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비싸고 혀가 아릴 정도로 달아
덜 달고 달콤한 향의 ‘모스카토’권할만
며칠 전 부모님 연배의 어른들을 모시고 집에서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또래의 손님을 초대해서 저녁을 한 적은 많았지만, 어른들을 모시고 식사하는 것은 처음이라 무척 긴장이 되었다. 결국 빵은 태우고, 샐러드는 모자라고, 파스타는 다 식어서 차가웠지만, 와인 덕분에 저녁 식사를 완전히 망치지는 않을 수 있었다. 새우 파스타와 함께 부르고뉴산 샤블리(Chablis)와 오리건산 피노 그리(Pinot Gris)를 마셨고, 식사 후에는 과일, 치즈, 초컬릿, 케익등과 함께 미국산 모스카토(Moscato)와 헝가리산 토카이(Tokaji)를 마셨다. 다행인 것은 오신 손님 네 분이 모두 디저트 와인을 무척 좋아하셔서 토카이 두병과 모스카토 한병을 모두 드시고 기분이 좋아져서 집으로 돌아가셨다는 점이다. 디저트 와인 덕분에 하마터면 엉망이 될 뻔한 저녁이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었다.
저트 와인이 생각처럼 인기가 없는 까닭은, 첫째 너무 비싸고, 둘째 지나치게 달아서 시럽을 마시는 듯한 느낌이 들고, 세째 바쁜 일상 중 식사 후 디저트까지 챙겨 먹게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처음 디저트 와인을 식당에서 마셨을 때, 생각보다 너무 달아서 혀가 아릴 정도였고, 때문에 한동안 디저트 와인을 멀리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디저트 와인 중에는 가격도 저렴하고, 그렇게 많이 달지 않으면서,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와인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포도주를 담글 때 포도알 속에 함유된 당분은 반 정도는 알콜로(55~60%) 그리고 나머지 반 정도는 이산화탄소로(40~45%)로 변한다. 그러므로 약 20%의 당분을 함유한 포도알을 수확하여 당분이 다 없어질 때까지 발효시키면 약 10%의 알콜 농도를 지닌 드라이한 와인이 되는 것이다. 조금 더 달콤한 와인을 원하면 포도알 속에 당분이 더 많아지도록 좀 더 많이 농익도록 기다렸다가 수확하면 된다. 혹은 와인이 발효하는 중에 설탕을 더 넣을 수도 있고, 알콜을 더 첨가하여 발효를 중단시킴으로써 와인을 더 달게 하는 방법도 있다.
그 밖에도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소테른(Sauternes)처럼 특별한 환경 속에서 고귀한 곰팡이 (noble rot)이라 일컬어지는 보트리티스 시네리아균(Botrytis cinerea)으로 인해 수분이 증발한 포도알로 만든 달콤한 와인이 있는가 하면, 아이스와인 혹은 아이스바인이라 불리는 캐나다와 독일에서 주로 만들어지는 영하의 날씨에서 얼은 포도알로 만든 디저트 와인도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즐겨 마시는 디저트 와인은 모스카토이다. 영어로는 머스캣(Muscat) 이라고 하는데, 포도의 품종이다. 이태리 북부에서 생산되는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asti)의 경우는 특히 가격이 저렴하며 375ml 한 병에 7~8 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 모스카토는 대체적으로 마셨을 때 별로 달지 않으면서 가볍게 느껴지고 달콤한 향기가 매우 매혹적이며, 잘 익은 복숭아, 천도복숭아, 살구의 향을 맡을 수 있는 기분 좋아지는 와인이다. 특히 식후에 천도복숭아와 함께 내오면 마시는 동안 그 상쾌한 맛과 향으로 저절로 분위기가 흥겨워진다.
캘리포니아에서도 훌륭한 모스카토가 많이 만들어지는데, 세인트 수페리(St. Supery)의 모스카토는 750ml 한 병에 15달러, 그리고 이태리 품종 포도로만 와인을 만드는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의 라 파밀리아(La Famiglia di Robert Mondavi) 모스카토는 500ml 한 병에 15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 디저트 와인을 처음으로 접하길 원할 때 모스카토를 권하고 싶다.
모스카토는 가장 최근에 출시된 것으로 알콜 농도가 11%미만인 것을 고르면 된다.
토카이 아주(Tokaji Aszu)는 헝가리의 토카이 지방에서 생산되는 디저트 와인인데, 이미 발효된 와인에 약간 말랐거나 보트리티스 시네리아균이 핀 포도를 섞는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예전에는 유럽의 왕들과 짜르만이 즐길 수 있던 귀한 와인이었다고 한다. 현재도 찾기가 쉽지 않고 가격 또한 비싼 편이지만 가끔 트레이더 조 등의 마켓에서 500ml 한 병에 15달러 미만에 구입할 수 있다.
토카이의 맛은 말로는 표현하기 힘들다. 세상에 그와 비슷한 맛이 없기 때문이다. 달콤하지만 달지 않고, 가벼우면서도 무게가 느껴지는 와인이다. 일류 레스토랑의 디저트 와인 메뉴에 가끔 포함되어 있는데, 훌륭한 저녁 식사의 멋진 막을 내리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모든 디저트 와인은 얼마나 단맛과 신맛의 조화가 잘 이루어졌는가가 중요하다. 새콤한 맛이 없는 디저트 와인은 그냥 달게만 느껴지고 달콤하다고 느끼기 힘들다. 그러므로 새콤한 맛을 부각시키기 위해 디저트 와인은 꼭 차갑게 해서 마셔야 한다.
저녁 식사 후에 과일이나 너무 달지 않은 케이크 한 조각과 함께 마시는 차가운 디저트 와인 한 잔은 평범한 식사를 특별하게 탈바꿈 시켜줄 것이다.
금주의 추천와인
Bodegas Caro Mendoza 2000 (40달러)
아르헨티나는 와인 생산량에 있어서 세계 4위를 차지하지만 아르헨티나를 벗어나서는 아르헨티나산 와인을 그다지 많이 찾아볼 수가 없다. 이유는 거의 90%에 달하는 와인이 국내에서 소비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르헨티나의 마켓에서는 우유통과 와인통이 크기나 모양에 있어서 구분이 거의 없이 판매되고 있다.
그만큼 수출을 염두에 두지 않고 와인을 생산해 왔기 때문에 대부분 와인이 고급이 아니고 중저급인것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이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와인 중에서도 가격에 상관없이 항상 만족스러운 와인을 생산해내는 포도품종이 있는데 바로 말벡(Malbec) 이다. 그 중에서도 아르헨티나 와인 산업의 최고봉인 카테나와 프랑스 최고인 로실드가 50%씩 투자하여 만들어내는 보데가스 카로 (Bodegas Caro)가 처음으로 2000년 빈티지를 작년말에 출시하였다.
말벡과 카버네 소비뇽을 블렌드한 보데가스 카로는 에스프레소, 초컬릿, 블랙베리, 후추 등의 강한 맛을 연상해내는 다른 아르헨티나의 말벡과는 달리, 보르도 스타일의 우아함과 은은함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와인이다. 현재 한 병에 4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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