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저녁식사 사이 허기 메우며
대화도 나누는 간식 시간
쉽고도 격식 까다로운 다과문화
몇년전 어느 주말이었다.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데 한 친구가 “우리 하이 티 하러 갈까?”하고 물었다.
다른 친구들이 모두 동의하였고 우리는 자리를 옮겨 라구나비치의 리츠 칼튼 호텔내 티룸을 찾았다.
‘하이 티가 대체 뭘까?’ 물어보기는 웬지 자존심 상해서 속으로 머리를 한참 굴리며 친구들을 따라 대강 주문했다. 잠시후 나오는 것을 보니 별것도 아니다. 그저 예쁜 찻잔과 티팟에 주문한 차와 과자, 과일 등의 스낵이 함께 나왔고 우리는 각자 차를 우려내 마시며 남은 수다를 계속했었다. 그 후로도 몇번 친구들과 하이 티를 가질 기회가 있었지만 더 이상 궁금하지도, 더 많이 알 기회도 없었다.
그런데 지난 주 테이블세팅 전문가 캐롤 리씨의 요리 클래스에서 이에 관해 정식으로 배우게 되었다. 알고 보니 하이 티는 쉽고도 어렵고, 간단하고도 복잡하며, 캐주얼하면서도 격식 까다로운 다과문화. 그래도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어디 가서 차 마신다는 소리를 하지 않을까?
‘하이 티’(High Tea) 혹은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라고 불리는 영국식 티 타임은 점심식사와 저녁식사 사이에 허기를 면하거나, 대화를 나누기 위해 갖는 간식시간이다.
보통 점심을 먹고난 뒤 약간 소화된 상태에서 저녁식사 전의 오후 2~5시 사이에 가까운 친구들과 모여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마련된다. 따라서 가볍게 집어먹기 좋은 작은 사이즈의 샌드위치와 스콘, 과일 타르트 같은 페이스트리를 차와 함께 서브하고 과일을 곁들이기도 한다.
원래 격식대로 하자면 갖추어야할 차 도구와 식기, 격식과 매너, 복장규정 등이 까다롭지만 요즘에 와서는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티 타임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집에서 친구들을 불러 티 타임을 가질 때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라기보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갖기 위한 모임이므로 가볍게 마련하는 것이 좋겠다.
남가주 일대에는 하이 티를 전문으로 하는 티룸들이 곳곳에 위치해 있으니 한가한 오후 친구와의 약속장소를 커피샵에서 찻집으로 옮겨봄 직도 하다. 캐롤 리씨는 이날 치킨 샌드위치와 스콘, 커피케익을 직접 만들고 네가지 종류의 티를 우려내어 우아한 하이 티를 연출했다. 음식도 훌륭했지만 특별히 모양을 내고 구색을 갖춘 다기들과 테이블 세팅이 돋보인 티 타임, 그 준비와 완성을 소개한다.
요리전문가 캐롤 리씨의 ‘하이 티 타임’
차에 밀크· 설탕 넣을 때
찻잔 닿는 소리 안나게
캐롤 리씨의 하이 티 테이블에는 10명의 여성들이 참석, 다양한 티와 스콘, 샌드위치, 케익 등을 나누며 애프터눈 티 문화에 관해 색다른 체험을 가졌다.
이씨는 이날 4개의 티 팟에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와 얼 그레이, 향이 들어간 피치와 바닐라 등 4가지 차를 우려냈다. 다음은 이씨가 시범을 보이며 가르쳐준 티타임 예법이다.
티 테이블에 앉으면 가장 먼저 냅킨을 펴서 무릎위에 놓는다. 캐주얼한 티타임에는 종이 냅킨을, 포멀 티타임에는 린넨 냅킨을 사용하는데 여자들이 천으로 된 냅킨으로 립스틱을 닦는 것은 실례다. 미리 종이 냅킨으로 립스틱을 어느 정도 닦아내고 티를 마시는 것이 좋다.
