포를 잘게 찢어 고추장 양념을 해도 맛있는 밑반찬이 된다.
새우 해바라기씨 볶음
마른 새우는 머리와 다리, 꼬리를 다듬은 후 냄비에 기름을 충분히 두르고 뒤섞으며 볶아낸다.
다시 냄비를 달구어 호박씨와 해바라기씨를 넣어 볶은 후 간장 양념장을 넣고 거품이 나기 시작하면 새우를 넣고 재빨리 섞으며 볶아준다.
서대 볶음
잘 마른 서대새끼를 가위로 먹기 좋게 자른 후 냄비에 기름을 충분히 두른 후 튀기듯 볶아낸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념장을 부은 후 방울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서대 볶은 것을 넣고 재빨리 저어준다. 통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북어포 무침
잘 마른 황태를 아주 가늘게 찢어 물기를 꼭 짠 면보에 싸서 1시간 정도 두면 부드러워진다. 고운 고춧가루, 설탕을 고루 뿌려가며 조물거려 북어포에 색이 들면 간장과 참기름, 깨소금을 넣어서 양념이 고루 배도록 바락바락 주무른다.(북어포를 믹서에 갈아 보푸라기를 만든 후 참기름, 소금, 설탕, 통깨, 후추로 가볍게 무쳐도 좋다)
뱅어포 구이
뱅어포는 앞뒷면을 잘 살펴보며 잡티를 고른다. 고추장 양념에 참기름을 조금 더 넣어 잘 저은 후 뱅어포 한 면에 고루 바른 후 기름을 고루 두른 팬에 중불에서 한 장씩 구워낸다.
매운 것이 싫은 아이들을 위해서는 고추장 양념을 바르지 말고 기름 두른 팬에 한 장씩 구워낸 후 설탕과 깨소금을 뿌려주면 아이들도 좋아하고 아빠의 맥주 안주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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