차에 밀크나 설탕을 넣었을 때는 스푼으로 젓되 절대 스푼과 찻잔이 닿아 소리가 나는 일이 없도록 한다. 젓고난 스푼을 입에 넣거나 핥아서는 안되며 스푼을 사용한 후에는 찻잔 접시의 뒤쪽에 놓는다.
스콘을 먹을 때는 반으로 갈라 나이프로 잼을 먼저 바른 후 그 위에 디본셔 크림을 바른다. 잼과 디본셔 크림은 자기 접시에 알맞은 양을 덜어놓고 스콘에 발라 먹는다. 음식을 작게 한 입씩 떼어 완전히 다 삼킨 다음 티를 마신다.
티를 마실 때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나 얼 그레이, 다즐링 등 전통 차에는 취향에 따라 밀크를 넣지만, 향이 들어간 티에는 밀크를 넣지 않는다.
집에서 하이 티를 차릴 때는 티팟(teapot)과 3단 트레이(tiered tray), 밀크 담는 용기가 있어야 하고 각 사람당 찻잔과 받침, 빵접시, 작은 사이즈의 버터나이프와 스푼, 찻잎을 거르는 체(tea strainer)가 준비되어야 한다. 설탕은 가루설탕을 내지 않고 각설탕을 낸다.
차를 우릴 때는 티백(tea bag)을 사용하지 않고 찻잎(loose tea)을 사용한다. 찻물은 팔팔 끓는 너무 뜨거운 물은 좋지 않다. 끓기 직전의 물을 붓거나 이미 끓었으면 아이스큐브를 몇 개 넣어 한 김을 뺀 후 찻잎에 부어 우려낸다.
한편 캐롤 이씨는 “티타임은 대화를 즐기기 위한 것이므로 음식에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전하고 “때로는 팟럭 파티처럼 모이는 사람들이 각자 집에서 찻잔과 티팟, 접시, 음식을 가져와서 알록달록한 하이 티를 갖는 것도 재미있다”고 설명했다.
스콘
▲재료: 밀가루 2컵, 베이킹파우더 1큰술, 소금 1/2작은술, 설탕 2큰술(달게 하려면 1/2컵), 무염버터 4큰술(1/2스틱), 건포도 또는 드라이 크랜베리 1/2컵, 버터밀크 2/3컵(또는 1/2컵+달걀 1개), 달걀 흰자 1개
▲만들기: 밀가루, 베이킹파우더, 소금, 설탕을 섞는다. 냉장고에서 금방 꺼낸 차가운 버터를 1/2 인치 크기로 잘라넣고 포크나 페이스트리 블렌더로 꾹꾹 눌러가며 밀가루와 섞는다. 취향에 따라 건포도나 크랜베리 혹은 초콜릿칩을 넣고 섞는다. 가운데에 우물을 만들고 버터밀크를 부어 포크로 잘 섞는다. 반죽판에 밀가루를 약간 뿌리고 반죽을 올린 후 손으로 10~12회 잘 치댄다. 너무 많이 주무르지 않는다. 반죽을 밀대 또는 손으로 눌러 펴서 1/2인치 두께로 만든 후 지름 2인치 쿠키커터로 잘라 12개 정도를 만든다. 반죽을 쿠키시트에 얹고 달걀 흰자를 바른 후 400도 예열된 오븐에서 15분간 윗면이 노릇해질 때까지 구운 후 디본셔 크림, 래스베리 잼을 곁들여 차와 함께 따뜻할 때 서브한다.
디본셔 크림
(Devonshire Cream)
▲재료: 크림치즈(softened cream cheese or mascarpone cheese) 4 oz, 설탕 1~2큰술, 소금 1/8작은술, 바닐라 익스트랙 1작은술, 레몬이나 라임 적당량, 헤비 위핑크림 1컵
▲만들기: 깊이가 있는 보울에 모든 재료를 같이 넣고 전기 믹서로 생크림처럼 될 때까지 친다.
냉장보관했다가 먹기 직전 꺼내 서브한다.
치킨 샌드위치
▲재료: 닭 가슴살,안심 300g, 양파 100g, 셀러리 50g, 마요네즈 믹스(마요네즈 5큰술, 머스타드 1큰술, 꿀 1큰술, 레몬즙 1큰술), 식빵, 버터, 아몬드 3큰술(마른 팬에 살짝 볶아 식힌다)
▲만들기: 닭고기를 생강술이나 정종 1큰술과 소금, 후추에 밑간해 두었다가 팬에 올리브 오일을 조금 두르고 구워 식힌 후 푸드 프로세서에 갈거나 손으로 잘게 찢는다. 양파와 셀러리를 곱게 다져 넣고 마요네즈 믹스, 볶은 아몬드를 넣고 섞어준다. 식빵 두장에 버터를 바르고 한 장에 속재료를 펴 얹고 다른 빵으로 덮는다. 가장자리를 칼로 잘라내고 4등분으로 썬다.
커피 케익
▲재료: 밀가루 1 1/4컵, 베이킹파우더 1작은술, 설탕 1컵, 달걀 4개, 버터 1스틱과 5큰술(180g)
▲커피 소스: 물 2컵, 인스턴트 커피 3큰술, 설탕 2큰술
▲타핑: 헤비 위핑크림 250g, 설탕 2큰술, 시나몬 파우더, 살짝 토스트한 아몬드 슬라이스 180g
▲만들기: 크림 상태의 버터에 설탕을 3번에 나누어 넣고 중간속도로 섞는다. 여기에 달걀을 하나씩 넣고 섞는다. 밀가루를 체에 쳐서 3분의 1씩 넣어가면서 낮은속도로 섞어준다. 9인치의 둥근 케익 팬에 스프레이를 뿌리고 반죽을 부어 20분정도 36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30~35분 정도 굽는다. 젓가락으로 가운데를 찔러보아 반죽이 묻어나오지 않으면 꺼내도 된다.
케익이 다 구워질 때쯤 물을 끓여 커피소스를 만든다. 케익을 접시에 옮겨담고 포크로 여러군데 구멍을 만들어 끓여놓은 커피소스를 숟가락으로 골고루 뿌려준 다음 냉장고에 넣어 완전히 식힌다. 위핑크림에 설탕을 2큰술 넣고 생크림을 만들어 케익위에 바른 후 시나몬 가루를 뿌리고 아몬드를 고루 얹어 장식한다. 파우더 슈거를 뿌려도 좋다.
오후 티타임의 유래
‘하이 티’노동층, ‘애프터눈 티’귀족층서 시작
하이 티와 애프터눈 티는 거의 동의어로 사용되지만 사실은 그 유래가 매우 다르다. 하이 티는 18세기 중엽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 계층에서 시작됐고, 그와 반대개념으로 ‘로우 티’(Low Tea)라고도 불리는 애프터눈 티는 1840년대 귀족층에서 시작됐다. 그 당시 영국의 귀족들은 아침을 거하게 먹고, 점심은 가볍게, 그리고 저녁식사는 매우 늦은 시간인 오후 8~9시에 먹었다. 따라서 오후 서너시쯤 되면 배가 고픈 것은 당연한 일. 어느날 도저히 허기를 참지 못한 애나 공작부인은 하인들에게 차와 빵, 버터, 케익을 그녀의 방으로 가져오게 해 혼자 먹으면서 배고픔을 달랬다.
얼마후 그녀는 이 습관을 친구들과 함께 나누기 시작했는데 그 이후 애프터눈 티가 영국의 귀족사회에서 널리 퍼지게 되었다. 애프터눈 티를 로우 티라고도 부르는 이유는 커피 테이블처럼 높이가 ‘낮은’ 테이블 주위에서 소파나 의자에 앉아 티를 마시기 때문이다. 반면 하이 티는 노동자들이 피곤에 지쳐 집으로 돌아가면 식탁에 앉아 저녁식사로 고기와 빵, 버터, 감자, 피클, 치즈등을 먹으면서 티를 곁들여 마셨는데 식탁의 높이 때문에 하이 티라는 말이 생긴 것이다. 따라서 하이 티는 거의 저녁식사나 마찬가지로 헤비한 음식과 차를 곁들여 먹는 관습이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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